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불편한 조선적이다

디아스포라된 처지의 재일교포인
그의 신념 母語-母國語 의미 깨닫게해

모어(母語)의 사전적 정의는 '자라면서 배운 바탕이 되는 말'입니다.

주로 외국에 나가 있는 사람이 고국의 말을 이를 때에 사용한다 합니다.

모국어(母國語)는 주로 여러 민족으로 이루어진 국가에서 자기 민족의 언어를 국어 또는 외국어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로서 영어로는 native language라 부른다 합니다.

태어나서 이런 어쩌면 황당한 구분을 할 필요가 없는 상태로 살아서인지 얼마나 당혹스러웠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저자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중요한 정체성의 문제임을 절감했습니다.

디아스포라된 처지의 재일교포인, 남한도 북한도 아닌 너무도 불편한 조선적(朝鮮籍)으로 남아있기를 고집하고 있는 유별난 그의 신념은 母語와 母國語의 의미가 얼마나 다른 의미인지 깨닫게 해줍니다.

자세한 차이에 대해서는 읽어보시면...

인조반정 이후 천천히 나라를 들어먹은 조선의 흐름을 暗君 고종이 마침표를 찍죠.

망국의 한을 안고 일본으로, 만주로, 연해주, 북미 대륙으로 뿔뿔이 백성들이 흩어집니다.

디아스포라된 처지는 다수가 우파 또는 극우파가 되기 보다는 당연히 조금이라도 처지를 이해해주는 무정부주의, 사회주의, 또는 공산권에 공감하는 데요.

저자의 형들은 박정희 정권에서 간첩단 사건으로 옥고를 겪은 슬픈 가족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책의 내용은 그처럼 디아스포라된 여러 문인이나 학자의, 특히 유태인이 많은, 묘지나 생가 등을 찾아 그들의 행적을 간단히 소개하고 주로 그만의 특수한, 정확하게는 재일교포들의 처지에 대한 우수 가득한 상념을 전개합니다.

태어나 읽은 책 중에 서글프고 아프기로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갈 정도 입니다.

현실 자체라서, 공감해주는 것 이외에 도울 수도 없어서 가슴이 죄어듭니다.

그러나 너무 좋은 책이기에 한 번은 읽어보셨음 하고 소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의 많은 저서 중에서 처음 읽은 책인데요.

역순으로 이전 출판물을 읽고, 후속 출판물도 몇 권 보았습니다.

다른 책들에서는 드러내지 않던 감상적이고 쓸쓸한 내면을 유독 이 책에서만 고스란히 드러내서 역설적으로 저는 가장 좋았습니다.

2006년에 초판이 나왔었는데요.

올해는 우리가 더이상 일본을 의식할 필요가 없음을 깨닫는 상황까지 전개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저자가 아직도 자신의 처지를 디아스포라된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을지, 母國의 국력과 국격의 상승에 고무되어 아팠던 상념들이 바뀌었을지 개인적으로 참으로 궁금합니다.

요즘에는 쓰루하시 같은 재일교포들이 많이들 사는 곳에 여전히 나타나는 일본극우파들에게 '속으로 비웃고들 계시지는 않을까!'하고 생각도 해봅니다  

/박정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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