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박물관은 그 지역 사람들의 역사와 문화를 역사적 공간에서 과거·현재·미래 세대를 연결해 주는 주된 통로다.

또한 긴 시간의 터널을 뚫고 현재의 보편타당한 전시물을 통해 세대들이 서로 만나 교감과 소통을 하는 곳이다.

나아가 과거를 통해 현재를 알고 미래를 예견함으로써 삶의 질을 높이는 살아있는 평생교육 시설로서 역할을 한다.

이에 따라 국제박물관협의회(ICOM, International Council Of Museums)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박물관은 과거의 문화유적 전시를 넘어 현대사회와 인류의 미래에 대한 문화와 문물을 남길 수 있는 타임캡슐(Time capsual)의 역할까지도 수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읍시립박물관은 2012년 6월에 정읍사(井邑詞), 상춘곡(賞春曲), 고현동 향약, 호남우도농악 등 정읍의 대표 문화자원을 보존하고, 문화 콘텐츠 및 문화상품 개발로 지역 문화 경쟁력 강화에 목적을 두고 세워졌다.

소도시에서 많은 노력을 들여 ‘소리문화’라는 차별화와 전문성을 갖춘 박물관으로 문학, 농악, 역사, 기획전시실로 운영을 해오고 있다.

하지만 시립박물관이 효율적 운영을 위한 노력에도 박물관으로써 콘텐츠가 너무 빈약하다는 아쉬움이 있다는 게 시민들과 관람자들의 중론이다.

그 이유가 뭘까? 한국사에서 정읍은 부여, 경주, 서울 같은 고도(古都)의 강점인 사료적 가치가 큰 유물이 많지 않은 태생(胎生)적 한계로 경쟁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까지 정읍의 문화재가 충분한 조사와 발굴이 안 되었고 현 박물관의 수장고 부족으로 고부 은선리 고분군에서 출토된 금속유물 마저 국립전주박물관에 보관된 탓도 있다.

따라서 이런 콘텐츠 부족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비록 역사적 사료(史料) 가치는 좀 낮아도 ‘정읍에 이런 유물이 있었어?’라고 호기심을 끌 수 있는 정읍만의 차별화된 콘텐츠가 필요하다.

여기에 군산 근대역사박물관과 고흥 분청사기박물관처럼 정읍시립박물관도 특화된 정읍 생활사의 전시와 체험을 통해 교육과 즐거움을 주는 오감(五感) 만족 공간으로 콘텐츠를 더해가야 한다.

그 대안으로, 첫째, 현재 시립박물관의 문학실과 농악실의 전시는 중심센터로써 개괄적 기능만 남기고, 상세한 전문적 기능은 향후 세워질 ‘정읍문학관’과 ‘정읍무형문화복합전수교육관’으로 이관시켜야 한다.

둘째, ‘조선왕조실록실(朝鮮王朝實錄室)’을 만들어야 한다.

64궤짝이나 되는 방대한 조선왕조실록과 태조 어진(御眞)이 전주 경기전에서 내장사 용굴, 은적암, 비래암까지 옮겨져 오늘날까지 보존되는데 정읍이 어떤 기여를 했는지의 모든 과정의 전시실도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 문화공간이 될 것이다.

셋째, 보천교(普天敎), 증산교(甑山敎), 미륵불교(彌勒佛敎), 무극대도(無極大道) 등 ‘민족종교실(民族宗敎室)’을 만들어야 한다.

얼마 전 이들 민족종교들과 관련 기획특별전을 통해서 시민들의 큰 반향으로 효과를 입증하기도 했다.

김구(金九) 선생이 정읍에 와 “임정(大韓民國臨時政府)은 정읍에 많은 빚을 졌다”고 말할 정도로 보천교는 상해의 임정, 만주의 신민부, 의열단에 거액의 독립운동 자금을 지원했다.

또한 근대 한국 정치사에 큰 영향을 끼친 민족종교실은 종교박물관에 버금가는 특색있는 전시실이 될 것이다.

넷째, 정읍의 풍류 문학과 연결된 가양주(家釀酒), 특화산업과 관련된 쌍화차, 떡, 직물 등을 체험하는 ‘민속산업실(民俗産業室)’을 만들어야 한다.

이 분야는 전문가나 지역 향토사학자들의 연구가 많이 진행되어 있고, 지역문화 확장과 특산물의 홍보 및 판매로 이어져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다섯째, ‘정읍문화체험실(井邑文化體驗室)’을 만들어야 한다.

이곳은 정읍의 자연, 주거 환경, 정읍 특유의 민속행사 등에서 소재를 찾아 호기심을 끌고 체험을 통한 흥미 및 교육적 효과로 다시 찾고 싶은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일제강점기를 벗어난 전후로 근대에 이르기까지 정읍 사람들의 생활에 대해 타임머신(Time Machine)을 타고 추억여행을 하는 코너들이 돼야 한다.

예컨대 전통혼례 모습 코너, 세시풍속 모습 코너, 1960~70년대 학교생활 모습 코너, 소박한 서민생활이나 장날 모습 코너, 농경생활과 민속놀이 모습 코너 등 다양할 것이다.

이 체험실은 정읍의 보통 사람들의 일상적인 생활문화 전반을 그려내는 5감 만족 공간이 돼야 한다.

나아가 놀이를 통해 흥미를 끌고 추억어린 정담도 나누며, 정읍문화의 이해와 지식을 넓히는 훌륭한 홍보의 장이자 교육장소가 되게 해야 한다.

여기에서는 코너별로 기념사진도 찍고, 카페테리아나 주막 같은 휴게시설에서 지역 특산물로 만든 먹고 마실 것과, 지역 상징물로 만든 복제품과 기념품 등도 판매해야 한다.

나아가 인근 미술관 등 문화시설까지 연계함으로써 관광객들로부터 종합입장료를 받아 시설 운영비도 충당해야 한다.

그리하여 생활 문화 콘텐츠의 기능이 넓혀진 ‘정읍 생활사 박물관’은 문화와 경제가 유기적 관계를 이루어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고 수축사회에 선제적으로 대응케 해 시민들의 자긍심을 높이고 정읍발전에 기여할 것이다
 
/정읍시의회 정상섭 의원(자치행정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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