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독립투사와 사회주의 제왕의 만남

<이병주>님의 '그 테러리스트를 위한 輓詞'는 소설이지만 실존 인물에 대한 기록이라 합니다.

청춘의 피를 들끓게 한다고 해야 할까요.

20대 초반에 밤을 지새울 정도로 감동 받았었습니다.

테러리스트지만 메시아적인 주인공이랄까, 주인공 <동정람>선생에게 저같은 소시민의 편협한 도량이 한없이 부끄러워지게 만들었습니다.

그와 친구인 <경산> 선생에 대해서는 아무리 아나키스트로서 독립운동을 한 테러리스트이고, 결혼도 하지 않아 자손도 없었다지만 국가유공자 명단에도 없어서 진위 여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말미에 작가가 두 분이 실존 인물이며, 소설은 그들과의 대담 내용에서 1.5배 정도 픽션을 가미했다고 밝혔으니 믿어야겠죠.

老테러리스트는 지금 읽어도 탄복할 정도로 박학다식한데다 <장 피에르 랑팔>의 싸대기를 때릴 정도의 피리의 명인으로 나와있으니 일단 詩書藝를 모두 갖췄다 봐야하니 그저 넘사벽의 인물이라 하겠습니다.

유라시아를 휘젖고 다닌 테러리스트지만 용서를 할 줄 아는 따뜻한 인물이죠.

소설의 예술성으로 보자면 판단을 유보해야 하지만 방대한 대하 소설로 만들 수 있을 만한 인물을 간결한 중편소설로 만든 것은 <동정람>선생과 친구 <경산>선생에 대한 존경심 때문으로 보입니다.

이런 책은 명작 여부를 따지지 않고 읽어야 합니다.

<동정람>선생은 당시 <레닌>과 만난 유일한 한국의 생존 인물이었다 합니다.

건강했을 때, 즉 쓰러진 1922년 이전에 만난 <레닌>에 대해 회고한 내용 중에서 쇼킹한 대목이 있었습니다.

집권하고 신경제 정책을 채택한 것은 역사에서는 과도기적 선택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만 <레닌> 이 <동정람>선생에게 공산주의는 절대 성공할 수 없는 체제라는 말을 했다 합니다.

그의 속내는 러시아 공화국에 필요한 것은 봉건적 왕정과 부르주아 연합 정권을 전복하여 프롤레타리아의 세상을 만드는 것이고, 방법론으로 사회주의가 필요할 뿐 시장을 중시하는 경제가 필요하다 본 것이죠.

그가 생존시에 정치국에서 좌파인 <트로츠키>, <부하린> 등과 끝없는 토론으로 시장을 지켜낸 이유가 상황의 필요 때문만은 아니었다는 내용입니다.

그외에 <레닌>과 만난 사회주의 계열 한국 독립 투사 중 주도면밀한 <여운형>선생보다 어딘가 허점이 많은 <이동휘>선생을 훨씬 좋아했다는 인간적인 대목이 있습니다.

즉 인류 최초의 공산 혁명을 성공시킨 인물이 공산주의 자체를 부정하는 언급을 한 것이고, 혁명을 성공시키기 위해선 가혹한 행동강령을 관철시킨 인물이 실은 넉넉한 인간미의 소유자를 좋아했다는 것이죠.

<레닌>의 위대함을 빛내주는 일화로 여겨집니다.

굳이 이 책을 이번에 소개한 이유는 <레닌>이 자식처럼 사랑한 <부하린>에 대한 책을 다음에 정밀히 알려드리려는 사전 작업입니다.

/박정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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