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간 타올랐던 주경기장의 성화가 꺼졌다.

코로나19라는 전 세계적인 재앙 속에 열린 제32회 도쿄올림픽 얘기다.

이번 대회는 여느 대회 때와는 다르게 온갖 잡음의 연속이었다.

일본 안팎에서는 반대 여론이 들끓었고, 폐막 후에는 스가 요시히데 총리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현상으로까지 이어졌다.

일본 언론들은 대회에 들어간 비용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3배 가량 많은 40조원을 넘어서 빚잔치로 끝났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코로나 확진자도 3배 이상 늘었다.

‘누구를 위한 축제었나’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우리 대표팀 얘기도 빼놓을 수 없다.

결과론적으로 보면 실망적이다.

2020도쿄올림픽은 추락하는 한국 엘리트 체육의 위상을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메달 순위만 놓고 보면 40년을 훌쩍 넘긴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19위) 이후 최악의 성적이다.

일부에서는 ‘메달 색깔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는 말을 한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고통이 2년째 지속되고 있는 상황 속에 대표 선수들의 활약은 타들어 갈 듯 불타는 땡볕아래 한줄기 소낙비 같은 존재가 될 수 있었음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만큼 선수들의 활약이 기대됐다는 얘기다.

비단 성적으로만 해석할 것은 아니다.

야구 대표팀은 출발 전부터 방역수칙을 어기며 호텔에서 여성들을 불러 술파티를 벌인 선수가 나오면서 구설수에 올랐다.

실제 대회 때는 참가 6개국 가운데 4위를 차지하면서 국민적 비난의 대상이 됐다.

한국은 지난 대회 때 금메달을 목에 건 야구 강국이란 점에서, 또 야구에 대한 국민적 인기가 최고 수준이란 점에서 실망은 분노로까지 확대됐다.

마지막 동메달 결정전 덕아웃에서 질겅질겅 껌을 씹고 있던 한 선수의 모습은 일본 언론을 통해 조롱거리가 되기도 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양궁이 5년 전 리우올림픽에 이어 4개의 금메달을 땄고, 체조와 펜싱이 1개씩의 금메달을 추가해 체면을 세웠을 뿐 대부분이 부진했다.

특히 종주국의 자부심이 무색하게 태권도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 이후 처음으로 ‘노골드’에 그쳤다.

일각에서는 태권도의 추락을 변하지 않는 국내의 현실에 있다고도 비판한다.

먼 얘기가 아니라 우리 전주시만 해도 그렇다.

시청 소속 태권도 선수들은 훈련 시설이 좁아 인근 대학의 체육관을 빌려 사용한다.

겨루기 태권도의 종주도시라고 하는데 전용경기장 하나 없다.

지난달 전주시의회는 필자와 김현덕 시의원 주관으로 태권도 저변 확대와 전용체육관 건립 등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었지만 갈 길이 멀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실패 후엔 희망도 있는 법이다.

비록 4위로 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여자배구의 투혼은 금메달 못지않은 환희를 국민에게 선사했다.

마지막 경기가 끝나고 눈물을 보이는 그들의 모습에 국민 모두가 ‘최고’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높이뛰기 우상혁, 역도 이선미, 다이빙 우하람 등도 메달을 따지는 못했지만 그들에게는 비난과 실망 대신 “괜찮아!”가 연호됐다.

금메달을 상대에게 내주고도 ‘엄지척’을 한 태권도 이다빈과 결승전 패배 후 상대 선수의 팔을 들어 준 유도 조구함, 숙적 일본을 꺾고 혈전 끝에 동메달을 목에 건 배드민턴 여자복식의 김소영 공희용 등은 우리에게 진정한 스포츠 정신과 함께 국민을 하나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스포츠는 위기와 어려움에 빠진 사람을 더욱 뭉치게 만들고 희망과 불굴의 용기를 갖게 하는 힘이 있다.

외환위기 때 박세리가 US오픈을 제패하고, 박찬호가 메이저리그에서 강속구를 던진 것이 온 국민에게 큰 힘이 됐듯이 말이다.

이번 올림픽은 우리 엘리트 스포츠에 많은 과제를 남겼다.

3년 후 파리 올림픽 때 우리 선수단 모두가 금의환향하며 박수갈채를 받는 모습을 그려본다.

/강동화 전주시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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