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래기

시인 오석주


바람 맞고 비 맞고
눈 맞고 서리 맞으며

말라 비뚤어 지면서
내 한몸 바스러져도
나 키워준 사람들
밥상에 올라

그들에게
즐거운 낙을 준다면
나 더이상 무얼 원하랴
더이상 무얼 바라랴

촛불이 그러하듯
연탄불이 그러하듯
자신을 태워가면서
남을 기쁘게 한다면

그것이 세상 태어난
사명이며 보람일진대
왜 사람만 위정자들만 그걸 모르고
날마다 진흙탕 개싸움질 하는가

자! 이제 우리들 모두
촛불에서 배우자
연탄불에서 배우자
시래기에서 배우자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