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라는 신종 전염병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우리를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던 2002년 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2015년 MERS(중동호흡기증후군)에 이어, 더욱 강한 전염성으로 2년 가까이 전 세계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는 COVID-19(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의 등장은 더 이상 감염병이 쉽게 대비할 수 있는 재난이 아님을 말해준다.

이러한 전염병 역사는 가히 인류의 역사라 할 수 있을 만큼 오래되었는데, 의료시설이 열악했던 과거의 전염병은 더욱 무섭고 막기 어려운 재난이었다.

역사적으로 인류의 생존에 치명상을 가한 전염병의 예로는 14세기 유럽에서 유행하여 많은 사람의 생명을 빼앗아 간 흑사병이 있다.

이 전염병은 몸이 새까맣게 변하면서 죽어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들쥐가 갖고 있는 페스트균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페스트’라고 불리기도 했다.

그 후 19세기 들어 전 세계로 퍼진 콜레라로 수백만 명이 사망했다.

이후 1918년부터 1920년까지 2년 동안 스페인독감으로 5천만 명 이상이 사망했고 19세기 초부터 지금까지 200여 년 동안 결핵으로 약 10억 명이나 되는 많은 사람들이 사망했다.

그렇다면 전염병이라는 재난을 극복할 방법은 무엇이며, 그 방법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이 질문들의 답은 역사와 통계가 제시해 줄 것이다.

전염병 퇴치에 대한 해답을 통계에서 찾기 시작한 것은 콜레라가 유럽에서 창궐한 19세기부터다.

존 스노(John Snow)라는 젊은 의사는 콜레라의 발생 원인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했는데, 이를 위해 도입된 방법이 바로 통계였다.

사망자가 발생한 집을 일일이 방문조사하여 감염지도를 만들었는데 이를 통해 콜레라 원인이 공기가 아니라 급수시설이란 것을 밝혀냈다.

또한 19세기 크림전쟁 당시 야전병원에서 근무하던 나이팅게일(Nightingale)은 전투보다는 감염병으로 죽어가는 병사들이 더 많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안타까워했다.

그녀는 환자들의 상태와 환경을 조사한 자료를 통계로 분석하여 환자 밀집구역에서 사망률이 높다는 것을 밝혀내 대대적인 환경개선 사업 추진으로 사망률을 40%에서 2%대로 감소시켰다.

최근 코로나19 극복에도 통계가 활용됐다.

통계청이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과 업무제휴를 맺고 2019년 12월부터 시작한 모바일 빅데이터 기반의 유동인구 지도 서비스는 소지역 단위로 정밀하게 사회적 거리두기 참여 정도를 파악하고 분석할 수 있게 하여 코로나19 상황에서 관련 정책을 마련하는 데에 크게 기여했다.

이뿐만 아니라 통계청에서는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기여하고 국민 건강을 뒷받침하기 위해 다양한 통계정보를 신속하게 생산·제공하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전후 인구이동 영향분석을 통해 효과적인 사회적 거리두기와 K-방역체계를 뒷받침하고, 코로나19 질병코드 신설 및 코로나19 통계분야 대응 웹서비스를 통해 위기 극복을 위한 관련 정보를 국내외에 적극적으로 공유했다.

호남지방통계청에서도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코로나 예방품목가격의 신속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광주, 전남, 전북, 제주지역 마스크와 손 소독제 등 코로나19 예방품목에 대한 일일 가격조사를 실시해, 정부의 마스크와 손 소독제 수급 안정화 정책에 기여했다.

 앞에서 말한 예들을 통해 알 수 있듯이 통계는 전염병이라는 재난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2의 백신’이다.

그동안 축적된 수많은 데이터들을 통계화하고 이를 잘 활용한다면 지금의 힘든 상황을 극복하고, 더 나아가 미래를 예측하여 다시 예전처럼 우리가 가족·친구·동료와 함께 나누었던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오늘은 1896년 9월 1일 고종이 갑오개혁의 일환으로 처음 도입한 ‘호구조사’를 근대 통계의 시발점으로 보고 지정한 통계의 날이다.

1995년 9월 1일 제정된 이래 올해로 27주년을 맞는 통계의 날은 통계의 중요성에 대해 국민의 이해와 관심을 유도하고 통계업무 종사자의 자긍심과 사기를 높여주기 위해 제정됐다.

우리 호남지방통계청은 통계의 날에 통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되새기며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운 조사환경에서도 지역민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정확한 통계조사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

/김대호 호남지방통계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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