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단장 보고체계 확립 하달
지난해 2월 보도지침 실단 배포
2실3단 단장-지도위원 취재시
사무국 보고후 국악원 메일 송부

사무국-예술단 소통부재 문제
실단장 회의 없애 원천 봉쇄
국악원 조례 조항에 신규 단원
외부 발설금지 서약서 작성 삽입
갑질 설문조사 중 가해자 직책에
사무국-원장 미기재 도마위

도의회 사무국-예술단 화합 강조
사무국, 예술인 지원 위해 존재

최근 내부문제 다룬 괴문서 출현
부산 을숙도 오페라축제 초청공연
지출 예산 8천만원 소요 등 적혀
도청-의회 등 나돌아 불통 심화

신임 박현규원장 SNS소통창구
단체대화방 개설 의견수렴 나서
내부문제 내부서 해결 적극 강조

대화방 민감한 문제 언급 불가능
임시처방 대신 근본적 원인찾아
제대로된 소통구현 장치 시급

전북도립국악원이 소통이 아닌 불통의 대명사가 되고 있다.

내부에서 소통이 되지 않으면서 국악원 내부 일이 급기야 괴문서로 만들어져 퍼지는 일도 발생했다.

사무국과 예술단의 관계가 아직도 명확치 않고 그 통로도 없거나 존재가 희미했다.

언론 보도지침이 내려지고, 외부에 발설금지 같은 통제안이 내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 때뿐이었다.

소통부재에 대한 원인 분석 없이 임시적 처방전만 내린 결과였다.

공공기관으로서 도민들에게 보다 질 높은 공연을 제공하기 위해선 현재 모습에서 탈피해 환골탈태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여론이 국악원 안팎에서 강하게 일고 있다.
/편집자주  

 

불통의 천막을 친 전북도립국악원의 부적절한 행태는 지난해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군사정권에서나 볼 수 있는 이른바 ‘보도지침’이 내려진 것이다.

국악원은 당시 언론보도에 대해 ‘국악원 관련 취재동향 공유 및 부정보도 대응’이란 문서를 작성해 각 실단에 배포했다.

내용을 보면 ‘취재 동향 사무국 공유체계 확립’이란 제목 아래 신속한 언론 취재 동향 공유로 적기 언론 대응 전개란 내용을 담고 있다.

구체적으론 국악원 공연, 국악 연수 등에 대한 2실3단의 언론사 취재 시 사무국장에게 유선 보고 후 국악원 메일로 송부하도록 지시하고 있다.

즉 2실 3단의 단장과 지도위원 등은 언론사 취재가 진행되면 사무국장에게 보고하고, 사무국장은 국악원장에게, 원장은 전북도청 문화체육관광국장에게 알린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을 통해 언론 취재동향에 대한 2실 3단과 사무국의 유기적인 소통체계 확립으로 효율적인 언론대응 방안을 마련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국악원 예술단 내부에서는 ‘어처구니 없는 발상’이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촛불시위 등을 통해 정권이 바뀌는 등 국민의 눈높이가 높아진 시점에서 이런 대응방식은 과거 군사정권에서나 볼 수 있는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이란 것이다.

이런 사고방식으로 국악원을 이끌어갈 것인지 매우 의심스럽다는 태도며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목소리다.

당시 ‘보도지침’ 문서가 작성된 경위는 이렇다.

그 해 1월 국악원장이 변경됐다.

전북도 정기인사에 의해 1년마다 원장이 바뀌는 것이다.

신임 원장은 자신도 모른 채 언론에 국악원 관련 기사가 나자 보고체계 확립을 하달했고, 관련 문서가 작성된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결과는 그동안 사무국과 예술단의 소통부재에 따른 것으로, 문제가 된 문서 한 장이 케케묵은 소통부재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게 전반적인 의견이다.

사무국과 예술단 모두 마음의 문을 연 채 열린 마인드가 필요하지만 특히 사무국은 예술단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한 채 행정의 잣대로만 평가를 하면서 불소통의 벽은 높아져만 갔다.

사무국의 소통의 부재는 이뿐만이 아니다.

신임 원장은 당시 매주 월요일 열리는 실단장 회의를 없애버렸다.

‘당분간 필요 없어 향후 다시 열겠다’는 게 원장의 입장이지만 2실 3단과 소통창구를 원천적으로 봉쇄한 것이다.

올 봄에는 보도지침을 넘어 단원들의 외부 발설금지를 명문화하는 작업도 진행됐다.

전북도가 진행했던 ‘전라북도국악원 운영조례 시행규칙’ 일부 개정규칙안에 신규 직원들을 대상으로 국악원 내부 이야기를 외부에 발설금지하는 서약서 작성 조항이 삽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개정안이 입법 예고되자 국악원 노조는 강하게 반발했고, 관련 조항은 삭제되면서 없던 것으로 됐다.

노조 관계자는 “당시 입법예고된 개정안을 보니 단원들을 대상으로 비밀유지에 관한 내용이 들어있었다. 문제가 발생하면 징계조항이 비슷한 조항이 있음에도 이런 조항을 새롭게 만들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강력하게 이의제기를 했고, 입법예고 기간 삭제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불신은 여기가 끝이 아니다.

지난 5월 실시했던 설문조사도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국악원은 조직 내 갑질 사태를 알아본다며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내용은 타 직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본적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문제가 된 것은 설문조사 내용 중 ‘가해자의 직책’을 묻는 조항이었다.

가해자 직책을 예술단 실단장과 직책단원, 동료 선후배 등으로만 한정했다.

이보다 훨씬 권한이 큰 사무국과 원장을 가해자 조사 대상에서 빼버린 것이다.

만약 사무국과 원장으로부터 갑질을 당한 단원이 있다면 그 단원은 가해자 직책에 답할 수 없게 된다.

실제 갑질이 있었는지 여부를 떠나 애시당초 답변 대상에서 제외시킨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게 당시 예술단의 목소리였다.

오히려 이번 설문조사는 ‘갑질 조사’를 앞세운 또 다른 갑질이란 것이다.

전북도의회에서도 이같은 내용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최근 열린 전북도 문화관광체육국 하반기 업무보고에서 전북도의회 문화건설안전위원회 오평근 의원은 사무국과 예술단의 불협화음을 경계하고 화합 분위기를 만들 것을 주장했다.

오평근 의원은 “도립국악원은 예술단 3단이 운영중인데 전북에 맞는 공연 예술문화가 창의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선 한 사람이 독점하는 헤게모니 현상을 지양해야 한다”며 “사무국도 중요하고 예술단원도 중요하지만 깊게 들여다보면 사무국은 예술단원들을 도와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서로 갈등이 있거나 갑질문화가 자리잡게 된다면 국악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무국은 예술인들의 문화예술 가치를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불통의 모양새는 최근 나돌았던 괴문서에서 극대화됐다.

국악원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 작성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 괴문서는 3가지 항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괴문서를 직접 봤다는 사람의 증언에 따르면 첫 번째 내용은 최근 전북도가 진행한 5급 공연운영 지방행정사무관 채용과 관련된 것이며, 두 번째는 앞서 제기한 사무국을 제외한 갑질 설문조사에 대한 부당성을 포함하고 있다.

마지막 세 번째는 부산 을숙도오페라축제 참여 문제였다.

당초 국악원은 부산 을숙도오페라축제 폐막작으로 초청돼 창극 ‘최북, 그리움을 그리다’를 선보일 예정이었다.

타지에서 열리는 축제에 그것도 폐막작으로 창극을 선보인다는 것에 의미가 있어 국악원 내외부에서도 긍정적 신호가 감지되기도 했다.

하지만 속사정은 그렇지 않았다.

국악원은 부산 을숙도오페라축제에 참가하기 위한 예산이 8,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오페라축제측은 국악원에게 출연료 명목으로 달랑 300만원만 지급하는 것으로 돼 있으며, 이마저도 오페라축제측에 광고 제작 비용으로 다시 반납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즉 전북의 창극을 부산에 소개하고 도립국악원의 위상을 올린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이를 위해 지출해야 할 예산이 너무 큰 것이다.

더구나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가라앉지 않는 현 분위기상 부산까지 원정공연을 가는 게 맞냐는 게 괴문서에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괴문서에 남긴 내용이 아니라 이 문서의 제작과정이다.

세 가지 내용 중 두 가지는 굳이 외부에 유출하지 않아도 국악원 내부에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사항이다.

하지만 이같은 내용을 외부에 알리고 도움을 받기 위해 괴문서가 작성됐다면 그만큼 국악원 내부는 불통의 벽이 높다는 증거다.

내부에서 해결이 안되니 외부로 시선을 돌린 것이다.

이 괴문서는 전북도청을 비롯해 전북도의회까지 발길이 닿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부임한 박현규 신임 원장도 이같은 상황을 잘 알고 있다.

박현규 원장은 부임하자마자 전 단원을 상대로 주의를 촉구했다.

단원들을 만날 때마다 ‘내부 일은 내부에서 해결하자’고 당부하고 나섰다.

내친김에 SNS를 활용한 소통창구를 만들었다.

국악원 사무국과 예술단원 모두를 대상으로 SNS 단체 대화방을 만들어 다양한 의견들을 제시토록 했다.

약 190여명에 가까운 사람들 중 현재 80여명 넘게 가입돼 있으며, 이를 통해 막혔던 의사소통의 통로가 뚫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현규 원장은 “국악원에 부임한 직후 여러 경로를 통해 국악원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국악원 이미지를 올려야 하는 게 당면과제로 여기고 있다”며 “직원 및 단원들에게 어려운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찾아와 의논하자고 거듭 강조했다. 나도 모르는 일을 외부경로를 통해 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원활한 소통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악원 안팎에서는 국악원장 의지 하나로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 강조하고 있다.

더구나 SNS를 활용한 단체 대화방을 만든다고 사라질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여러 명의 사람들이 자유롭게 이용하는 단체 대화방에 민원이나 불만 등 민감한 문제가 언급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단체 대화방은 원장의 지시사항이나 실단장 회의 결과 등 상명하복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당초 의도한 것과 거리가 먼 결과가 예상되고 있다.

때문에 불통을 해결하기 위해선 단체 대화방 같은 임시처방 대신 근본적 원인을 찾고 그에 맞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국악원 안팎 다수의 관계자들은 “국악원 내부에서 왜 이런 일이 생기는 지 그 근본적인 원인을 정밀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임시처방은 임시처방에 지나지 않는다”며 “수많은 사람들이 근무하고 있어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그 의견이 통일되기는 사실상 어려운 점이 많다. 그럼에도 원활한 소통이 제대로 구현되기 위해선 그에 걸맞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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