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시대에 따라 늘 새롭게 해석된다










‘카리스마’

역사는 시대에 따라 늘 새롭게 해석된다. 숙종과 인연을 맺어 왕자 윤(경종)을 낳아 희빈이 되어 인현왕후를 폐위시키고 왕비에 올랐으나 인현왕후의 무고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폐위되는 장희빈에 관한 이야기는 소재 자체가 지닌 극적인 요소 때문에 여러 차례 극화되었다.

KBS-2TV가 이번에
새로이 제작한 김선영 작, 이영국, 한철경 연출, 100부작 특별기획드라마 <장희빈>은 투기와 권력의 화신으로 각인되었던 장희빈의 이미지를
깨고 조선 역사상 가장 당쟁이 치열했던 시기를 살았던 장희빈의 삶을 통해 21세기의 새로운 여성상을 제시하고자 한다.

어머니 윤씨(이보희분)가 자의대비(강부자분)의 6촌 조사석의 부인에게 수모를 당하고, 큰아버지가 경신환국에 연루되어 죽는 것을 목격한
중인신분의 옥정(김혜수분)은 수모를 당하고 사느니 차라리 죽는 편이 낫다고 절규하며 신분 상승의 의지를 불태운다.

그러나 궁인이 되어 임금의 총애를 받겠다는
드라마 초반의 설정은 지나치게 작위적이다. 인물의 성격은 극적 사건을 통해 형성화되어야 한다. 그러나 장옥정의 성격은
사건의 진행을 통해 형성화되지 않는다. 카리스마를 지닌 장희빈을 그리겠다는 제작의도는 냉철한 이성을 가진 여인으로서의 장희빈이 아니라 감성만을
자극하는 요부 장희빈의 이미지를 재창조하고 있다. 속살이 다 비치는 깨끼 속옷을 입고 방중술을 연마하는 모습이나 가슴이 다 드러나는 목욕장면을
부각시키는 것은 여성의 무기가 정신이 아니라 몸이라는 것을 강조할 뿐이다. 숙종과의 관계에서 장희빈이 오로지 숙종의 “마음”만을 원한다는
것이나, ‘용정’을 잉태하겠다는 것으로는 장희빈을 능동적인 여성으로 형성화하는데는 역부족이다.

대부분의 사극이 여성들을 타인에 의해
움직이는 수동적인 인물로 그리는데 반해 <장희빈>은 자신의 의지로 행동하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여성을
보여주는 듯 한다. 그러나 실제로 대비(김영애분)와 자의대비의 갈등은 서인과 남인의 남성적 권력구도에 의한 갈등이며, 장옥정 또한 서인세력의 권력독주를
견제하려는 남인들의 음모에 의해 투입된 인물이다. 인현왕후(박선영분) 또한 숙종을 조종하려는 서인의 정치적 목적에서 투입된다. 장희빈과 인현왕후의
갈등 또한 주체적 인물들의 갈등이 아니다. 여성들이 자신의 신분상승의 의지에 의해 자신의 운명을 선택하고 개척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남성들의
권력투쟁의 대리인임을 보여준다.

장희빈을 남성들의 권력투쟁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지켜나가는 당당한 여성으로 형성화하려면 새로운 인물을 창조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장희빈과 인현왕후의
갈등을 현모양처와 요부의 단순한 대비구도로 만든다면 기존의 <장희빈>과 별 차이가 없을 것이다. 여성 연기자의 몸이나 노출시키는 것으로
적극적인 여성상은 결코 창조될 수 없다. 그렇지 않으면 ‘에로사극’이란 비난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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