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길에 차가운 바람에 옷깃을 세우며 빠르게 걷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니 겨울을 실감한다.

하지만 겨울은 가장 춥지만 역설적이게도 가장 따뜻한 계절이기도 하다.

뚝 떨어진 기온과 매서운 칼바람이 옷깃을 스치지만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 대한 사랑은 넘쳐나는 계절이다.

전주를 온정이 넘쳐나는 천사의 도시로 만든 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도 20년이 넘게 해마다 추위가 찾아오는 연말이 되면 우리를 찾아온다.

폭설이 내려 세상이 새하얗게 변하고 도로가 꽁꽁 얼어도 매일 아침 배달되는 ‘엄마의 밥상’은 멈추지 않는다.

연말이 되면 전국 곳곳에 세워지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사랑의 온도탑’은 100℃를 꽉 채우고도 남는다.

이를 보면 ‘기온과 사랑의 온도는 반비례한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최근 단계적 일상회복 전환에도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모두가 어려운 시기인 만큼 가계 수입이 줄어든 빈곤 가정의 어려움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더욱이 올해는 누적된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추운 날씨에 소외되는 빈곤한 이웃들을 위한 모금과 지원의 손길이 다른 해에 비해 많이 줄어들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웃의 곤궁한 처지를 둘러볼 여력이 없는 분들도 많다.

  하지만 다행스럽게 올해도 연일 각종 단체에서 김장 나눔, 연탄 나눔 등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의 겨울나기를 돕기 위한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완산구 관내 저소득층과 사회복지시설 지원을 위해 백미를 기탁하는 분들도 있고, 코로나19로 자영업이 어려운 시기임에도 6년째 꾸준히 나눔을 실천하면서 본인이 받은 재난지원금으로 보리쌀과 어르신들을 위한 겨울 내의를 전달하는 분도 있다.

완산구 19개동과 해바라기봉사단에서는 취약계층을 위해 각동 자치단체 협업으로 정성들여 담근 김장김치를 중증장애인, 홀몸어르신 등에게 전달하여 월동 준비를 도와 이웃사랑 나눔 활동을 실천하고 있다.

  우리 주변에는 인정에 메말라하는 외롭고 불우한 이웃이 많이 있다.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의 정성이 하나둘씩 모여 사랑의 온도를 훈훈하게 높이고, 우리가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길에 환한 미소를 지을 수 있기를 바란다.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연말연시를 맞아 소외된 사회복지 시설을 위문하고, 우리의 전통 미덕인 이웃돕기를 실천해 함께 살아가는 우리내 전통이 우리 주변의 밑바닥부터 더욱 활활 타오르기를 기대한다.

우리가 나누는 한 장의 연탄이, 또 한 포기의 김장김치가 누군가에게는 인생을 살아가는 버팀목이 돼주기도 한다.

  행복은 나누면 두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절반이 된다.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는 말도 있다.

불어닥친 한파와 예기치 못한 고난 등 살면서 누구나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손을 잡고 힘을 모으면 거칠게 다가오던 인생의 위기와 파도는 다소 잠잠해질 수 있다.

겨울은 우리의 선택에 따라 가장 따뜻한 계절일 수 있다.

마음의 온도를 높이면 된다.

마음의 온도를 올리면 누구나 ‘얼굴 없는 천사’가 될 수 있다.

얼굴 없는 천사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세상의 온도는 올라가고, 우리는 어쩌면 여름보다 더 뜨거운 계절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전주는 1년 내내 뜨거운 도시다.

/김병수 전주시 완산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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