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은 영부인(令夫人)이라고 하면 무슨 생각을 제일 먼저 떠올릴까? 거의 예외 없이 '대통령의 부인'일 것이다.

사실 영부인의 사전적 정의는 '남의 아내를 높여 부르는 말'이지 대통령의 부인이란 뜻은 아니다.

하지만 일상에서 사전적 의미처럼 쓰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아마도 영부인이란 단어는 마치 대통령의 '령(領 : 다스릴 령)'이란 한자에 부인이란 단어를 붙여 쓰는 용어라거나 대통령 부인을 일컫는 영부인이란 단어가 따로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분명히 영부인은 대통령의 부인만을 일컫는 말은 아니다.

영부인이란 정확한 뜻을 알든 모르든 우리 국민은 영부인을 단순히 대통령의 부인이란 사전적 의미로 국한하지 않고 매우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대통령 부인의 지위와 품격을 곧 국격(國格)이라고 생각한다.

국격은 국가의 품격이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외적으로 대통령의 품격을 국격이라고 보는데 영부인의 품격 역시 이에 버금간다.

이러한 생각과 기대가 지나치거나 틀린 것일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지극히 평범한 생각이다.

임금의 아내를 국모(國母)라 했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으며 영부인을 지도자적 지위를 의미하는 퍼스트 레이디(first lady)라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으리라 본다.


최근 국민의힘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의 "우리가 대통령을 뽑는 거지 대통령 부인을 뽑는 것은 아니다"라는 발언이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이 말은 전혀 틀린 말이 아니다.

대통령선거는 대통령을 뽑는 것이 사실이다.

영부인을 선출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세 살짜리 꼬마도 다 아는 사실이다.

김 위원장의 말에 공감을 하는 국민은 얼마나 될까.

국민의 힘 또는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조차도 쉽게 동의하지 않으리라 본다.

김 위원장이 세 살짜리 꼬마가 아닌 한 김 위원장의 발언은 영부인의 국가적 품격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거나 무시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영부인의 품격이 곧 국격'이라는 공식(公式)이 부정되거나 사라질 수는 없음에도 말이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다.

김 위원장의 이 발언이 실린 기사 밑에 "정경심을 법무부 장관으로 뽑으려 한 적이 없어요"라는 말이 이를 증명해준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교수를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할 때에 조국을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한 것이지 조국 교수의 부인인 정경심 교수를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한 것이 아닌데 야당과 언론은 온통 정경심 교수를 심층적으로 검증하지 않았나? 법무부 장관의 부인에 대한 검증이 그 정도였는데 대통령의 부인이 될 사람이라면 그보다 더 엄격한 잣대를 가지고 검증해야 하는 것 아닌가?   대통령후보 부인의 허위이력이 대통령후보의 법적 결격사유는 아니지만 영부인으로서 대내적, 대외적 활동을 하는 가운데 국격을 실추시킬 수 있다면 도덕적 결격사유가 될 수 있으며 이러한 도덕적 결격사유는 법적인 결격사유보다 더 중대할 수도 있다.

도덕적 결함이 큰 대통령의 부인이 떳떳하게 국민 앞에 설 수 있으며 당당하게 국제무대에 데뷔할 수 있겠는가?대통령의 부인은 단순히 대통령 뒤에 그림자로 있는 존재가 아니다.

국내적으로나 국제적으로 공적인 활동을 수행해야 하는 공적인 인물이다.

단순히 한 개인으로서의 지위에 머물 수 없다.

공적 인물은 그에 걸맞은 품격과 실력이 있어야 하며 무거운 책임이 뒤따른다.

우리 국민이 생각하는 영부인이란 지위의 무게는 그런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 국민은 대통령후보뿐만 아니라 대통령후보의 부인에 대해서도 엄격한 도덕성을 요구한다.

우리 국민은 이를 매우 상식적이라 생각한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저 국격의 상승을 기대할 뿐이다.

/이로문 법학박사 민주정책개발원장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