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는 정기국회의 꽃'이라고 할 만큼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에서 가장 중요한 기능이라고 생각한다. 국회는 피감기관에 대해 일반인으로서는 상상이 안 될 정도의 자료를 요구하며 국정감사 기간 동안 일반 국민이나 전문가들로부터 받는 제보 역시 셀 수가 없다. 국회의 의원실은 수사권이 없을 뿐이지 수사기관의 수사 수준 못지않게 피감기관을 추궁할 질문과 증거를 준비한다. 자료와 제보에 대한 분석을 통해 피감기관의 심각한 문제가 드러나면 여지없이 언론에 '단독' 제공을 하거나 보도자료를 배포한다. 피감기관으로서는 국정감사가 부담을 넘어 고통일 수밖에 없다. 

국정감사가 종반으로 치달으며 경기도에 대한 두 번의 국정감사가 예정되어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대통령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기관 증인으로 나와 국정감사를 받기 때문에 어느 기관에 대한 국정감사보다 큰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에 국정감사라기보다는 여당의 대선 후보에 대한 국정감사로 보는 것이 옳을 지도 모르겠다.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가 다분히 정치적 성격이 큰 이유다. 대장동 개발 의혹을 이 지사와 엮어서 어떻게든 후보에서 낙마시켜보겠다는 숨은 의도를 모를 사람은 없을 것이다. 두 번의 국정감사라는 판을 깔아 주었으니 야당의 입장에서는 이런 숨은 의도를 맘껏 펼칠 수 있다. 게다가 이 지시가 지사직을 사퇴하지 않고 직접 국정감사를 받겠다고 했으니 야당에게는 이 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이 지사에게도 국정감사가 부담스럽지 않을 수는 없다. 대장동 개발 의혹을 이 지사의 책임으로 몰고 가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이 지사가 지사직을 유지한 채 국정감사에 당당히 임하겠다고 밝힌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지만 참으로 탁월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사퇴함으로써 부담을 덜 수도 있었겠지만 정면승부를 택한 것은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방증 아닐까?

사로서의 책임을 끝까지 다한다는 생각에서 결단을 내린 것도 있겠지만 대장동 개발 의혹을 해소하고 결백을 증명하겠다는 의지와 책임감이 더 크게 작용했으리라 본다.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되었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 선택인지도 모르겠다.   

경쟁 정당의 대통령후보를 상대로 국정감사를 하는 것만큼 좋은 기회는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니다. 두 번에 걸친 국정감사를 치르면서도 이 지사에 대한 의혹을 밝히기는커녕 오히려 이 지사의 결백만 증명해주는 일이 생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장동 개발 의혹의 파급력을 고려하고 국정감사라는 점을 감안할 때 대장동 개발 의혹에 대한 제보는 쏟아지고 국민의힘에서는 수사기관 보다 더 방대하고 신빙성 있는 제보를 받을 것이며 모르긴 해도 수사기관에 흘러나오는 정보도 배제할 수 없을 텐데 이 지사와의 관련성은커녕 기관 구성원의 일탈로 마무리된다면 이 지사에 대한 결백이 증명되었다고 해도 무방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대장동 개발 의혹을 막지 못한 것이 이 지사의 무능이라고 주장 한다면 국정감사에서 이 지사의 의혹을 밝히지 못하는 것은 국민의힘의 무능이라고 봐야 한다. 이 지사의 수뢰와 배임을 주장하면서 증거는 제시하지 못한 채 상대당 후보를 흠집 내기 위해 정쟁만 한다면 그들의 주장처럼 이 역시 직무유기나 배임이라고 봐야 하는 것 아닐까? 결국 두 번에 걸친 국정감사를 고집한 국민의힘도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 더 이상 의혹을 제기해서는 안 되고 잠잠히 수사기간의 수사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가 이 지사에 대한 국정감사가 될 수도 없고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된다. 만약 이 지사에 대한 국정감사를 위한 정쟁의 장으로 삼는다면 국정감사를 지켜본 국민은 대장동 개발 의혹이 " 국민의힘 게이트" 라는 확신을 갖게 될 것이다. 여당의 대선 후보에 대한 국정감사에 임하는 국민의힘에게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한다. 

/이로문 법학박사·민주정책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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