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고기 박사가 쓴 물고기 인문학 도서

황선도박사 탁월한 입담 공감 불러

해양학을 전공한 물고기 박사가 물고기에 대해 쓴 책이 자연과학도서로 분류되어야 하죠.

하지만 이 책을 인문학 도서로 여기는 이유는 읽어 보면 금방 압니다.

말이나 글을 재미있으면 "구라를 잘 푼다."고 얘기하는 데 저자는 타고난 구라쟁이입니다.

전세계 인문학 도서에서 이 만큼 재미있는 책은 이전에도•앞으로도 없을 듯 합니다.

예를 들자면 그가 2013년에 처음 출판한 '멸치 머리엔 블랙박스가 있다'에서는 한국에서 명태를 일컫는 단어가 몇 가지인지 그가 직접 조사했는데 가히 어마어마합니다.

하나씩 읽다보니 리듬이 느껴져서 재미까지 세심하게 신경쓴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역시 강력 추천합니다.

옮겨보자면 명태, 북어(북쪽에서 잡혀서), 건태, 건조 방법에 따라 황태, 더덕북이(말린 더덕 같아서), 코다리(너댓마리를 한 코에 꿰어서), 찐태(덕장 날씨가 따뜻하여 물러진), 백태(하얗게 말라서), 깡태(딱딱하게 말라서), 파태(손상되어서), 먹태(검게 말라서), 무두태(대가리를 떼고 말려서), 금태(잘 잡히지 않아 금값이 되어서).

잡힌 지역이나 시기에 따라 강태(강원도 연안에서 잡힌), 간태(稈太, 강원도 고성군 간성 연안에서 잡혀서), 왜태(矮太, 함경남도 연안에서 잡힌 작은 놈), 막물태(함경남도 봄철의 어기 막바지에 잡혀서), 일태(一太, 정월에 잡혀서), 동지받이(동지 전후로 잡힌 놈), 은어받이(함경도에서 은어라고 부르는 도루묵 떼가 회유할 때 잡아먹으려고 따라오다가 잡힌 명태), 망태(網太, 그물로 잡은), 조태(釣太, 낚시로 잡은).

크기에 따라 노가리(애기태, 애태, 1년 정도 된 것), 첫 책에는 1년 12개월을 각 달마다 1월 명태, 2월 아귀, 3월 숭어, 4월 실치와 조기, 5월 멸치, 6월 조피볼락과 넙치, 7월 복어, 8월 뱀장어, 9월 갈치와 전어, 10월 고등어, 11월 홍어, 12월 꽁치와 청어 과메기로 한국 전역에서 각 달마다 식탁을 풍성하게 해주는 많은 생선들에 대한 재미있는 탁월한 입담을 풉니다.

2017년에 나온 이 책은 먼저 해삼, 멍게, 개불, 전복, 소라, 꽃멸(멸치가 아닙니다), 원담, 굴, 꼬막, 바지락, 도루묵처럼 무시받던(?) 흔한 해산물을 소개합니다.

주로 횟집에 가면 본편 들어가기 전에 에피타이저 취급하는 어패류를 먼저 다룹니다.

2부는 삼치, 방어, 돔, 다금바리, 다랑어, 연어 등의 값비싼 생선을 소개하는데 대개 횟집 등에서 주인공 역할을 담당하는 생선들입니다.

3부는 그가 일하는 국립수산원의 일로 다녀야 했던 위도 등의 섬들을 소개합니다.

이 책의 최고 소득은 처음 다루는 1부의 내용입니다.

횟집에 가면 서비스로 나오는 해삼, 멍게, 개불, 소라 등을 '스키다시'라고 부르는데요.

순우리말로 '곁들이'라 부르자 제안합니다.

불러보니 '입에 착착  앵기는' 친숙한 느낌이어서 지면을 통해 여러분께도 권합니다.

앞으로 '스키다시'라는 말이 사라지면 모두 <황선도> 박사의 업적입니다.

2019년에는 '친애하는 인간에게, 물고기 올림'을 출판했는데 반은 첫 책을 보완했습니다.

나머지는 꽃게•대게, 털게•왕밤송이게, 갯가재•쏙, 새우, 따개비, 오징어, 문어, 낙지, 군소•군부에 대한 책입니다.

두 권만 구입하시면 됩니다.

'내가 사랑한 비린내'와 최근의 책 내용을 요약할 수 없는 것이 이 책들의 단점입니다.

허나  읽으시면 "아항!", "그렇구나.", "그렇지!"의 격한 공감과  탁월한 그의 개그 감각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격하게 재미있습니다.

/박정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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