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인문연구회기획사진전
산업자본주의사회패러다임
박찬웅 '정미소' 오태풍
'농협창고' 등 통해 성찰

사진인문연구회 백인백색은 일곱 번째 기획 사진전으로 ‘모던 타임즈, 우리가 산업을 읽는 방식’을 마련했다.

이 전시는 ‘산업’을 키워드로 한 작품들을 초대해 근대 산업자본주의 사회의 패러다임을 들여다보고 그 ‘모던 타임즈’의 의미를 성찰한다.

즉 ‘산업’을 읽는 시선을 산업 경관, 산업 현장, 산업 생태의 세 가지 방식으로 범주화해 그것이 지닌 정치·경제적, 사회·문화적 가계도로서의 의의를 찾아보고 있는 것이다.

 박찬웅 작가와 오태풍 작가는 산업경관에 대한 기록을 한다.

박찬웅의 ‘소멸의 얼굴: 정미소’는 농업 쇠퇴와 기계화 영농으로 효용 가치를 잃고 소멸해 가는 정미소의 경관을 기록한 사진이다.

박찬웅은 곡물을 가공하는 도정 공장이라는 의미를 넘어 마을공동체 문화의 중심지로서 오랫동안 우리의 생활세계를 형성해 온 정미소가 덧없이 허물어져 가는 모습에 주목했다.

정미소에 퇴적된 시간과 소멸의 미를 서정적인 방식으로 포착하여 지난 시절에 대한 추억과 우수의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오태풍의 ‘다시, 그곳에서-버려진 농협창고에서’는 한때 농업 근대화를 상징하던 농협 곡물창고의 경관을 기록한 사진이다.

오태풍은 산업화가 야기한 농촌 해체 현상으로 그 사용 가치를 잃고 전근대적인 건축물로 남은 농협창고를 산업 문화유산의 하나로 인식했다.

장시간 노출을 이용해 창고 주변의 빛을 아름다운 색으로 포착함으로써 버려진 농협창고의 존재 가치를 되찾고 있다.

박찬웅과 오태풍은 마을 공동체의 중요한 구성물로서 마을의 표지가 되었던 정미소와 농협창고, 그 산업 경관을 기록하여 우리가 상실한, 생명력 넘쳤던 세계에 대한 정서적 가치를 환기시키며 농촌 지역의 고유한 문화적 가치를 복원한다.

조춘만과 지성배 작가는 자기 실존의 원초적 장소인 산업 현장에서 인간과 인간의 몸을 대체한 기계가 서로가 서로를 배제하지 않고 유기적인 질서 속에서 생명으로서의 가치를 갖기를 바라는 사진적 보고서를 남겼다.

조춘만의 ‘중공업’은 산업 현장에서 볼 수 있는 거대한 산업 구조물의 아름다운 외관을 거대한 스케일과 정교한 디테일로 재현한 사진이다.

울산 현대중공업, 조선소 등에서 배관 용접을 했던 조춘만은 엄청난 에너지를 과시하는 산업 구조물을 거대한 생명체로 인식했다.

선박의 조형미나 질감, 기관 구조물의 위용이나 역학적 힘을 강조함으로써 그 역동성과 생명력을 산업 미학으로 제시한다.

지성배의 ‘인간정제소’는 자신의 직업 전선인 여수 LG칼텍스의 정유공장에서 자신을 모델로 촬영한 셀프 누드 포트레이트이다.

지성배는 엄격하게 규격화된 인간, 부품처럼 기계에 복속된 인간으로 살아가는 공장 노동자의 심리적 풍경을 통해 기계 문명이 낳은 인간 소외의 문제를 제기했다.

장시간 노출의 슬로우 셔터를 이용하여 주체적이고 자율적인 자아로 거듭나고자 몸부림치는 저항의 몸짓을 보여주고 있다.

김혜원과 신석호 작가는 무생명성과 불모성의 공간인 폐차장과 폐기된 상가를 통해 자본주의 경제 체제에 포섭되거나 배제되는 과정에서 드러난 산업 생태의 모순과 그 식민성의 병폐를 성찰했다.

김혜원의 ‘팔복동 공단 시리즈: 폐차장’은 전주시 팔복동 공단 지대의 살풍경한 폐차장 모습에 초점을 맞춘 사진이다.

김혜원은 햇빛에 바래 날아간 색감으로 폐차장의 나른하고 무기력한 분위기를 강조하거나 부서져 쌓여 있거나 널브러져 있는 자동차의 초현실적인 광경을 부각해 기계문명이 야기한 황폐함과 폭주하는 물질문명의 공허함을 드러냈다.

신석호의 ‘오식도’는 군산 오식도 부근 GM대우자동차공장이 미국 GM사의 철수로 폐쇄되자 동시에 문을 닫게 된 주변 상가나 원룸 등을 촬영한 풍경 사진이다.

신석호는 황량한 계절과 흐린 날을 선택하여 공동화된 섬 ‘오식도’의 불구성을 텅 빈 도로나 주차장을 통해 드러냈다.

2차 산업인 제조업의 셧다운과 함께 3차 산업인 서비스업까지 무너진 군산 지역의 어려운 경제 구조를 암시한다.

기획을 맡은 김혜원 작가는 “이번 전시는 1차 산업에서 3차 산업에 이르는 우리나라 산업의 역사와 구조와 생태, 더불어 사진가 개인의 형식적 방법론에 드러난 사진 예술의 미학적 가치를 확인했다”며 “이 과정에서 참여 작가들이 보여준 지역 문화 주체로서의 정체성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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