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존태 두번째 시집 '꽃의 고백' 출간
동심 고향의식 끌어내 비움 통한 회복

칠순을 넘긴 나이에 문단에 등단하고 작년에 첫 시집 ‘죄인의 꿈’을 발간했던 이존태 시인이 두 번째 시집 ‘꽃의 고백’을 출간했다.

‘죄인의 꿈’은 한국전쟁 때 스님이었던 아버지의 월북을 이해하고 아버지 앞에 참회하고 아버지의 뜻을 이어 남북통일을 열망하게 되는 서사적 맥락을 보여준 바 있다.

이번 시집은 시인이 어떤 과정을 통해 찰나를 발견하게 되고, 시인 앞에 놓인 존재 사물과 하나가 돼 시적 대화를 나누게 되는가를 잘 보여준다.

이번 시집의 핵심은 비움이다.

시 ‘낙화’에서 보다시피 떨어지는 꽃을 통해 큰 깨달음을 보여준다.

이제까지 지고 있던 온갖 애증의 짐을 떨치고 스스로를 해방시키며 나비가 돼 평화의 땅을 향해 날아가겠다는 것을 선언한다.

이처럼 비움을 통해 자신을 회복하는 역설이 이 시집이 담고 있는 중심 주제다.

여기에 도달하기까지 시련이 없을 수 없다.

꼼짝 없이 서서 말도 못하고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그대를 기다리면서도 아침이면 눈 하나 붉히지 말고, 눈 부릅뜨고 흔들리지 말자고 하는 시 ‘장승’ 속에는 커다란 한이 맺혀 있다.

이런 한을 끌어안고 삭이는 작품이 시 ‘몸살’이다.

긴 세월의 그리움이 살갗에 스며 들고, 밤새 진땀을 흘리며 몰래 열꽃을 피우는 과정에는 한 시인이 지나온 인고의 삶의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런 과정은 삭임을 통해 이뤄지는 한국적 한의 승화 과정이라는 사실은 김광원 시인은 해설을 통해 정리하고 있다.

그렇게 해 시인은 ‘거꾸로 살아볼까’를 통해 지난 세월을 내려놓고 새롭게 부활한다.

시인은 또 동심의 세계를 기억해내었고 이를 ‘코스모스’, ‘미꾸라지’, ‘매미 소리’ 등 다수의 작품으로 형상화했다.

자신이 보낸 동심의 세계를 순수한 고향의식으로 끌어올리며 나아가 시인이 추구하는 비움의 한 모델로 승화시키고 있다.

첫 시집 ‘죄인의 꿈’에서처럼 이번 시집 ‘꽃의 고백’에서도 이 땅의 정의와 통일을 뜨겁게 형상화한 대사회적 메시지의 시들도 다수 수록돼 있다.

강상기 시인은 “이존태 시인을 명상과 사랑의 시인이라고 부르고 싶다. 심장이 멎을 듯한 슬픔 속에서 심장이 멎을 듯한 기쁨이 찾아올 그날을 꿈꾸고 있다. 불교적 명상을 통해 얻어진 깨달음을 기독교적 사랑의 실천적 삶 속에 녹여내고 있다”며 “이번 시집은 시인의 독특한 개성과 가식없는 진정성이 형상화되어 깊고 넓은 감동의 물결이 넘실대고 있다”고 평했다.

이존태 시인은 “운문적이라기보다 다소 산문적이라는 말을 듣더라도 어렵지 않은 시를 쓰고 싶었다. 문학적 가치가 떨어진다 해도 시 속에 나를 숨기고 싶지 않았다”며 “내 속에 우리 속에 가득 쌓인 억울함을 눌고 싶지 않았다.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분다고 외치고 싶었다. 보이면 보이는 대로 말하고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고 싶었다. 비록 졸작이 되더라도 입을 크게 벌려 말하고 싶었다. 보아주지 않고 들어주지 않아도 할 말은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완주 삼례 출신으로 원광고와 전주교육대학과 원광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초등 및 중등교사로 40여년 간 근무했고, 전주완산중, 전주완산여고 교장을 역임했다.

2019년 동방문학 신인상을 수상했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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