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작가 '침묵의사이렌'
농촌 들판의 적막-봄비담아
소영섭작가 구도심의 기록
서학동 사진관 제주4.3 기록

8월 막바지 여름을 날려버릴 사진전이 개최된다.

권은경 사진가의 개인전과 소영섭 사진가 그리고 서학동사진관이 그 주인공이다.

’침묵의 사이렌‘이란 제목으로 열리는 권은경 개인전은 3일부터 15일까지 전주에프갤러리에서 진행된다.

1960년 이후, 육체적 노동에 시달린 부모들은 좀 더 편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자녀들은 도시로 유학을 보내게 됐다.

이러한 교육부흥은 화이트칼라 계층이 생겨나면서 새로운 문화가 형성이 되고 자녀들이 떠난 농촌은 점차 ’인구소멸 위기지역‘으로 변화됐다.

농촌 풍물패를 따라 다니던 아이들 모습은 사라졌고 식사 때가 되면 가가호호 아이들 부르는 소리는 홀로 남은 어른들의 침묵이 대신하고 있다.

곡창지대인 김제 너른 들판의 생명력은 언제까지일지 의문을 남긴다.

권은경 작가는 봄이 오면 새 생명이 움터나는 김제 들판을 바라보며 농촌을 떠난 젊은이들의 다시 찾아와 침묵을 깨고 생명력 있는 땅으로 변화되기를 기대하며 기록적 사진작업을 했다.

이번 사진작업은 곡창지대로 풍요의 땅 징게맹게 외에밋들(김제 만경 너른 땅)이라 불리던 김제들녘을 사계를 포함한 아침, 점심, 저녁을 2017년부터 2021년까지 기록에 충실했으며, 촬영 방법으로 시원한 들녘을 보여주기도 하고, 넉넉한 구도보다 의도적으로 답답한 프레임에 담아냈다.

사진에서 표현하기 힘든 질감을 위해 벽과 문, 땅 등 촬영하여 레이어로 작업했고, 쌓인 눈 속에서 느꼈던 따뜻함, 막막하기만 했던 들판, 봄날 외로움을 달래주는 촉촉한 봄비, 고향을 떠나 과거를 회상하는 추억등 성장기의 촉각을 살려 표현했다.

현장에서 체득된 개인적인 감정과 작가가 상상하는 추상적인 시간과 공간을 표현하는 이미지 작업이 이뤄졌다.

권은경 작가의 사진작업은 완성이라고 말하는 삶의 모순에서 시작됐다.

’Unfinished‘는 미완성의 의미로 완성되어진 현실에서 재생성되어지는 자연의 생명, 도시의 재건축 혹은 인간의 삶의 모습등 순환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작가의 시각에 따른 해석으로 문, 감천, 침묵의 사이렌 시리즈로 사진창작 발표되고 있다.

소영섭 사진가의 개인전은 전북예술회관서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기존 구도심 기록과 동시에 확장된 작업으로 ’Abandoned‘ 제목으로 재개발지역의 서사를 담아낸다.

전시는 방치된 도심의 풍경, 재개발을 앞둔 지역을 성찰하고자 하는 의미의 관점으로 오래된 도시 풍경을 유지하고 있는 전주시 구도심을 기록했다.

도시개발이나 경제활동과 같은 사회적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이동 현상이 발생하는 디아스포라(diaspora)의미와, 뉴타운을 지향하는 이 시대의 주거문화 소비를 생각해보는 사진전이다.

한편, 소영섭은 도시변화양상에 대한 지속적인 사진기록작업과 함께 지역아카이빙 진행해 왔다.

현재 전주대학교 문화산업대학원에서 사진영상을 전공했으며, 전주국제사진전을 비롯하여 몇 차례의 사진기획전에 참여했고, 지역서사를 기반으로 리서치와 사진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서학동사진관은 7일부터 28일까지 고현주 사진전을 개최한다.

’사물에 스민 제주 4.3 이야기-기억의 목소리‘란 제목으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제주에서 발생했던 4.3 사건에 대한 영혼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작업으로 진행된다.

혼자 세월의 흔적을 더께로 입고 남겨진 사물들은 4.3의 참혹한 현장 안에 있다.

낱장의 사진을 그래서 알 수 없는 아우라를 당당히 뿜어낸다.

그 아우라는 처참하고 아픈 역사의 시간을 뚫고 나온 힘이다.

만지면 바스러질 듯한 고무신, 할머니의 곱디고운 물빛 저고리, 푸르렀던 시절 아버지의 초상화, 관에서 처음 만난 어머니의 은반지 등등.

바스러져가는 사물을 통해 다시 삶을 이야기한다.

까마득한 시간의 증거, 흔적의 더깨를 더 자세히, 더 오래, 더 깊이, 더 느리게 바라본다.

1948년에서 오늘까지, 그 사이 벌어진 시간의 균열, 그 가느다란 틈새에서 빛이 쏟아진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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