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길선 전북대학교 교수(고분자나노공학과)  

지난 30여년간 대학교육현장에 있으면서 필자도 계속 배운다.

그 중에서도 원초적으로 중요한 것이 대학교수가 교육과 연구의 비율이 어느 정도가 제일 좋으냐 하는 것이다.

지방국립거점대학교 이공대의 경우에는 연구와 교육의 비율은 4:6 정도이다.

연구와 병행하면서 고등학교 때 교육기회의 균등에서 도태된 학생들에게 교육 기회의 균등을 재차 주는 의미도 있다.

예를 들면 수포자에게 수학의 재미를 준다던지, 영어실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에게 영어의 재미를 주는 것이다.

연구에 재능이 있는 것을 찾아주는 것도 이 범주에 속한다.

따라서 강의과목수가 한 학기에 3과목(9학점), 두 학기에 6과목 이상의 엄청난 책임시수로 강의해야 한다.

KAIST·포항공대·GIST 등의 연구중심대학은 8:2까지도 연구위주로 수행한다.

강의는 1년에 2과목으로 교수에게 강의부담을 줄여 연구에 집중하게 하는 것이다.

연구에 관심이 없거나 연구비 수주가 되질 않아, 주로 강의하는 교수는 2:8~0:10 정도까지 강의와 연구의 비율을 조정한다.

이는 교수의 전공분야에 따라 상이하다.

어느 교수 건 학생한테 강의를 포함한 교육시켜야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러한 기능과 레벨에 따라서 고3년을 마친 학생들을 배치하는 것이 수능의 주 임무이다.

바꿔 말하면 고등3년 교육이 잘 되었나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능이 수능평가시스템이다.

이러한 평가시스템에서 대학수능시험은 수능점수를 잘 획득했느냐가 관건이다.

이 성적에 따라서 학생의 위치에 맞는 대학과 적성에 맞는 전공분야를 택하게 되는 것이다.

해방 후부터 시작한 예비고사·본고사 시스템은 1980년대 초반까지 수행됐고 1980년대 중반에서부터 시작한 수능 시스템은 현재에 그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느냐에 많은 의문을 낳게 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건이 지난 11월 18일의 2022년 수능 중 생명과학Ⅱ의 20번 문항이다.

수험생들이 자체모임을 만들어 세계석학인 스탠퍼드대 조너선 프리처드 석좌교수에 질의한 결과 “터무니없이 어렵고 사실상 풀기 어려운 문제”라고 지적했다.

결국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이들의 소송에 패하여 응시자 전원에게 정답 처리했다.

물론 대학입시의 결과도 뒤죽박죽 되고 당락도 뒤바뀌었다.

고3 수험생을 둔 부모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이 생명과학Ⅱ에서 일어난 일들이 이 과목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모든 과목의 문제들이 비상식적으로 어렵다.

한정된 교과목의 범위 내에서 너무나도 쉽게 가르친 내용으로, 이미 30여 년 동안 대부분이 기출된, 즉 우려먹을 대로 우려먹은 문제들에서 변별력을 요구하다 보니 문제를 배배 꼬아서 제출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지문이 반 페이지에 이르러 시간 내에 읽기도 힘들고, 그 많은 단어에서 단 하나의 단어로 함정에 빠지게 하며, 아주 지극히 지협적인 부분에 치우춰 문제의 전체의미를 상실하게 해 말 그대로 이상하게 출제된다.

출제자마저도 만점을 획득하기 어려우며 대학 2~3학년 재학생들도 60~70% 밖에 못 맞춘다.

30년 정도 교수 생활해도 거의 못 푼다면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인가?모든 수능이 암기 위주로 변했다는 뜻이다.

우리 수험생들이 중·고교 6년 동안 일초도 쉬지 못하고 계속 공부했다는 결과가 이렇게 참담하다.

이 모든 것이 이해찬 세대로 표현되는 2003년에 시작한 7차 교육개정과 어느 과목 한 과목이나 무엇이던지 하나만을 잘해도 대학을 갈 수 있게 한다는 정책을 시작한 이후에 생겨난 현상이다.

암기위주의 경직되게 교육된 학생들에게 세계8대 경제대국에 적합한 창조적이며 독창성이 있게 재교육시키는 것을 고스란히 대학교수들이 덤터기를 쓰고 있는 것이다.

수능점수가 없어도 대학을 들어갈 수 있는 현실에서 현재의 평가제도가 적합한지 의문이 든다.

현재 대한민국은 일인당국민소득(GNI)가 3만2천 달러이며, 10년 이내에 6만 달러에 도달할 예정인데, 아직도 3~8천 달러 시대의 수능제도가 우리 아이들을 괴롭히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현재 잘 살고 있게 만들어 주는 과학기술은 창의성·독창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 암기력·획일성은 아니다.

수능으로 대학입시를 주로 결정하는 정책은 변경해야 한다.

더구나 고교졸업생 모두가 수능과 관계없이 대학을 진학할 수 있다.

이러한 상태에서 4차산업혁명시대와 세계경제를 주도해야 하는 과학기술을 구사할 수 있는 창의성과 독창성을 부각시키는 대입 수능 개혁의 최적기가 도래한 것이다.

/강길선 전북대학교 교수(고분자나노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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