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슬렁어슬렁 전북여행길
구룡마을 2.1km 방향
300년된 느티나무 보호수
대나무숲 50,000㎡ 군락지
드라마 추노-영화 활 촬영
생금밭 별칭 중요소득 자원
시원한 경관 스트레스 해소

걷기 좋은 날씨라고 하면 요즘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숲속 길을 걷는다면 나무들이 만들어 주는 그늘까지 더해져서 다리만 아프지 않으면 종일 걷는다 해도 상관없을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 걸어 보았던 미륵산 둘레길은 지난 3월부터 타지역 거주자들을 대상으로 매달 진행하고 있는 ‘어슬렁어슬렁 전북여행 길’ 테마 코스였습니다. 

미륵사지에서 시작하여 구룡마을 대나무숲을 한 바퀴 돌고 다시 미륵사지로 돌아오는 경로였습니다. 투어 매니저의 인솔에 따라 걸었던 천리길을 연계한 길테마 여행지 ‘미륵산 둘레길’을 소개하겠습니다. 
 

▲시작은 미륵사지에서

오후 2시에 미륵사지에서 출발하는 행사라 10분 전에 도착하도록 서둘렀더니 여유 있게 도착해 미륵사지의 광활한 잔디도 보고 눈이 호강했습니다. 

투어 매니저의 둘레길을 걸으면서 주의해야 할 사항을 듣고 곧바로 출발했습니다. 미륵사지를 대각선으로 가로질러 울타리 밖으로 나가면 미륵산 둘레길이라는 안내판이 나옵니다. 

기와지붕 모양 같은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니 ‘구룡마을 2.1 km’입니다. 오르막길을 따라 숲에 들어 들어서니 시원한 서늘함이 기분 좋게 느껴집니다. 어슬렁어슬렁 전북여행 길은 여행객들의 안전과 건강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기에 무리가 되지 않는 길을 선택한다고 합니다.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생태자원을 활용한 이색 테마여행이라는 주제답게 길을 걸으면서 떨어진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도 함께 하기에 걷는 사람들 손에는 집게와 봉투가 들려 있습니다. 야자매트가 깔린 길도 있고 사람들이 걸으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흙길도 있었습니다. 세 갈래의 갈림길이 나왔는데 위로 가면 기양저수지로 가는 길이고 가운데 길은 구룡마을로 가는 길입니다. 구룡마을로 가는 길은 한 사람이 지나갈 수 있는 좁은 산길이라 한 줄로 걸어갔습니다. 서두를 일도 없으니 천천히 주변도 둘러보기도 하고 크게 심호흡하며 맑은 공기도 들이켜 보면서 걸어갔습니다. 숲이 만들어 주는 청정한 공기와 시원한 그늘을 즐기며 걷는 길이 무척이나 좋았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발만 움직이며 걷는 길이 이게 바로 힐링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마음이 평온했습니다.

 무왕길과 미륵산 둘레길 중복구간이라고 쓰여 있었는데 우리가 모르는 꽤 많은 걷는 길이 있나 봅니다. 투어 매니저가 설명해 주는 나무 이야기, 길 이야기를 들으면서 계속 걸어가 봅니다. 숲속에도 쉼터가 조성되어 있습니다. 

조금 넓은 공터에 놓여 있는 의자에 앉아 잠시 숨을 고르며 땀도 식혔습니다. 바쁘게 가지 말고 쉬엄쉬엄 쉬다가 가라는 의미의 쉼터인가 봅니다. 구룡마을 대나무숲을 돌고 다시 돌아오는 길에 이곳에서 보물찾기하겠다는 투어 매니저의 말에 어른들도 설레나 봅니다. “와‘하는 환호성에 웃음이 절로 납니다. 힘을 내서 다시 걸어가 봅니다. 
 

▲ 구룡마을 대나무숲의 한가운데서

걷는 길에 대나무들이 간간이 보였습니다. 이제 구룡마을에 접어들었나 싶더니 마을이 보이고 커다란 보호수가 눈에 들어 왔습니다. 구룡마을의 일부가 맞긴 한데 대나무숲은 더 가야 한다고 합니다. 

300년이 넘도록 구룡마을을 지켜왔을 느티나무가 마을을 찾아온 방문객들을 맞아주는 듯 했습니다. 넉넉한 가지 밑에 평상을 깔아 놓고 앉아 있는 어르신과 바둑이 한 마리가 그림 같습니다. 

가지 사이로 비추는 눈부신 햇빛도 다정하게 느껴집니다. 평상에 앉아 잠시 눈을 감고 바람 소리를 들어 봅니다. 이렇게 살다 보면 아무런 고민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평화로운 풍경을 눈에 담고 다시 길을 나섰습니다. 

멀리 보이는 대나무숲이 우리의 목적지인 구룡마을 대나무숲이었습니다. 미륵산 자락에 있는 구룡마을 대나무숲은 전체면적이 50,000㎡ 정도로 한강 이남의 최대 대나무 군락지라고 합니다. 

대나무숲의 시작점으로 가려면 논두렁길을 걸어 10분 정도 더 가야 했습니다. 남쪽은 아직 모내기 준비를 하지 않는지 논에는 풀들이 가득했습니다. 밭은 뭔가를 심을 준비를 하는지 잘 갈려있고 구획도 정리되어 있습니다. 한창 자라고 있는 마늘밭도 있습니다.

드디어 좌우로 대나무가 무성한 숲에 들어섰습니다. 하늘을 찌를 듯이 쭉쭉 뻗어 있는 대나무가 늘씬한 자태를 뽐내듯이 숲을 이루고 있습니다. 분포하고 있는 대나무의 수종은 주로 왕대이며 일부 구간에 오죽 또는 분죽이라 부르는 솜대가 자라고 있다고 합니다. 구룡마을의 대나무숲이 우리나라에 분포하는 대나무의 주요 수종인 왕대의 북방한계선에 있기에 왕대가 많이 자라고 있는 것이랍니다. 더욱이 다른 지역의 대나무숲과 다르게 마을 한가운데 있어 경관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생태적인 가치도 높은 곳이랍니다.

구룡마을을 방문한 이들에게 길을 안내해 주는 듯 느티나무에서부터 따라온 바둑이가 대나무를 구경하던 중간에 사라져 걱정했더니 개들은 자신이 아는 장소까지만 갔다가 자신의 구역으로 돌아간다고 하네요. 돌아갈 집이 있는 바둑이인 것 같아 다행이었습니다. 

대나무숲 우물터에서 잠시 자유시간을 가졌습니다. 대나무숲을 한 바퀴 둘러보았는데 명상의 길, 만남의 광장, 소통의 길을 따라 걸으면 숲을 다 돌아보는 셈이 됩니다. 

대나무숲 길을 걸을 때면 발아래를 살펴보며 걸어야 합니다. 대나무 뿌리가 서로 엉켜 흙을 뚫고 드러나 있어 자칫 뿌리에 걸려 넘어질 수도 있습니다. 대나무들의 수다스러운 속삭임을 들으면서 걷다 보니 끝없이 이어지는 대나무들이 경이로웠습니다. 

구룡마을에서 재배되는 대나무로 만든 죽제품은 우리나라 3대 오일장의 하나였던 강경 오일장을 통해 인근 지방뿐만 아니라 충청도, 경기도 지방까지 제공되었던 역사적인 전통이 있다고 합니다. ‘생금밭’이라 불릴 정도로 익산지역 경제의 중요한 소득 자원이었답니다. 경관도 아름다워 드라마 ‘추노’ 촬영지이기도 하고 영화 ‘활’도 촬영했답니다. 

대나무숲의 아름다운 경관을 실컷 구경한 뒤 구룡마을 길로 돌아왔습니다. 오는 길에 숲속 쉼터에서 보물찾기로 획득한 나무 컵 받침도 이번 여행의 즐거움에 한몫했습니다. 

집결지인 미륵사지에서 다시 모여 모아온 쓰레기 봉지도 반납하고 어슬렁어슬렁 전북여행길 여권에 도장도 받으면서 길테마 여행을 마무리했습니다. 전라북도 외 타지역 거주자에게 전북만의 색다른 길을 소개하고 있는 ‘어슬렁어슬렁 전북여행 길’에 참여해서 몸과 마음을 힐링하고 싶다면 전북관광마케팅 블로그에서 신청하면 됩니다. 천천히 걸으며 재미와 스트레스 해소까지 느껴보시기를 바랍니다.  

/전북도 블로그기자단 '전북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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