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 한표한표가 아쉬워
이재명 여권대통합 천명뒤
당내 껄끄러운 분위기 높고
당밖 들어가도 되나 의문도

지선-총선 공천걸려 복잡해
일각 대선패하면 의미없다
이재명-중앙당 결단내려야
민주-열린민주당 통합추진

이용호 호남 비민주당 당선
민주 복당노크 문안열어줘
국힘과 접촉··· 李 선택촉각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민주당 정당쇄신, 정치개혁 의원모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내년 3.9 대선을 앞두고 여권이 대통합 추진에 힘을 쏟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여권대통합’, ‘대사면’을 선언한 이후 민주당이 범여권 결집을 핵심 목표로 삼고 있어서다. 

그러나 갈 길이 아직 멀다.

특히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인 전북을 포함한 호남권은, 대통합 과정에서 기존 당내 인사들과 입당-복당 인사들간의 마찰이 불가피하다.

내년 대선 이후 치러지는 지방선거와 차기 국회의원 총선 때문이다. 

당장 내년 대선을 위해선 여권대통합이 절실하지만 속내는 매우 복잡하다.

과연 민주당은 ‘여권대통합’을 이뤄낼 것인지 향후 분위기를 조심스레 예상해본다.
/편집자주

 


/전북 정가는 대통합 놓고 복잡한 속내/

이재명 후보의 여권대통합 천명 이후 도내 정가에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기존 민주당내 분위기는 좀 껄끄러워 하는 것 같고, 민주당밖 인사들 역시 “들어가도 되나?”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바로 지방선거와 차기 총선거를 의식한 때문으로 보인다. 민주당밖에 있는 인사들 중에는 쟁쟁한 경쟁력을 가진 이가 많다. 이들이 민주당으로 복당 또는 입당하면 다음 선거에서 이들과 경쟁해야 하는데, 기존 인사들 입장에선 어떻든 부담스러운 건 부인하기 어렵다. 

그래서 중앙당 방침이 확실히 나오기 전까지는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모양새다. 

그렇다고 전북에서 먼저 어떤 제스츄어를 취하기도 쉽지 않다. 대선 후보가 여권대통합을 강조했는데 이를 전북에서 반대하기도 그렇고, 먼저 나서서 환영한다고 하기도 어려운 게 속내이기 때문. 

이 같은 분위기에서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위원장인 김성주 의원(전주병)의 언급이 관심을 끈다. 김성주 위원장의 발언은 원론적이다. 김 위원장은 “대선 승리를 위해 함께 해야 하며 그 합류 방식은 여러가지” 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함께 하는 방식에 대해선 복당, 선대위, 별도조직 등 본인의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에 복당하거나 선대위에서 활동하거나 아니면 별도의 조직에서 대선 후보를 지원하면 된다는 뜻이다. ‘본인들’이 대선에서 역할을 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민주당밖 인사들은 생각이 또 다를 것이다. 이들의 입장에선 민주당에 입당, 복당해 정상적으로 대선 활동을 하길 희망할 수밖에 없다. 당의 공식 인정을 받고 정식으로 대선에 참여하겠다는 것이다. 야권 한 인사는 “밖에서 활동해봤자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별로 얻는 게 없다” 고 말한다. 공식 라인에서 정상적으로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고 그게 여의치 않으면 굳이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중앙당에선 대통합과 관련해 이런 말도 나온다. 

당의 한 중진 인사는 “지난 1997년 대선 당시 DJ는 통추와 손을 잡았고 JP의 자민련과도 손을 잡으면서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수권이라는 대의명분을 위해선 누구와도 손을 잡았고 DJ는 뜻을 이뤘다.”  야권이 정권교체를 향해 총력전을 펼치는 상황에서 호남권내 갈등이 안타깝다는 것이다. 

당시 통추는 DJ의 새정치국민회의에 비하면 작은 규모였지만 DJ는 의식하지 않고 손을 잡았다. JP는, DJ와 악연일 수밖에 없는 군부의 일원이었다. 하지만 DJ는 이를 의식하지 않고 과감히 연합했다. 그리고 수평적정권교체의 염원을 이뤘다. 

이 때문에 당 지지층에선“대선에서 패하면 지방선거, 국회의원 공천싸움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 는 말도 나온다. 대선 이후 여당과 야당의 파워가 확연히 달라지는 데 최우선 과제는 대선 승리 아니냐는 것. 

대선이 불과 3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최근의 여권 분위기가 빨라지고 있다. 중앙과 지역에선 “이재명 후보와 중앙당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 는 말도 상당하다. 중앙에서 확실한 ‘지침’을 내려야 지역에서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재명 후보가 언급한 '대사면'은 차기 선거 공천의 핵심 변수인만큼 이에 대한 적절한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 ‘일단’ 열린민주당과 통합 추진/  

여권 입장에서 본다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여권대통합론’은 내년 대선에서 정권재창출을 이루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경쟁력이 만만치 않고 야권이 정권교체에 올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민주당도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요즘 이재명 후보는 범여권 표를 하나라도 더 모으기 위해 전력을 쏟고 있다. 하지만 대통합은 여러 난관을 넘어서야 한다. 대선 직후 치러지는 지방선거와 차기 국회의원 총선 공천 때문이다. 이에 대한 당내외 갈등을 해결해야 대통합의 실마리가 열린다. 이는 비단 호남뿐 아니라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적 사정이기도 하다. 

이런 상태에서 민주당은 먼저 열린민주당과 통합을 추진하기로 했다. 일단 여권대통합 열차를 출발시킨 셈이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는 지난 17일 회동하고 당대당 통합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한 민주당의 협상대표는 우상호 국회의원이 맡았다. 

민주당은 사실상 ‘한 집안’으로 볼 수 있는 열린민주당과의 통합을 통해 범여권 통합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1여다야 구도가 대선 승리의 기본구도라는 점에서 민주당은 서둘러 친여 세력을 하나로 모아가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열린민주당과의 합당을 시작으로 과거 동교동계를 포함한 민주세력은 물론 나아가선 민생당 등의 호남권내 비민주당 세력과도 대선 연대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명 대선 후보의 여권대통합 기조에서 보면 뿌리가 같은 호남기반 정치세력들과의 통합 또는 연대는 대선 경쟁의 기본이라 할 수 있다. 

열린민주당의 경우 최강욱 대표나 김의겸 의원 등이 모두 전북 출신이다. 민주당과의 통합 논의 과정에서 별다른 이견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과거 국민의당 출신과의 통합 논의는 조금 분위기가 다를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당, 민생당 쪽으로는 막강한 경쟁력을 가진 이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당장 차기 지방선거나 국회의원 총선에서 민주당 인사들과 치열한 경쟁을 펼칠 수 있다. 통합열차의 '한 칸'에 넣기에는 민주당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울 수 있다. 

실제 국회 4선을 지낸 정동영, 조배숙, 3선 출신 유성엽, 재선의 김관영, 초선의 김종회 전 의원 등은 내년 지방선거나 차기 국회의원 총선에서 현역들의 경쟁자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의 딜레마는 이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형성하느냐가 애매하다는 데 있다. 열린민주당은 사실상 민주당과 색깔이 같고 지역구에서도 별로 부닥칠 일이 없지만, 국민의당-민생당 그리고 무소속 인사들의 입당과 복당은 껄끄러울 수도 있어서다. 

그렇다고 입당, 복당을 막으면 대선 승리에 악조건이 될 수도 있어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상태다. 

여기에다 도내에는 무소속 단체장의 위력도 만만찮다. 임실 심민군수, 정헌율 익산시장, 유기상 고창군수, 황인홍 무주군수 등 비(非)민주당 단체장들을 지지하는 표심은 내년 대선에서 상당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이들 역시 여권대통합의 한 축이라는 점에서 민주당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여권대통합 가능성은 높지만 실제 이뤄지기까지에는 여러 개의 난관을 넘어서야 한다.  
 
 

/이용호는 왜?/ 

지난 21대 국회의원 총선에서 전북을 포함한 호남의 지역구는 28개였다. 더불어민주당 광풍이 불어닥쳤던 그 총선에서 무소속 이용호 의원(남원임실순창)만 유일하게 비(非)민주당 후보로 당선됐다. 

이 의원은 호남권 유일의 무소속 재선 의원이다. 이 의원이 당선된 것은, 지역내 사정도 있겠지만 본인의 막강한 경쟁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 의원은 또 선거 당시의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됐지만 무죄를 받았다. 정당한 경쟁을 통해 당선됐음을 입증한 것이다.  

이 의원은 국회 등원 후 민주당 복당을 신청했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복당 직전에 이르렀지만 무산됐다는 게 정설이다. 최근 민주당 송영길 대표와도 면담했지만 이후 명확한 답이 없었고 결국 이 의원은 지난 15일 복당 신청을 철회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 의원은 15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전격 조찬 회동했고 17일에는 김종인 전 당 비대위원장과도 면담했다. 국회 제1야당의 윤석열 대선 후보 그리고 ‘선대위 원톱’으로 예상되는 김종인 전 위원장과 잇따라 만나 속깊은 이야기를 나눈 것. 

이 의원을 향한 ‘러브콜’은 국민의힘이 수차 보낸 것으로 알려진다. 당내 여러 인사들이 연락을 해 왔다는 것. 기자 출신인 이 의원은 과거, 중진 인사들과의 교류 폭이 넓은 것으로 알려진다. 실제 여야를 떠나 이 의원은 마당발로 알려지는데 국민의힘 쪽에서 지속적으로 공을 들인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은 “이재명 후보에게도 전화가 왔었다”고 말했다. 또 복당 신청 철회와 관련해 송영길 대표도 전화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의원이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권에서, 민주당 대신 다른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민주당도 분위기가 복잡해 보인다. 이 의원이 민주당이 아닌 국민의힘을 선택하게 되면, 전북의 동부권 표심이 흔들릴 수 있고 민주당 밖에 있는 일부 중진 인사도 국민의힘을 지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도 대선의 기본인 호남표심을 확실하게 잡기 위해 이 의원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지가 관심사다. 이 의원은 민주당 복당 신청 철회와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저의 정치적 운명을 더 이상 민주당 지도부에 맡기지 않으려고 합니다. 민주당에 들어간다고 해서 저의 정치가 꽃길을 걸을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민주당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해서 저의 정치가 끝날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저의 정치적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면서 저의 길을 가겠습니다.” 이 의원의 최종 선택이 어디를 향할지, 공은 민주당으로 넘어간 듯 하다.

/서울=김일현기자 khe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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