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선자 '죽은 새를 기억하는 오후'
죽음 이미지 통해 삶의 정갈함-사유 제시
인간존재의 본질 탐구 일상회복 근원 밝혀

한선자 시인의 네 번째 시집 ‘죽은 새를 기억하는 오후’가 출간됐다.

이번 시집은 총4부로 구성돼 있으며 한 부에 12편의 시가 포함돼 총48편의 시로 시집 한권을 채우고 있다.

또 4부를 구성하는 시의 내용에 따른 분류 역시 생각 깊은 고려와 배치가 눈에 띈다.

여기에 48편의 시 작 중에서 ‘죽음’을 주제로 삼았거나 시적 진술 맥락에서 죽음의 이미지를 거론한 작품이 거의 절반에 이른다.

시집 제목 ‘죽은 새를 기억하는 오후’ 역시 같은 의미의 일환으로 여길 수 있다.

이로 미루어 보아 시인이 네 번째 시집의 특성을 ‘죽음을 응시하는 정갈한 사유’로 규정할 만하다.

다만 죽음은 인간 존재의 근원적이요 본질이라는 측면에서 어휘를 달리해 ‘존재의 본질을 응시하는 정갈한 사유의 세계’로 볼 수 있다.

이처럼 한선자 시인은 매우 ‘정갈한 사유의 세계를 죽음의 테마’에 집중하고 있으며, ‘정갈한 사유’와 ‘죽음의 테마’는 시집 전반에 걸쳐 혼용하며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

또 시집은 언어의 본질을 다룬 작품들이 특별하게 다가온다.

존재의 본질을 사유하는 데 언어는 필수 도구임과 동시에 문학이 유일하게 의지하는 방편이기도 하다.

시인 뿐 아니라 언어는 우리의 삶을 관통하는 데 매우 유용한 매체다.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이 이 말로 인해 승화하기도 하고 반대로 말로 인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우를 목격하는 일은 다반사다.

한선자 시인은 이런 언어의 문제를 보편적 대상에서 시적 사유의 차원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또 인간존재의 본질이 생명에 기반하듯이, 시의 본질은 패자의 슬픔을 토대로 한다.

시는 승리의 찬가가 아니라 패자를 위로하는 엘레지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시인의 좌표는 어느 시대, 어느 사회나 겨울 풍경 속에서 찾아야 한다.

문학의 사회적 관심은 문학의 핵심적 성격이다.

사적 문학이라고 규정하는 서정시에서도 사회적 관계망 읽기를 게을리 해서는 안되는 이유이며, 한선자 시 정신의 핵심도 여기에 닿아 있다.

이동희 시인은 해설을 통해 “한선자 시인의 네 번째 시집은 ‘정갈한 사유의 세계를 죽음의 테마’에 집중하고 있다. 다만, 죽음은 인간 존재의 근원적이요 본질이라는 측면에서 어휘를 달리하여 ‘존재의 본질을 응시하는 정갈한 사유의 세계’로 진술했을 뿐이다”며 “작품들은 깊은 사유의 맥락이 사람의 진정성에 닿아 새로운 안목을 열어주고 있다”고 평했다.

시인은 “이 시집의 전체적인 기조는 ‘우울’이다. 시를 쓰겠다고 문단에 발을 들여놓은 지 스물 다섯 해가 되었다. 그동안 단단하게 박힌 슬픔의 뿌리를 어쩌지 못하고 맴돌았다. 오히려 더 많이 웃고 더 명랑해지려고 노력했는지 모른다”며 “누구나 살면서 떠올리고 싶지 않은 슬픔들이 있을 것이다. 그 상처들을 끌어내 오래 들여다보고 받아들여 일상을 회복하고 싶었다. 다시 시작할 힘을 얻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선자 시인은 전북 장수 출신으로 2003년 시집 ‘내 작은 섬까지 그가 왔다’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으로는 ‘울어라 실컷 울어라’, ‘불발된 연애들’ 등이 있다.

전북시인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건강보험공단 전주북부지사에 근무하고 있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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