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란'을 방불케 했던 일본인들의 저항

패전후 본국서차별받은 히키아게샤

현재 일본의 열악하고 황당한 코로나 상황에 대해, 아는 분이 일본인은 데모도 못 한다고 혀를 차시더군요.

그들도 열 받으면 무섭고, 아예 목숨을 건다고 말해주었더니 안 믿으시더군요.

그래서 오늘 소개하는 책 얘기를 해드렸습니다.  

첫 책은 경술 국치와 만주 점령 이후 당연히 일본 본토에서 사람들이 이주했고, 2차 대전 패전 이후 일본으로 돌아가는 눈물어린 과정과 돌아가서의 삶에 대한 책입니다.

첫 책의 저자는 한국의 사회학자여서 우리 입장에서 화날 말은 없고, 화날 일도 우리 입장 위주로 쓰였습니다.  

일제 강점기 때 당연히 교사, 경찰, 대학 교수 등이 많이 왔는데 상당수가 혼슈의 도쿄에서 야마구치(山口)현 사이의 사람 보다는 도호쿠(東北)나 큐슈 쪽이 많았답니다.

그러니까 일본의 실세는 아니었다는 거죠.

농민이었던 사람들 상당수가 일본 내에서 소유 농지가 없거나 소작농들이었고 일본 정부의 권유로 이주했습니다.  

경술국치 이전에도 용산 등지에서 경부선 철도를 깔 때, 한국 농민의 땅에 아무런 보상도 없이 수용해서 철로를 깔고 항의하는 조선의 땅주인을 죽지 않을 만큼 구타하는 일이 빈번했답니다.

그리고 역이 부설된 지금의 서울 명동, 후암동, 용산이 그들의 집단 거주지였답니다.

당시 서울도 아닌 함경도 원산에 살던 어느 일본 학생은 단 한 번도 광복 이전에 조선인을 본 적이 없는 경우까지 있었다는 군요.  

안락한 만주와 조선에서의 삶을 뒤로 하고 일본으로 돌아갈 때, 38선 이북에서 오는 경우 소련군에게 성폭력을 당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남북 어디에서도 조선인에 의한 성범죄는 없었습니다.

어느 극우 여성이 조선인에게 성폭행 당하는 상황을, 있지도 않은 사실을 묘사한 '요코이야기'라는 소설을 썼는데 아주 악랄한 의도라고 봅니다.  

아무튼 천신만고 끝에 일본에 도착했는데, 한국전쟁 이전의 일본의 현실엔 맨손으로 귀환한 그들이 전혀 달갑지 않아 고민거리였답니다.

국가가 강력 권유하여 이주하였는데 패전 후 돌아왔다고 나몰라라 하는 상황이라 정부에의 감정의 골이 깊었습니다.

그들을 히키아게샤(引揚者)라고 불렀는데 죽은 시신을 물에서 건지는 것을 인양한다고 하니 얼마나 화나는 대우였을까요.

복귀자들은 그렇게 본국에서 살아가게 됩니다.

이것이 첫 책의 주요 내용입니다.  

생활이 어려운 일부 히키아게샤들의 일부는 지바현의 황실 말목장에서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허락받습니다.

정착하여 열심히 살아가고 있었는데 한국전쟁 이후 일본의 초고도 성장으로 하네다공항의 과포화가 다가오는데 마치 마요네즈같은 하네다공항 주변 지반의 문제로 당시 기술로는 활주로 증설이 벽에 부딪칩니다.

바로 그 말목장 부지에 나리타공항을 국제선 전용으로 만들려다가 대형사고가 터집니다.  

두번째 책인 만화가 '오제 아키라'의 <우리 마을 이야기>가 그 이야기입니다.

그는 매우 의식 있는 만화만 그립니다.

하지만 히키아게샤 주민이라는 사실은 빼고, 주민들이 정부의 일방적인 수용에 반대하다고 설정하는 정도만 사실 관계와 다릅니다.  

물론 쥐꼬리 만큼 이주 보상비는 주어지지만, 땅 자체가 황실 소유이니 재산권도 없이 쫓겨가야 하는 상황에 몰린 히키아게샤라 불리던 주민들의 심사가 어떻겠습니까.

자민당 정부에 대해 이를 갈던 주민들이 이에 반대하고, 68세대라는 당시 대학생 운동권과 연합하여 사상 최강의 반발을 합니다.

화염병 투척, 망루 시위, 쇠사슬로 몸을 묶어 저항, 땅굴파기 등등, 총칼 없이 할 수 있는 것을 다 하는 거의 백병전에 가까운 전투를 경찰과 벌입니다.

전 할 줄은 모르는 스타크래프트 게임에 '테란'이라는 전투종족이 있다는데요.

'테란'이라고 불릴 정도로 저항했고, 그래서 아직도 나리타공항 제 2활주로는 반의 길이 밖에 안됩니다.

끝엔 神寺가 떡하니 버티고 있으니 자민당이 얼마나 고민했을지요.

나무위키 검색해서 나리타공항 보시면 만화에 나오는 살벌한 전투 영상이 그대로 나오는데 '허허!' 소리 밖에 안 나옵니다.

일본 정부는 아직도 나리타 공항 상황을 못 본 채 한다는군요.

무서워서 피하는 거죠.  

만화는 몰라도 책은 읽어 보시길 권합니다.

우파 정권이 소수자를 배려하지 않고 합리성 만을 추구하면 얼마나 악랄해지는지...

그리고 일본인들도 밟으면 꿈틀한다는 것도...   

/박정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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