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동물이라는 단어 앞에 “애완”이 아닌 “반려”라는 단어가 더 익숙한 사회가 되었다.

“알파, 위대한 여정”이라는 영화를 보면 “반려”의 의미를 아주 잘 보여주며, 2만년 전 늑대라는 동물이 어떻게 현대사회의 “반려” 동물인 개가 됐을지를 짐작케 해준다.

서로 적대적이었던 인간 케타가 늑대에게 알파라는 이름을 지어주며 친구가 되었고.... 알파는 맹수로부터 케타를 구해준다.

이후, 부상과 죽음의 문턱에서도 서로 포기하지 않고 품어주며 여정을 이어간다.

마지막엔 주인공 케타와 그 부족은 알파를 한 가족으로 받아들이며 영화는 끝이 난다.

“반려”의 뜻은 짝이 되는 동무를 말하며 인생을 함께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이 말은 곧 힘들다고 버리고 말을 안 듣는다고 학대할 수 있는 대상도 아니며 평생을 책임지며 함께 살아가는 내 가족, “반려자”를 의미한다.

“반려”의 시작은 1983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인간과 애완동물의 관계를 주제로 하는 국제 심포지움에서 동물학자이며 노벨상 수상자인 K.로렌츠가 개, 고양이, 새 등 애완동물의 가치를 재인식하는 과정에서 반려동물이라는 말이 시작되었다.

우리나라는 2007년 동물보호법 개정 이후 공식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하였고 이후 반려(애완)동물과 사육·관리에 대한 다수의 법률이 규정되었다.

그렇다면 현대사회에서 “반려” 동물은 어떤 존재일까? 시대가 변하고 사람들이 먹고사는 것에 대한 문제에서 벗어나면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이 보편화되었고 강아지, 고양이 뿐만 아니라 뱀, 이구아나, 거미 등 키우는 동물도 다양해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사람들이 추구하는 반려동물에 대한 존재가 자신을 표현하고 지위를 표출하는 매개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반면에 급격한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로 외로움과 관련된 케어 산업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며 반려동물을 통해 인간적 상호관계를 맺고 마음을 치유 받으며 반려자가 되기도 한다.

이렇듯 “반려” 동물은 개개인에 따라 SNS에 나를 어필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고 진정한 가족이기도 하다.

하지만 “반려”라는 표현이 무색하게도.. 최근 3년간 전국에 동물학대로 경찰에 입건된 건수는 18년 416건, 19년 723건, 20년 747건이며, 파양 또는 버려지거나 잃어버리는 유기·유실 동물 또한 매년 증가하여 2020년에 13만여마리의 반려동물이 구조 보호되었다.

이는 자기 중심적인 반려동물 문화에서 비롯된 사회적 문제로서 앞으로 사람과 함께 존재하며 살아가는 동물사랑 문화 인식의 변화가 절실히 요구되는 이유이다.

다행히 정부에서 “반려” 동물의 법적 지위를 높이고 동물의 생명 존엄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부 민법 개정(안)에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법 조항을 신설하여 동물 그 자체로의 법적 지위를 획득하고 반려동물을 포함한 동물의 권리에 대한 폭넓은 사회적 논의 과정을 거쳐 모든 생명 존중의 인식 전환이 기대된다.

반려동물 사랑의 실천은 동물등록에서 시작된다.

우리 도는 도농 복합지역으로 마당에서 키우는 개가 많다.

이 대부분의 마당개들의 지위를 보면 아직은 “반려” 견이 아닌 집 지키는 개인 듯하다.

농식품부 조사에 따르면 도내 마당개를 5.3만마리로 추정한다.

5.3만 마리 중 대부분의 개는 주인이 불러주는 이름은 있지만 이름표는 없다.

집 밖에 나간다면 찾지 못할지도 모른다.

‘16년 대비 ’20년 유실·유기 증가율이 군 단위 행정구역에서 월등히 높은 것을 보면 알 수 있다(시 53%, 군 211%).

물론 아직은 동물등록대행기관이 없는 동물등록 제외지역(도내 159개면 중 85개면)은 동물등록 제외대상이다.

하지만 동물보호법에 따라 견주는 반려견에게 사람의 주민등록증과 같은 동물등록증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동물등록은 곧 내 반려견의 정보이고 잃어버렸을 때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해주는 사랑의 끈이다.

동물등록제는 꼭 필요한 제도이며 내 반려견에 대한 책임의 첫걸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동물의 생명도 사람의 생명과 똑같이 존중받아야 하는 존엄한 존재이다.

일회용 생명은 없다.

아무 생명이란 없다.

“알파: 위대한 여정”의 주인공 케타와 늑대처럼 나의 가족인 “반려자”로서, 다른 누군가의 “반려자”로서 받아들인다면 그 해답은 나올 것이다.

/신원식 전북도 농축산식품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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