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이 기금 천조 원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6월 말 현재 적립금은 9백 8조 원으로 2020년 말 보다 74조 5천억 원이 증가했다. 수익률은 7.49%로 잠정 집계됐다. 올 상반기에 국내 주식가격이 14.7% 상승하고 글로벌 주식가격이 12.8% 상승한 데 힘입어 9백조 원을 단숨에 돌파한 것이다. 하반기 들어 국내 주식과 글로벌 주식시장이 주춤하면서 증가속도는 조금 늦어질 것 같다. 그래도 2022년 1분기 안에 천조 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기금 천조 원 시대는 국민연금공단의 중장기 재정전망 2024년 보다 무려 2년 이상 빠르게 도달한 것이다. 기금 천조 원의 의미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천조 원 시대가 열린 것이다. 연금기금 천조 원이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이에 대비하는 기금운용정책은 적정한지를 살피는 게 시급하다. 연금기금은 57% 정도가 국민의 보험료 등으로 형성되며, 43% 정도는 운용수익금으로 돼있다. 국민이 낸 보험료를 잘 운용하고, 국민경제를 살리며, 보험료를 더 잘 낼 수 있게 하는 게 기금운용정책의 주요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기금 천조 원 시대는 전북 혁신도시를 금융중심지로 서둘러 지정하게 하는 구체적 금융지표가 될 것이다. 정부가 2020년 7월 ‘자산운용중심 금융도시 조성’ 과제로 선정하면서 금융중심지 지정의 당위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더욱이 기금규모가 천조 원에 이르게 되는 시점에서는 당연히 이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금융위원회가 금융중심지 지정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정부 내에서도 엇박자가 나는 것은 정부의 신뢰에 크게 흠이 될 것이 명약관화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업이라는 점에서도 금융위원회는 대통령 임기 내에 곧바로 지정 작업에 착수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전라북도도 기금 천조 원 시대에 대비해 추진 정책과 인력 등 면에서 점검을 해야 한다. 제20대 대통령 선거공약으로 전북특화 금융거점도시 육성을 후보 진영에 제안했다. 금융거점도시로서 금융중심지 지정을 위한 노력을 다하고 금융중심지로 도약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사실 기금 천조 원을 전라북도 손속에 두고도 활용하지 못한다면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전라북도는 자산운용중심의 의미를 되새겨 금융기관을 유치할 수 있는 다양한 인센티브와 제도개선을 주도해야 한다. 그래서 금융산업 육성을 위한 인력과 기구를 크게 보강해야 할 것 같다.

기금 천조 원 시대를 열어가고 있는 국민연금공단으로서도 투자전략과 지배구조, 전라북도 등 생태계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근본적으로 진단하고 대비해야 한다. 공단의 투자전략은 2010년 기금규모가 3백조 원인 시대에 수립된 것으로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금 당장 재정전망도 느슨하게 돼 있어서 기금운용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즉 기금운용역들이 시장 지표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시현할 수 있도록 성과평가 지표들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이다. 지배구조 또한 정부는 정책적 감독에 중점을 두고, 공단이 전적으로 책임을 지게 하는 방향 등의 개선안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전라북도 등 생태계와도 ESG 운영방침에 따라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기금 천조 원 시대의 총아는 사실상 금융기관이다. 지금 일부 기관이 선도적으로 혁신도시에 입주하면서 공단과 공동작업을 벌여나가고 있다. 기금 규모가 커지면서 금융기관의 효율적인 자산운용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규모의 경제가 금융기관의 생산성을 높이고 자신을 글로벌 기관으로 발전시킬 것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더 많이 잡는다는 속담을 새겨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기금 천조 원 시대는 이를 감당할 만한 전문가 육성과 도민의 금융 마인드 형성을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게 하고 있다. 다행이 전북대학교가 2020년부터 연금관리학과를 학부에 신설하고 대학원 전공과정을 개설했다. 그러나 기금규모가 빠르게 커지고 자산운용 역량이 부족한 실정을 극복하기 위해서도 전북대학교 연금대학원 설치가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연금대학원을 설치해 전문가를 양성할 뿐 아니라 도민의 금융마인드 형성을 돕는 것도 금융중심지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기금 천조 원 시대는 또 다시 빠르게 다가올 2천조 원 시대를 대비하는 길이기도 하다.

/이춘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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