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대의 미신이 현대사회에 끼친 영향

식인풍습-포교행위-근친 등 남아

한겨레출판사에서 나온 '플루타르코스영웅전' 완역본에서 로마를 건국한 초대 왕 <로물루스>, 즉 늑대 젖을 먹고 자랐다는 <로물루스>는 갑자기 신비롭게 사라졌다고 합니다.

묘연한 사라짐은 하늘로 산채로 승천했다는 구약성서의 "선지자 <엘리야>처럼 승천하지 않았나!" 하는 해석의 여지까지 보여주는데요.

이에 대해 <프레이저> 경은 <로물루스>의 몸이 人身供犧로 농사의 풍요를 위해 백성들에 의해 갈기갈기 찢기우고, 어쩌면 일부 신체 장기는 카니발리즘으로 나눠 먹었을 것으로 짐작합니다.

그것이 원시 사회에서의 人神王의 운명이었다는 거죠.

다만 <플루타르코스>가 영웅전을 저술할 시점에서 로마가 유럽에서 가장 문명화된 국가였었기에 차마 초대 왕을 백성들이 찢어발겨 죽였다고 적을 수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인신의 죽음은 가뭄에 대처하는 祈雨라든가 풍작을 기원하는 의미였고, 고대 사회에서 제사장과 왕을 겸하던 시대의 왕들의 운명이었다고 합니다.

 이집트의 <오시리스>도 역시 인신공희를 신화로 만든 것으로 해석합니다.

<오시리스>의 몸이 조각조각나서 논밭에 뿌려지고 풍요를 기원하는 의식을 치룬 것을 기념했다는 의견을 제시합니다.

그처럼 19세기까지도 필리핀의 루손 섬 등의 수많은 원시사회에서 같은 이유로 식인 풍습이 남아 있었음을 알려줍니다.

유럽과 중동에 한정하지 않고, 아프리카, 아시아, 남북 아메리카, 오세아니아까지 "세상에 여기까지도 조사했나!" 놀랄 정도로 전세계의 모든 풍속에 대한 고찰로 모든 원시 사회의 사고가 공통적이었음을 고찰합니다.

불교나 기독교 등의 종교의 심오한 사상을 민중들에게 익숙하게 만들고 포교하기 위해, 특히 기독교에서 기존 서구 사회가 가지고 있던 원시 종교와 얼마나 타협을 했는지에 대한 수 많은 예시를 들었습니다.

크리스마스도 동지날의 민속 축제와 맞추고 상황에 따라 1월 6일까지 자율적으로 기념하도록 합니다.

원래 날짜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부활절도 3월 하순으로 춘분과 맞추려 했던 것이었다는 등등 농사에 관한 원시 축제와 맞춘 예가 있죠.

이는 포교를 원활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때문에 세계 종교가 자비와 위안을, 즉 사랑을 종교의 주제로 내세웠을 때 겪는 포교의 어려움이 극복되었으나 참뜻은 흐려지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어쩌면 지금의 기준으로는 황당하지만 女係로 왕위가 이어지는 사회나 국가에서, 왕비가 죽자 어쩔수없이 왕위의 지속을 위해 딸과 근친결혼을 한 것도 당시 기준으로 당연한 선택이었다는 등등.

원시 사회에서 현대사회로 발전함에 있어 현재의 기준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고대인의 생활상을 설득력있게 설명합니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의견이 있긴 합니다.

<프레이저>경은 음식의 금기에 대해서 유대인이 돼지고기를 먹지 못하게함과 동시에 돼지를 죽이지도 못하게 하는 이유는, 시리아 등에 퍼져있는 <아도니스> 신화에서 <아도니스>와 돼지가 동일시 되고, 이집트에서도 돼지를 <오시리스>와 동일시하여 숭배하는 영향을 받은 것으로 해석합니다.

하지만 2001년에 작고한 미국의 대표 인류학자 <마빈 해리스>는 사막에서 돼지 한 마리를 키우는 노력으로 소, 양은 40여 마리를 키울 수 있어서 유대교와 이슬람교에서 공리적인 이유로 금지시켰다는 다른 견해가 있긴 합니다.

누가 옳은 지는 제 수준으론 평가를 못하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신화들이 생겼을 때의 중동은 지금처럼 사막화되지 않았던 상태였으니 <프레이저>경의 의견도 타당성이 있다 여깁니다.

다만 인류학의 고전이라할 이 책을 <마빈 해리스>교수가 안 읽었을리 없을 테고, 제가 유물론적이랄까 공리주의가 타당하다고 보는 쪽이라서 저로선 최신 지식 쪽에 한 표 던지겠습니다.

그러나 이 책의 가치는 고대인의 삶이 많은 복잡한 마술, 금기, 미신으로 얽혀있는데 지속적으로 현대사회에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실증하여 원형을 보여주는데 의의가 있습니다.

20여년 전에 삼성출판사 축약본으로 읽었을 때도 탄복했습니다만 새번역본은 당시 판본에서 누락되거나 축약으로 볼 수 없던 많은 기록들이 첨가되어 가히 완전판의 느낌이 듭니다.

서울대독문과를 나와 일본의 종교를 연구하여 한양대 일본학과 교수인 독특한 이력의 <박규태>교수가 번역한 을유출판사의 새번역본은 1권 824쪽 2권 730쪽으로 매우 두툼하지만 누락된 정보가 없고, 읽기도 쉽습니다.

읽으신 분이 많으시겠지만, 정말 지혜로와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아마 인류의 필독서 10권을 추려도 꼭 들어갈 겁니다.

아직 읽지 않으신 분들께 강력 추천 드립니다.

/박정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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