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군 동상면 밤티마을서 가는 옛길
원등사 신라문성왕 1200여년전 건립
밤티방향 3-400m 은자골 숲길 걸어
등산로 간간히 남아 옛길 복원 노력중

완주군에 있는 원등산(713.8m) 정상 아래에는 원등사(遠燈寺)라는 절이 있습니다.

행정구역으로는 완주군 소양면에 있지만 산 너머에 있는 동상면 주민들도 많이 찾았던 곳입니다. 완주군 동상면 밤티마을에서 원등사 가는 옛길이 아직도 희미하게 남아 있는데요. 옛길을 따라 원등사 가는 길을 소개하려 합니다. 

완주군 동상면 밤티마을은 만경강 발원지인 밤샘이 있는 마을로 알려진 곳입니다. 30여 가구가 살고 있는 아담한 마을입니다. 마을에는 이곳에서 8대째 살고 있는 주민도 있는데요. 그런 것을 보면 마을 역사는 200~300년 정도 된 것으로 보입니다. 마을 주민들은 예전에는 대부분 걸어서 원등산 너머에 있는 원등사를 다녔다고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원등사 가는 길

밤티마을에서 보면 원등산은 남북으로 길게 늘어서 있습니다. 밤티부터 시작해서 몇 개 봉우리를 지나면 원등산 정상입니다. 원등사는 원등산 정상 아래쪽 능선 너머에 있는데요. 처음 절이 세워진 것은 신라 문성왕 2년(840)으로 1,200여 년이 되었습니다. 

밤티마을에서 원등사로 가기 위해서 도로를 따라 밤티 방향으로 향했습니다. 인도가 별도로 없어 최대한 갓길을 이용해서 걸었습니다. 3~400여m를 가면 오른쪽으로 은자골 가는 길이 보입니다. 

밤티마을 주변에 있는 골짜기마다 이름이 붙여져 있는데요. 은자골은 조선시대 임진왜란이 발생되었을 때 왜군을 방어하던 관군이 피해서 들어가 숨었던 골짜기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골짜기로 들어가는 길은 지금도 이용하고 있어서 그런지 넓게 되어 있습니다. 

은자골 입구에는 골짜기에서 흘러온 물길이 있습니다. 물길 주변에는 물을 좋아하는 물봉선이 군락을 이루고 있으면서 예쁜 꽃을 피웠습니다. 원등사까지 가는 옛길은 요즘에는 사람들이 이용하지 않아 힘들 것이라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길을 나섰는데, 물봉선꽃이 격려의 나팔을 불어주고 있는 것같이 느껴졌습니다.  

숲길로 들어서자 길 위에는 예상했던 대로 풀이 무성합니다. 길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계속 이어져야 길다운 길로 남아 있습니다. 그렇지 못하고 발걸음이 뜸해지면 길은 다시 자연의 상태로 돌아가려는 경향이 있답니다. 먼저 풀이 돋아나고, 시간이 지나면 나무가 자리 잡고 자라기 시작합니다. 

입구에 있는 숲길은 풀이 자라긴 했어도 가끔씩 사용한 흔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나무가 자라지는 않아 걷는 데는 지장이 없을 정도입니다. 길가에는 들꽃들이 하나씩 보이기도 합니다. 키가 늘씬한 꿩의다리꽃이 숲길을 밝혀주고 있습니다.

넓은 길이 끝나고 좁은 산길로 들어섰습니다. 이제는 자주 사용하지 않는 길이 되었지만 그래도 주민들이 한 번씩 사용하고 있어서 그런지 길의 모습은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또 다른 이유도 있었습니다. 밤티마을 주민들이 원등사 가는 옛길을 복원해서 지역의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목적으로 길을 정리해 놓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중간에 화전을 일구어 농사를 지었던 곳을 지났습니다. 농지가 적었던 산간지역에서는 흔히 있었던 일인데요. 화전이 금지되면서 지금은 어슴푸레 흔적만 남아 있습니다. 

위쪽으로 올라갈수록 길은 더 거칠어집니다. 예전에는 분명 사람들이 다녔던 길이었는데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으면서 물길로 바뀐 곳도 있습니다. 사실 산길은 평상시에는 사람이 사용하다가 비가 오면 물길이 되기도 하는 것이 보통인데요. 오랫동안 사람들이 다니지 않으면 그만 물길로 변하기도 합니다.   

어느 구간은 반복해서 물이 흐르면서 심하게 훼손된 곳도 있습니다. 다시 사람이 다니는 길로 복원하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겠습니다.  

길 중간중간 빨간 리본이 걸려 있습니다. 동상면 밤티마을 주민들이 옛길 복원 작업을 하면서 걸어놓은 표시입니다. 리본에는 ‘동상면의 숨은 자원 찾기’라는 글귀가 선명합니다. 지역 주민들에게는 잊혀가는 옛길을 찾아 복원하는 일이 의미가 있어 보였습니다. 길에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에 옛길을 복원하게 되면 지난 세대의 많은 이야기도 함께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험한 코스를 지나서 휴식을 하고 있는데 옆에서 물소리가 들립니다. 가느다란 물줄기가 바위틈으로 흐르는 것이 보입니다. 호기심에 다가가 보았습니다. 가는 물줄기가 흐르는 바위에는 한 뼘 깊이의 물길이 생겼습니다. 약해 보이는 물줄기이지만 오랜 세월 흐르면서 바위에 물길을 만들었습니다.  

휴식을 마치고 마지막 경사 구간을 오르자 능선 등산로와 만났습니다. 밤티고개 방향에서 원등산 정상을 거쳐 대부산과 위봉사 방향으로 가는 등산로입니다. 능선을 지나 반대편으로 내려가면 원등사 가는 길입니다.  

원등사는 높은 곳에 있는 절이기 때문에 거리는 멀지 않지만 길은 역시 거칩니다. 밤티마을 주민들이 다니던 발길이 끊어진지는 오래이지만 그래도 원등사 방향에서 원등산을 찾는 등산객들이 이용하는 등산로로 남아 있습니다. 코로나19 상황으로 등산객이 줄어서 그런지 원등사 부근 등산로는 조릿대가 무성해 걷기에 불편할 정도였습니다.

 

 

-원등사 풍경  

조릿대 숲길을 나오면 원등사 입구입니다. 옆에는 옛 해우소가 있습니다. 오래된 해우소 건물은 그 절의 독특한 분위기가 있어 절에 가면 관심 가지고 보는 건물입니다. 원등사 옛 해우소도 한 발짝 떨어진 곳에 수수한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원등사는 산지 가람이면서 정상 부근에 있어 평지가 넓지 않기 때문에 계단식으로 건물을 배치했습니다. 경사로를 따라 건물이 줄지어 늘어서 있는 구조입니다. 

경사로를 따라 오르면 석굴에 만들어 놓은 약사전이 나옵니다. 원등사는 오랜 역사를 가진 절이지만 임진왜란 시 불타 없어졌다가 근래에는 진묵대사가 중창했습니다. 그러다 한국전쟁 시 다시 불타 없어진 것을 1980년대 후반에 중창했습니다. 약사전은 2004년에 지었습니다. 석굴에 지은 불전이라서 특별해 보이는 곳이었습니다.

원등사는 최근에 중창을 하면서 새로운 건물로 채워져 예스러움은 없지만 독특한 분위기가 있는 절입니다. 대웅보전 앞에 있는 전망대에 서면 마음이 시원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거침없이 펼쳐진 풍광을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곳입니다. 

옛사람들이 높은 산 위에 있는 원등사를 걸어서 찾아가는 길은 힘들고 고된 일이었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길을 오갔을 옛사람들은 그 길을 무슨 생각을 하면서 걸었을까 궁금했습니다. 아마도 살기 어려웠던 시기 누군가에 의지하고 싶고, 위로받고 싶을 때 찾았던 곳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약사전 석굴 앞에 서 있는 키가 큰 수양벚나무, 꽃이 피면 예쁘겠네요.  

/전북도 블로그기자단 '전북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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