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기행, 남도 들녘을 만나다

표순복 시인

 

문학기행을 가면 자연이 먼저 반긴다
여다지해변 시비 속 한승원 시인보다
바다를 보듬고 사는 갈대를 만났고
이청준 작가의 생가보다
골목을 낮게 기어가는 나팔꽃을 보았다
 
남도에서는 들녘이 먼저 반긴다
기행 길이 좋아 따라오는 넓은 들녘
금빛 보릿대 타닥타닥 흰 연기로 올라
때 아닌 운무의 바다가 되었고
이때 처음 연기의 황홀함을 느꼈다
 
보릿대 타는 냄새는 작가의 체취보다 좋았다
통통하게 살 오른 보리알 내어주고
살아온 삶들 제 자리에서 재가 되고 있다
너른 들 하얀 차일로 가리고
만장 펄펄 날리며 하늘로 가고 있다
 
보릿대 타는 날의 남도 문학기행
문학의 구속에서 벗어나 자유인이 되었고
몸 여기저기 배어있는 보릿대 타는 냄새가
문학기행에서 건져 올린 시보다 낫다

 
# 시작노트 

남도로 문학기행을 가서 보리볏짚 태우는 것을 처음 보고, 대기오염을 걱정하면서도 들판 곳곳에서 머리 풀고 하늘을 오르는 연기가 장관을 이루어 푹 빠져들었다.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