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물류센터 공사장 화재 38명 사망 계기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 본격 시행
중대시민재해 공중시설-제조물결함 사망
중대산업재해 산업재해 사망-부상자 해당
사업주 7년이하 징역 1억이하 벌금 부과
도내 중대재해 증가세 건설업 46.6% 최다
소규모 건설업 노무관리 없어 근심 늘어가
의무조항 너무 방대-모호함 납득 힘들어
건설단체총연합회 "업체당 현장 수백개
건설사 대표 모든 현장 안전관리 어려워"
경영책임자 범위 안전-보건 의무 불명확
9월 시행령 구체화 미비점 해소 역부족
고의-중과실 없을 경우 면책 입법 필요

13일 오전 광주 동구 학동4 재개발 구역 철거 건물 붕괴 사고 현장 건너편 도로에 피해자를 추모하는 꽃다발과 손편지가 놓여있다. 지난 9일 오후 4시 22분께 이곳에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붕괴하며 잠시 정차 중이던 시내버스를 덮쳤다. 이 버스에 타고 있던 17명 가운데 9명은 숨지고 8명은 중상을 입었다.  /연합뉴스
13일 오전 광주 동구 학동4 재개발 구역 철거 건물 붕괴 사고 현장 건너편 도로에 피해자를 추모하는 꽃다발과 손편지가 놓여있다. 지난 9일 오후 4시 22분께 이곳에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붕괴하며 잠시 정차 중이던 시내버스를 덮쳤다. 이 버스에 타고 있던 17명 가운데 9명은 숨지고 8명은 중상을 입었다. /연합뉴스

 

오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이 마침내 시행에 들어간다.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여론이 확산된 직접적 계기는 2020년 4월 발생한 이천 물류센터 공사장 화재로 38명이 사망한 사건이다.

이후 지난해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이 1년 간의 유예기간을 마치고 본격화하는 것이다.

이 법은 중대한 인명피해에 해당하는 산업재해가 발생한 경우 형사처벌 대상에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을 포함시켜 사고를 미연에 막겠다는 취지로 출발했다.

법안의 취지대로 안전에 대한 규제 강화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문제는 안전을 강화하려는 뜻에는 공감하지만 책임이 모호하고 사각지대가 여전하다는 점이다.

경영책임자 범위는 어디까지이고 준수해야 할 내용은 무엇인지 불분명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라는 것이 경영계의 주장이다.

해당 기업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준비를 서두르고 있지만 시행 초기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눈 앞으로 다가온 중대재해처벌법의 문제점과 논란을 짚어 본다.

/편집자주  

▲눈 앞으로 다가온 ‘중대재해처벌법’ 어쩌나

“코로나19로 가뜩이나 기업경영이 힘든 시기인데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다고 하니 걱정이 이만 저만 아닙니다. 중대재해가 발생하더라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근로자와 사업자 책임인지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혼란스럽습니다. 시행 초기 혼란을 예상하는 업주들이 많은데 하루빨리 명확한 책임 규정 정립이 선행돼야 하지 않겠습니까” 전주시내 한 중소기업인 A씨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속내를 털어놨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10여일 앞으로 다가오자 중소기업과 공기업, 건설사, 대형유통기업 등 해당 업체들 마다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천 물류센터 공사장 화재로 38명이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지난해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이 1년간의 유예기간을 마치고 27일부터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표 참조> 이 법은 서울 구의역 스크린도어 김 군 사고와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작업 중 사망한 고 김용균(당시 24세)씨 사고로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된 뒤 안전에 대한 규제를 보다 강화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중대재해처벌법은 5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적용되며 50인 미만 사업장은 오는 2024년 1월 27일부터 적용을 미뤘다.

또 5인 미만 사업장은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크게 물류창고 화재와 같은 ‘중대산업재해’와 가습기 살균제 사건 같은 ‘중대시민재해’로 구분된다.

두 가지 중 재계에서 문제삼고 있는 부문은 기업 또는 노동자와 연관성이 높은 ‘중대산업재해’다.

중대시민재해는 특정한 원료나 제조물, 공중이용시설, 대중교통수단의 결함으로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거나, 부상자가 10명 이상 나오는 경우를 말한다.

중대산업재해는 산안법상 산업재해로 사망자가 1명 이상, 부상자가 2명 이상 나올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의 안전 확보 노력이 미흡한 상태에서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할 경우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부상이나 질병이 발생하면 사업주에게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또한 사업주나 법인이 손해액에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했다.

문제는 중대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최고경영자, 즉 ‘CEO’가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법에서는 경영책임자를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해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CEO 또는 안전담당이사가 여기에 해당될 수 있다.

또 사업주는 ‘자신의 사업을 영위하는 자, 타인의 노무를 제공받아 사업을 하는 자’로 명시했다.

이 때문에 중대재해 발생시 안전이사뿐만 아니라 CEO와 대주주도 처벌 대상에 포함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처벌 대상과 재해범위 등에서 책임이 모호하고 명확하지 않은데다 안전관리책임자뿐만 아니라 대표이사, 사업주에도 처벌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경영계의 논란을 사고 있다.

▲전북지역 사업장도 중대재해 ‘발등에 불’  

전북지역 사업장에서도 여느 사업장과 마찬가지로 산업재해는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전북의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은 2018년 3곳, 2019년 4곳, 2020년 15곳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12월 30일 고용노동부 공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전북지역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중 건설업은 7곳으로 가장 많은 46.6%를 차지했다.

이어 농업이 2곳으로 13.3%를, 이외에 식료품 제조업, 기계기구ㆍ금속ㆍ비금속 광물 제품 제조업, 철도ㆍ항공ㆍ창고ㆍ운수 관련 서비스업, 육상ㆍ수상 운수업, 어업, 시설관리ㆍ사업지원 서비스업이 각각 1곳으로 나타났다.

반면, 전국에서 지난해 발생한 산재 사고 사망자는 828명으로, 1999년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소를 기록했다.

연도별 사망자는 지난 2012년 1천134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4년부터 900명대를 유지하다 2019년 855명, 2020년 882명으로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건설현장은 업역 특성상 사망사고 등에 해당하는 중대재해가 많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건설사들은 철저한 안전관리만이 리스크를 줄이는데 반드시 필요한 부분으로 인식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보름 정도 앞두고 산재 발생이 많을 수 밖에 없는 건설업체들의 근심은 늘어만 가고 있다.

특히 기존에 노무관리를 받지 않고 있던 소규모 업체 등에서도 산업재해 관련 처벌 여부 등에 대한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건설사들은 안전관리에 대한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법의 기본 취지에도 공감하지만 의무조항이 너무 방대하고 모호하다는 것을 납득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건설업계 등 기업에서는 정부가 법 시행 전 모호한 의무기준을 정비하고, 안전관리에 드는 비용이 하위 업체에 전가되는 부작용이 생기지 않도록 보완입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는 지난해 “건설업체는 한 업체당 수십, 수백 개의 현장을 관리하고 있는데 해당 건설사 대표가 모든 현장의 안전을 관리할 수는 없다”며 “사고가 나더라도 최고경영자를 구속한다는 것은 지나친 조치”라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전북지역의 한 건설업체 A씨는 “오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대비해 전북지역 건설업체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새해 벽두 들어서도 법안이 속속 발의되고 있지만 책임이 모호한 처벌 규정에 대해서는 보완입법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책임 모호한 중대재해처벌법 보완해야” 

새해 들어 건설현장의 안전관리 규제를 강화하는 입법이 줄줄이 추진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과 건설안전특별법 외에 건설 현장의 안전관리 규제를 강화하는 입법도 추진 중이다.

최근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방자치단체별 산업안전지도관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은 ‘산업안전보건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은 산업재해 예방 효과를 높이도록 안전관리전문기관 역할을 확대하고, 의무 사항과 연계된 벌칙 규정을 강화하는 내용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산업계는 안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각종 법률을 통해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정부의 취지에는 일정부분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규제를 늘려가는 것 보다 이미 만들어진 제도 아래에서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현장에서 노동자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 발생 시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면 처벌할 수 있도록 한 법이다.

문제는 경영 책임자라는 범위가 명확하지 않고, 안전ㆍ보건의 의무라고 하지만 준수해야 할 내용도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특히 처벌의 대상이 되는 ‘경영책임자 등’의 의미와 범위는 더욱 모호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안전ㆍ보건에 관한 예산ㆍ조직ㆍ인력 등 안전보건체계 구축 등에 전적인 권한과 책임을 가지는 등 ‘안전ㆍ보건 의무 이행에 최종적인 의사결정을 가진 사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노동관련 전문가들은 이 같은 해석에 대해서도 대표이사 등 최고 책임자와 소위 안전관리책임자와의 권한과 책임의 범위 등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을 경우가 있어 해답이 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논란 때문에 정부는 지난해 1월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이후 같은 해 9월 이를 보다 구체화한 시행령을 만들었다.

또 지난해 연말에는 관련 해설서까지 마련했지만 미비점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북지역의 한 중소기업 대표 B씨는 “많은 기업들이 중대재해처벌법을 준비하지 못하고 있고, 의무사항이 무엇인지 명확히 이해하기 어려워 애로를 호소하고 있다.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경우 면책될 수 있는 최소한의 보완 입법이 시급하다”며 “사업주 책임을 강하게 묻는 만큼 현장 중심의 지원을 강화해 법 준수 의지가 있는 기업들이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신우기자 l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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