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만-이동근-오무균
비둘기-화조도-생명
갯벌소재 등 개성담긴
색채-회화적 표현 눈길

이종만, 이동근, 오무균의 독특한 작업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3인전’이 다음달 15일까지 청목미술관에서 열린다.

전북 현대미술사에서 3인전은 의미가 있다.

하반영, 유휴열, 박민평 작가는 1975년 첫 3인전을 시작해 20여 년간 전시했다.

90년대 이후에 이흥재, 선기현, 김두해는 사진 설치와 서양화까지 다양한 장르로 3인전을 지금까지 활발하게 진행해오고 있다.

이번 전시는 ‘이종만·이동근·오무균’ 작가의 3인전으로 그들의 4번째 전시이다.

‘이종만·이동근·오무균’ 작가의 ‘3인전’은 1998년 200호 전을 시작으로 전북예술회관에서 열렸다.

두 번째 전시는 2001년 11월 이동근갤러리에서 진행되었다.

세 번째 전시는 2009년 전주 예치과의 초대전으로 전북예술회관에서 진행이 되었고, 이번 전시는 네 번째로 청목미술관에서 초대전으로 기획됐다.

이 조합은 현재 전주권 미술계의 관점으로 봤을 때 흥미롭고 중요하고 비중 있는 작가들의 전시로 꼽을 수 있다.

갈수록 미술시장의 파워에 흔들려가는 화단의 세태를 돌아볼 때 이 작가들의 작품은 심오하고 진지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7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내고 지금껏 예술이라는 문제를 가슴에 품고 추구해온 각자의 내공이 각기 다른 색깔과 의미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이종만
이종만

이종만은 빠르고 시원스러운 붓질로 ‘비둘기’, ‘화조도’ 등을 그려 주목을 받아온 작가이다.

그대상을 그린다기보다 그리지 않는 방식으로 그려나간다.

우연히 마주친 살림집 옥상의 비둘기를 마주치고 영감을 얻었다는 그는 비둘기의 순간적인 동세를 놓치지 않기 위하여 미리 12개 정도의 그릇에 색채를 마련해 두고 빠르고 굵직한 필치만으로 그림을 만들어간다.

그것은 추상회화의 격정적인 몸짓이면서도 구체적으로는 비둘기 또는 목련 같은 대상성을 암시하며 순간적 감흥을 중시하면서도 어디까지나 회화적인 작업이다.

이동근
이동근

이동근의 회화는 정교하고 정연한 사실 화풍에서 점차 색채를 강조하고 형태를 변형시키는 방향으로 변모해왔는데, 정읍의 수청리 저수지에 화실을 옮긴 뒤로는 더욱 ‘생명’이라는 주제와 결부되는 자연스럽고 목가적이며 신화적인 방향으로 본격적인 변용을 시도하고 있다.

그림은 구상성에 근거를 두면서도 대담한 데포르메와 회화적 평면성 그리고 오방색을 연상시키는 감성적 색채를 구사해 구상성을 잊게 한다.

이렇게 재주가 번득이는 작가의 기본적 정서가 자연 친화적이라는 것 또한 이채롭다.

오무균
오무균

갯벌을 소재로 30여 년 작업해온 오무균은 갯벌작가로 잘 알려져 있고, 또 광활하고 적막하고 텅 빈 갯벌이라는 공간에서 무엇을 그릴 게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바로 그 그릴 게 없다는 것을 회화적으로 구현해낸다는 점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동문 사거리 ‘백작’으로 불리는 그는 매일 마시다시피 하는 와중에도 온화하고 품위를 잃지 않는 태도를 견지한다.

갯벌 그림 역시 텅 빈 공간을 바라다보는 사유의 기품을 보여준다.

파도에 쓸려간 듯한 흔적들, 남겨진 것들은 무엇이고 사라진 것은 또한 무엇일까 자못 궁금증을 유발한다.

장석원 미술평론가는 “오늘의 회화가 장식 이상의 무엇이어야 하고, 돈으로 팔려나가기 이전 고유의 가치를 발하여야 한다는 명제에 동의한다. 그렇다면 회화는 무엇이 되어야 할까? 작가는 항시 이런 문제에 대하여 고민하는 사람이고, 그것을 회화적으로 표현하는 사람들이다”며 “이 와중에 실수를 거듭하면서도 자신만이 갈 수 있는 길을 추스르고 가는 사람들이다. 3인전이 그러한 불씨를 거듭 키우면서 어디서 보아도 그 불꽃을 인지할 수 있는 모임으로 커나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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