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웅기 하이엘 대표이사
소장품전··· 중학교동창
유휴열 화백과숨겨진이야기
전북미술의 자취-흔적담겨

정웅기 소장품전 ‘따뜻한 동행’이 3일부터 9월 30일까지 유휴열 미술관에서 진행된다.

이번 전시는 40여년 동안 우정을 쌓았던 유휴열 화백과 정웅기 하이엘 대표이사의 숨겨진 이야기를 비롯해 그동안 콜렉션 활동을 통해 쌓아왔던 소장품들을 선보이는 자리다.

정웅기 대표와 유휴열 화백은 중학교 동창으로, 한 사람은 서울로 대학을 가 재료공학을 전공했고, 한 친구는 고향에 남아 화가가 됐다.

공학을 전공한 친구를 회사대표가 됐지만 화가 친구는 궁핍한 삶을 면치 못했다.

그림을 팔아야 먹고 살 수 있는 화가에게 사장이 된 친구는 ‘너는 그림만 그려라, 돈은 내가 벌겠다’라며 후원자를 자처했다.

화가가 된 친구도 스무 살이 채 안돼 개인전을 열고 대한민국에서 몇 안되는 문제작가로 떠오를 정도로 탁월한 실력을 소유했다.

1980년대에는 파리에서 8개월, 뉴욕에서 1년 정도 외국생활도 했지만 후원자 없이 이국에서 맨 몸으로 버티는 것은 극한의 모험이었다.

그럴 때마다 친구 정웅기는 한 걸음에 달려와 구원의 손길을 보냈다.

전시가 열릴 때면 뉴욕이든 서울이든 가리지 않고 찾아 오픈식과 연회를 책임졌다.

회사가 아무리 바빠도 친구 전시회에 빠지지 않았고, 크고 작은 일에 말없이 친구이자 형제, 후원자로 자리를 지켜왔다.

그야말로 평생 동반자이자 동행하는 도반이었다.

이번 전시 작품들은 대부분 전북지역과 연관이 있는 작가들의 작품이다.

고 권영술, 김금자, 김상구, 김수귀, 김양희, 김영철(아천), 고 김용관, 고 김충순, 고 김치현, 고 박민평, 박종임, 송계일(벽하), 송재명, 유경원, 유경진, 유휴열, 이건용, 이복수, 이상재(녹설), 이성재, 이승백, 이용(산민), 이우평, 이정웅, 이종만, 이철규, 이철량, 이철수, 임대준, 고 전병하, 정석용, 정우홍(혜산), 고 정이순, 조래장, 고 조병철(모헌), 조병철, 조영대, 조영철, 조한열(훈목), 고 지용출, 채석희, 최지선, 고 하반영, 하수정(람곡), 한봉림, 한은주, 고 한춘희, 고 허산옥(남전), 허성철 등이다.

정웅기 대표는 유휴열 화백 뿐 아니라 도내에서 활동하는 작가들과 연을 이어갔다.

전시 작품들도 젊은 시절부터 한 점씩 한 점씩 모은 것으로 각각 사연과 추억이 깃들어있다.

그 당시 작가들에게 웃음과 용기를 주었고 때로는 학비가 병원비가 생활비가 되기도 했었다.

미술사적으로 거창하거나 놀랄만한 가격의 작품들은 아닐지라도 한 개인이 이만큼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이번 전시회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작품들은 오랜 세월을 견디느라 낡고 뒤틀린 액자와 빛바램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작품 주인들도 이미 작고하거나, 청년이던 사람이 어깨가 구부정한 노인이 됐다.

전북미술의 자취와 흔적이 느껴졌고 그 뒤편에 삶의 조각들까지 엿볼 수 있다.

모악재 최명순 이사장은 “가장으로서 사업가로서 한 사회인으로서 지금까지 그가 이룬 것을 세세히 알 수는 없지만 수십 년 동안 함께한 작품들이 또 다른 한 면을 말해주는 것 같다”며 “그가 건넨 우정과 수많은 작가들에게 내밀었던 따뜻한 손길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이번 전시회를 준비했다. 이 작품들은 그의 삶의 편린들이다”고 밝혔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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