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를 늦추기 위한 탄소중립 실천의 일환으로 채식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과거에는 건강상의 이유나 동물 복지가 채식의 주된 이유였다면‘환경’이 비건의 실천 동기로 등장한 것이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통계 사이트(OWID)에 따르면 농·축산업은 인간이 발생시키는 이산화질소의 81%, 메탄의 44%, 이산화탄소의 13%를 차지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 중 대부분은 가축 사육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단백질 1g을 얻기 위해 발생하는 온실가스, 필요한 땅의 면적과 물의 양도 소와 양, 돼지가 월등히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사람들의 비건에 대한 인식도 다양해져서 단순히‘고기를 먹거나 먹지 않는다’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하루에 한 끼 또는 일주일에 한 번 채식 실천, 비건 간식 소비 등으로 다양화되고 동물성 식품의 섭취를 배제하고 식물성 식품을 기본으로 섭취하는 식이요법 등 비건의 범위도 확장하는 추세이다.

전주에도 채식문화(veganism)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최근 전주시가 채식문화 다울마당을 개최, 채식인을 포함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구내식당에서 한 달에 한번 채식 식단을 운영하는 등 채식친화도시로 가는 첫 발을 내딛었다.

친환경 생태도시를 추구하는 전주시의 시정방향에 걸맞는 정책이라 할 수 있겠다.

시내에서 약선음식점을 운영하던 나는 이러한 시대적 요구와 트랜드의 변화를 읽고 6개월 전에 비건 약선음식으로 전환하였다.

비건음식을 처음 접한 손님들은 다소 어색해하면서도 면역력 증진에 좋은 채식의 장점을 높이 인식하고 다시 우리 가게를 찾아주신다.

특히 외국인 방문객들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다.

직원들의 반대 속에 메뉴의 변화를 시도하여 주방은 깨끗하고 맑아졌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음식점은 성공의 길로 들어섰다.

다소 과감한 선택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전주의 신선한 식재료로 건강한 맛, 좋은 맛을 낼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채식이 가져올 수 있는 단백질 섭취의 부족은 콩고기로 대체하고, 전주 10미를 활용한 황포묵, 미나리 무침, 감 장아찌, 흑임자무샐러드, 묵말랭이, 호박무침, 콩나물무침 등 다채로운 전통음식 레시피로 손님을 맞이했다.

이런 변화는 예상보다 짧은 기간에 입소문을 내며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찾는 고객들을 불러들여 매출 상승으로 이어졌고, 가게는 코로나로 인한 경영위기를 무난히 극복하고 있다.

전주는 역사적인 맛의 도시이며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 슬로시티, 푸드플랜 선도도시로서 채식문화의 메카가 되기에 충분하다 할 것이다.

깨끗한 환경과 건강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의 욕구가 커져, 앞으로 채식문화는 대체육산업과 동반성장,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속가능한 도시 전주, 친환경 생태도시 전주로 나아가는 길에 채식친화도시 전주는 필수불가결한 명제가 아닐까.

/조현주 약선음식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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