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석은 왜 드러내지 않는가

2017-04-19     김일현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대선을 치르고 나면 결과와 상관없이 이춘석 같은 이를 중용해야 한다.

이춘석 의원이 호남의 유일한 지역구 3선 의원이라든지 국회 탄핵소추위원으로 활동했다든지 하는 그런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오늘날의 민주당을 만드는 데 핵심적으로 기여한 이들을 챙기는 건, 5.9 대선 이후 차기 지도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현 더불어민주당, 그 당사(黨史)의 주요 페이지를 장식한 건 이춘석이다.

#1. 불과 1년 여 전, 2016년1월13일.

더불어민주당 이춘석 의원은 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탈당으로 도망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민주당에선 탄성이, 국민의당에선 탄식의 한숨이 쏟아졌다.

당시는 안철수를 정점으로 하는 국민의당 발 ‘녹색돌풍’이 일고 있었다.

국민의당 입장에선 광주전남-전북에서의 돌풍을 수도권으로 연결시키기 위해선, 전북이 핵심 전략지역이었다.

이미 전북에선 유성엽 의원을 필두로 김관영 의원 등 쟁쟁한 현역이 국민의당에 합류했다.

따라서 익산의 이춘석 의원까지 탈당하면 전북의 민주당은 상당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컸다.

이 의원의 탈당설을 잠재우는 게 민주당의 시급한 과제였다.

이에 앞서 1월6일 이 의원의 부친상에 문재인 당시 대표가 조문했다.

문 대표는 빈소에서 이 의원과 대화를 나눴고 당 사정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이후에도 당 지도부는 이 의원의 당 잔류를 요청했고 이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탈당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도내 10개 선거구 전역을 석권하고 수도권까지 녹색바람을 북상시키겠다고 기세를 올렸던 국민의당 바람은 결국 익산에서 멈췄다.

국민의당이 호남권에서 수도권까지 올라가지 못했던 주요인 중 하나는 바로 이춘석의 ‘잔류’였다.

만약 이 의원이 탈당해 국민의당으로 합류했다면 오늘 20대 국회의 국회 의석수 및 대선 구도는 지금과는 판이하게 달라졌을 것이다.

#2. 2017년4월16일.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은 국민주권선거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김원기 전 국회의장이 명예선대위원장을, 상임선대위원장단은 김춘진 도당위원장과 김수곤 전 전북대총장, 김윤덕 전 국회의원, 이상직 전 국회의원, 조현 씨 등으로 구성됐다.

그리고 이춘석 의원과 현역 초선인 안호영 의원 그리고 김성주, 한병도, 하정렬, 박희승 지역위원장과 몇 명이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다.

김춘진 상임선대위원장은 “통합선대위를 구성해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말했다.

선대위 발표 며칠 전, 이 의원과 의원회관에서 차를 한 잔 했다.

이 의원은 “선대위 구성 과정에서 투톱 중심으로 하자는 의견이 나왔는데 저는 저보다 다른 분들을 앞에 모시라고 했다.

선대위가 통합해서 선거에서 이기는 게 중요하지 제가 투톱으로 나서느냐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이 의원은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고 선대위 구성에서도 앞으로 나서지 않았다.

전북주권선대위가 큰 잡음 없이 구성된 것은 김춘진 도당 위원장과 이춘석 의원의 역할이 컸다고 볼 수 있다.

이 의원은 “이번 대선에서 영남권이 전략적 선택을 할 가능성이 크다.

전북이 대선 요충지가 될 것”이라며 “전북은 탄탄한 팀웍을 바탕으로 단일대오를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일 5.9 대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한다면 이춘석과 같은 드러나지 않는 일꾼이 있기에 가능할 것이다.

지난 해 탈당 바람을 잠재운 것만 해도 이미 이 의원의 공로는 크다.

정치인이 자신의 공로를 드러내지 않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이춘석은 대선 이후 충분히 합당한 대우를 받을 만하다.

반대로 대선에서 민주당이 패배하더라도, 이춘석 같은 인물이 중용돼야 당의 미래가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