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최대의 명절 한가위가 코앞이다.

예로부터 추석 즈음은 오곡백과가 익어가고 수확한 산물들을 서로 나누는 풍요의 계절로 인식되어졌다.

그런 전통이 있어서인지 아직도 우리는 서로 나누는 문화에 익숙해 있는 듯하다.

문제는 우리가 구입하는 소위 ‘선물세트’라는 상품들의 포장재로 쓰이는 각종 플라스틱으로 공동주택의 분리수거대가 하루가 멀다 하고 넘쳐흐른다는 것이다.

먹기 편하고 사용하기 편하게, 보기 좋게 포장되어지는 다양한 제품들을 접하면서 과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때도 있다.  

더욱이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 시대에는 배달음식이 급증하고, 마스크 사용이 의무화되면서 팬데믹 이전보다 플라스틱 사용량이 25%나 증가하였다니, 환경운동가는 아니지만 정말 이래도 괜찮은지 걱정이 앞서는 건 사실이다.

현대를 사는 우리들의 일상에 플라스틱이 사용되지 않는 분야는 단 한 군데도 없다고 한다.

심지어 우리가 먹는 모든 음식에도 플라스틱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과연 알고 있는가.

소금에도 바다 속에 부유하는 미세 플라스틱이 들어 있고, 맥주, 우유 등을 만드는 생산 공정에도 플라스틱 제재가 씌어져 모르는 사이 우리는 미세 플라스틱을 섭취하고 있는 것이다.

미세플라스틱은 나노 크기로 분해될 수 있어서 결국은 우리 몸에 다 흡수된다는 것이며 일주일에 신용카드 한 장씩, 한 달에 볼펜 한 자루씩 먹고 있다고 하니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플라스틱이 미세플라스틱으로 바뀌는 것은 환경조건에 따라 시간이 달라질 뿐이지 결국 우리가 버린 것은 우리가 죽을 때까지 미세플라스틱으로 남아 있게 된다는 것이다. 

한없이 넓고 깊기만 할 것 같은 바다는 각종 플라스틱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고, 태평양에는 ‘GPGP’라는 거대한 쓰레기 섬이 생겼다.

플랑크톤으로부터 대형 어종까지 먹이 속에 들어있는 미세플라스틱을 먹게 되면서 결국은 최상의 포식자인 인간은 당연히 미세플라스틱을 먹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토양 환경도 마찬가지다.

농사에 쓰이는 멀칭비닐인 LDPE의 폐비닐 수거율 65%에 지나지 않는다.

버려진 폐비닐은 햇빛을 받으면 부서지게 되고 결국은 토양에 흡수되는 데 이런 환경에서 자라는 채소를 먹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 되어버린 것이다. 

매스컴에서 보도된 한 조사에 따르면 1950년부텨 2015년까지 전세계적으로 생산된 플라스틱은 83억톤인데 재활용은 1억톤 뿐이며 자연 속에 버려지는 양이 59억톤이라고 한다.

지구상에는 수많은 생명체가 서식하고 있지만 인간은 당장 자신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으면 괜찮은 것으로 인식하고 우리 주변의 생물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인간의 삶이 편리해질수록 생태계는 훨씬 많은 것을 잃게 되고 그로 인한 폐해는 결국 인간에게 온다는 것을 왜 자각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이러한 플라스틱의 폐해를 최소화하면서 지구 환경과 자연을 지켜낼 수 있을까.

결국은 개인과 기업, 국가, 국제사회가 전방위적으로, 그리고 유기적으로 이 문제에 대한 해결의지를 굳건히 해야 할 것이다.

과거 선진국들은 각종 폐기물을 개발도상국과 후진국에 수출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그 결과 못 사는 나라의 쓰레기는 더욱 지구상에 방치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바젤 협약’에 의해 수출 금지 물질에 플라스틱을 포함시킴으로써 그 나라에서 만드는 플라스틱은 그 나라에서 처리하게 되었다. 

또한 플라스틱 제품을 많이 생산하는 기업에게는 그만큼 패널티도 주어야 한다.

EU에서는 기업들에게 매기는 ‘플라스틱세’를 도입하여 1kg당 1,000원을 징수한다고 한다.

기업들도 이제는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제품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우리들 개인은 어떠한가.

우리나라의 플라스틱 1회용품 소비량은 세계 3위라고 한다.

이는 이미 오래전부터 생활화된 배달 문화가 코로나 시대를 맞아 더욱 활성화된 데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배달로 편리함만을 추구하기 보다는 조금 불편하더라도 요즘 SNS에서 자랑처럼 번지고 있는 ‘용기내챌린지’ 운동이 많이 좀 확산됐으면 좋겠다. 

이미 일상화되어버린 플라스틱, 안 쓸 수가 없다면 조금씩이라도 줄여 나가야 한다.

줄이기 위한 노력은 우리를 귀찮고 불편하게 할 것이다.

하지만 이 불편이 지구를 살리고, 생태계를 살리고, 우리의 후손을 살리는 길이라면 기쁜 마음으로 감수해 나가야 할 일이다.

/박병철 전북농협 노조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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