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고령층 노후긴급자금대출액
493억 중 74.8% '집세 충당' 사용
취약한 노인가구 부담 개선해야

치솟는 전셋값 충당을 위해 국민연금 노후긴급자금인 실버론을 앞당겨 사용한 어르신이 부지기수다.

60세 이상 어르신이 국민연금 실버론으로 대출을 받은 금액 중 75%를 전월세 보증금 충당에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실버론이 60세 이상 연금수급자를 대상으로 하고 이용자의 99.5%가 연금공제 방식으로 대출을 갚아나간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수의 노인 가구가 전월세 가격 상승분을 노후 연금을 앞당겨 메꾸고 있는 셈이다.

13일 국민연금공단의 ‘최근 3년간 국민연금 노후긴급자금(실버론) 대출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한해 실버론 대출액 493억9천500만원 중 전·월세 보증금 용도로만 369억6천800만원이 지급됐다.

연금 대출의 74.8%가 부족한 집세를 충당하는데 활용된 것이다.

나머지는 의료비, 배우자 장제비, 재해복구비 등에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 노후긴급자금 이용 용도별 비중과 금액을 보면 의료비는 22.7%, 배우자 장제비는 1.9%, 재해복구비는 0.6%로 다른 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충당됐다.

국민연금 노후긴급자금인 실버론은 국민연금법 제46조 복지사업과 대여사업 등에 근거해 만 60세 이상 국민연금수급자에게 전·월세보증금(주거용), 의료비, 배우자 장제비, 재해복구비 용도의 긴급 생활안정자금으로 지원된다.

연간 연금수령액의 2배 이내인 최고 1천만원, 최대 5년간 원금균등 분할상환이다.

또 대부이자는 5년 만기 국고채권 수익률에 연동해 분기별 변동금리(2021년 3분기 연1.63%) 적용, 연체이자는 대부이자의 2배이다.

이 같은 추세는 지난 2019년에도 유사했다.

전체 599억2천500만원 중 450억4천800만원(75.2%)가 전·월세 보증금 용도로 대출됐다.

2018년에는 전체 대출액 323억2천600만원 중 70.3%인 227억1천200만원이 전·월세 자금 용도였다.

반면, 의료비 비중은 지난 2018년 26.8%에서 2019년 23.8%, 2020년 22.7%로 감소했다.

지난해 상반기인 6월 현재 291억6천500만원의 실버론이 실행됐고 이중 68.5%인 199억8억7천만원이 전·월세 보증금으로 대출됐다.

하지만 가을 전세철이 돌아오고 임대차 3법의 효과가 맞물리면 전월세 용도의 대출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상훈 의원은 “부동산 가격 급등에 따른 주거비 상승은 문재인 정부에 들어서 심화됐지만 그 뒷감당은 국민이 치르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민연금을 담보 삼아 전세금을 마련하면 어르신 가구의 노후는 매우 취약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연금을 주거비에 저당 잡힌 수급자에 대한 선제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신우기자 lsw@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