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점심 끼니를 채우려고 식당에 가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바로 " 같은거루요" 다. 복잡한 개인 취향이 있고 자신의 입맛을 명확히 고를 수 있는 데도 자신의 취향과 다르게 공통의 분모를 찾는다. 자신만의 입맛이 없어서일까?

현대사회에서는 개인화를 지향한다. 그래서 전문 커피숍이 눈에 띄게 많이 생기고 종류도 천태만상이다. 몇 년 전 정신과 전문의인 친구가 쓴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커피전문점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아포가토', '바닐라 라테' 등 자신만의 커피를 주문하는 행위에는 '나와 너는 다르다'라는 것을 확인하는 동시에 끊임없이 '나만의 나'를 만들려는 노력이 반영되어 있다고 해석했다. 이는 개성화(individuation)의 노력이라 불린다. 

자신만의 삶을 추구하는 것도 상당히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 남과 다른 노력을 해야 하며 보여주어 다름을 나타내고 존재감을 보여주어야 한다. 자신만의 선택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타인에게 '나만의 나', '남과 다른 나'를 나타내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표현과 선택, 주장이 공동의 균형에서 무시되거나 일률적인 방향성으로 몰아간다면 그것은 심각한 정체성의 혼돈이 되고 만다. 
모든 생활의 표현방식이 그렇다. 식당에서 외치는 '같은거루요'는 공통된 가치관과 에너지의 효율적인 절약이다. 자신만의 정체성이기 전에 자아 성장을 위한 고민의 보루라 할까? 상대방 또한 무엇인가를 선택할 때 많은 고민과 노력이 있었기에 그러한 선택은 타인의 배려요 스스로의 해법일 수도 있다. 이렇듯 이해의 동질성과 균일성에서 나오는 결과의 안식은 행복과 서로의 존재감을 상호 동반시킨다. 

현대사회는 개성과 특별함을 존중한다. 하지만 성급한 개인 취향과 불쾌한 개인주의로 포장된다면 그 사회는 이미 타락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 커피와 우리가 먹는 점심 식사뿐만이 아니다. 자신의 완성을 위해 개인의 취향과 선택이 주어질 때 상대방 의견과 개성도 존중되어야 하는 필요성. 즉 개인의 질적인 배려와 성숙도가 함께하는 사회적 포용이 필요한 시대에 우리는 도래했다. 
세상을 살면서 자신만의 레시피도 소중한 가치임은 틀림없다.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도 이어가야 할 나의 개성과 취향, 주장은 귀히 지켜가야 하지만 그러한 개성과 달리 만연하는 개인주의는 분명히 지워야 할 우리의 준칙이다. 취음과 취식은 삶의 일부분이다. 그러한 모습이 연계되어 모든 생활에서 개성이 아닌 개인주의로 변질한다면 우리가 함께하는 사회는 불만과 불신으로 어두워질 것이다. 

커피전문점이나 식당에서 가장 어려운 말은 '아무거나'이다. 그것은 개인의 개성도 타인을 향한 배려도 없는 편의주의적 배타일 수도 있다. 또한 '그건 맛없어. 이건 싱거워. 저건 비싸' 본인의 주관에서 내뱉는 자기중심의 독설은 결코 상대방을 배려한 모습이 아닐 것이다. 각자의 개성과 감성이 들어간 선택을 존중하며 공동체 생활의 성숙도를 높이는 필연이 때론 '같은거루요'란 단어로 생각나게 하는 아침이다.
  
/김용호 전북도립국악원 교육학예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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