평생 일한 월급만으로는 자기 집 하나 장만 할 수 없다고 해서 서민들은 자기 집을 살 수 있다는 희망조차 가져서는 안 되는 걸까?

자금이 넉넉하지 않아 작은 평수의 집에서 살고 있다고 하여 그 작은 집에서만 평생을 살아야 하는 것일까?

현재는 형편이 좋지 않아 임대주택에 살고 있는 분들은 평생을 임대주택에서만 살아야 하는 것일까?

이러한 질문에 "그렇다" 라고 답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며 그 누구도 그렇게 답해서는 안 된다.  

요즘 두 서 너 명이 모이면 화제는 자연스럽게 '부동산'으로 흘러간다.

결론은 단연코 "내 집 마련의 희망이 사라졌다는 것" 이다.

임대주택에 사시는 분들도 예외는 아니다.

이 분들이라고 내 집 마련의 꿈이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전세를 살면서도 희망이 있었던 것은 전세금에 융자를 좀 받으면 내 집 하나는 장만할 수 있었고, 내 집 마련을 하고 대출금을 갚아가는 부담이 있어도 내 집이 있기 때문에 이사 걱정이 없고 마음은 왠지 부자가 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집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고 융자는 막혀 내 집을 마련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얼마 전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당대표는 자신의 SNS에 "벼락거지가 돼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와 주식에 투자하고 로또를 사는 젊은이들에게 집을 가질 수 있는 희망을 만들어줘야 한다" 고 적었다.

주식과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청년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젊은이들에게 집을 가질 수 있는 희망을 만들어줘야 한다" 고 한 부분에 대해서는 비록 청년기가 지났지만 크게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말이 어디 청년들에게만 국한된 말이겠는가? 내 집 마련에 대한 희망은 청년기를 한 참 지난 중·장년들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내 집 마련을 위한 가장 중요한 정책 가운데 하나가 대출이다.

최소한 무주택자가 집을 사려고 하거나 1주택을 유지하는 사람에게는 고가의 주택이 아니라면 대출규제를 대폭적으로 풀어줄 필요가 있다.

내 집 마련의 희망은 여기에서부터 시작된다.

물론 서울과 수도권의 경우에는 집값이 너무 올라 대출을 받아도 내 집 마련이 가능하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을 수 있겠지만 갚아 나갈 능력이 된다면 굳이 대출을 막으면서까지 내 집 마련의 희망을 좌절시킬 필요는 없다.

자금이 충분한 부유층은 거의 대부분 집을 소유하고 있을 것이고, 새 집을 사려고 할 때도 굳이 대출을 받을 필요가 없다.

대출을 받는 다면 투기의 목적이 다분하고 저렴한 대출을 이용해 자기 자본을 다른 곳에 투자하려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대출을 규제하더라도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현행의 대출규제는 오히려 서민들만 옥죄고 있다.

서민들만 피해를 본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내 집 마련의 희망이 반드시 대출 하나만으로 실현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집값이 적정 수준 이상으로 오르지 않도록 관리하거나 다주택자들이 시장에 매물을 내놓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주택 시장이 불안하게 작용하지 않도록 부분별하고 불필요한 정책을 억제하는 것 역시 중요한 가격관리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집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나마 양도세 완화 등과 같은 조치를 취하되 기한이 종료되면 단호하게 고율의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내 집 마련에 대한 희망의 시그널을 주더라도 공공임대주택의 공급은 지속적, 대폭적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평생 살고자 하는 사람은 집 걱정 하지 않고 살 수 있도록 하고 공공임대주택을 내 집 마련의 사다리로 삼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희망의 사다리가 되어주어야 한다.     

우리 국민에게 '내 집'이란 '주거 목적'이상의 의미가 있다.

"가장 큰 재산의 소유"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지만 내 집 마련을 통해 안정적으로 한발 더 앞으로 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에 내 집 마련을 인생의 큰 목표로 생각하는 것이다.

국회와 정부는 서민의 이러한 목표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난할 수 없다.

이러한 국민적 정서를 무시한 주택정책은 비현실적인 탁상공론이다.

국회와 정부는 집 없는 서민들의 마음을 보듬고 내 집 마련에 대한 희망이 되살아날 수 있도록 획기적인 정책변화를 꾀해야 한다.

/이로문 법학박사·민주정책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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