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가 곤란한 75세의 노인이 옆집에 배달된 쌀 한 포대를 훔쳤다 경찰에 붙잡혔다.

피해가 경미한 데다 건강상태 등을 고려해 훈방을 결정했다.

군산의 80대 노인은 마트에서 만원짜리 양말 한 켤레를 훔쳤다.

하지만 이 노인은 처벌을 받지 않고 풀려났다.

전과도 없고 고령인 데다, 알츠하이머와 정신질환을 앓고 있던 상황이 인정됐기 때문이다.

치매를 앓아 범죄행위를 인식 못하거나, 어려운 생활 형편 등으로 경범죄 건수가 매년 수백 건에 이르고 있다.

경찰도 무조건적인 처벌보다는 여러 상황을 감안해 구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만들어진 것이 바로 경미범죄 심사위원회.

해마다 이 위원회를 통해 많은 수의 생계형 범죄가 구제되고 있다고 한다.

이 제도는 고령자나 기초생활수급자 등 사회적 약자들에 대해 범죄피해 정도와 죄질, 기타 참작사유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형사입건 된 사건은 즉결심판으로, 즉결심판 청구된 사건은 훈방조치로 감경하는 제도라고 한다.

이 경미범죄 심사위원회는 보편적으로 경찰 관계자로 구성된 내부위원과 변호사, 교수 등 시민위원이 외부위원으로 참여해 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다고 한다.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도내 경미범죄 심사위원회는 지난 2016년 전북지역 4개 경찰서에서 첫 시범 운영돼 나머지 지역으로 점차 확대됐다고 한다.

위원회 출범 첫해인 2016년 47명이 처음 경감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2017년에는 대상자 223명 중 220명, 2018년에는 168명, 2019년 211명 등 총 593명이 감경처분을 받았다고 한다.

지난해에도 227명이 구제를 받는 등 제도시행 후 대상자 840명 중 820명이 법의 관용적 혜택을 본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5월까지 개최된 위원회를 통해서도 68명이 감경 처분을 받았다고 한다.

처음 언급했던 노인들의 경우 법대로라면 절도죄가 적용됐겠지만 전과도 없었고, 피해자도 상황을 안타깝게 여기는 등 처벌을 원치 않아 즉결심판으로 벌금 10만원의 처벌을 내렸다고 한다.

이밖에도 타인의 밭에 들어가 시가 1만원 상당의 두릅나무 새순을 채취한 70대 노인, 동네 마트에서 1만5천원 상당의 식료품을 훔친 50대 여성, 음식점 식탁 위에 있던 조미료를 훔친 80대 노인 등이 경미범죄 심사위원회를 통해 감경처분 결정을 받았다고 한다.

우리 사회 저변 복지의 사각지대에는 아직도 많은 사회적 약자들이 존재하고 이들은 피치 못할 사정들과 이유들로 범죄에 노출돼 있다.

소리소문 없이 이들의 구제와 갱생에 노력하고 있는 위원회의 활동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굳이 이런 위원회 활동이 필요치 않은 시대가 올 수는 없는지 바라고 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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