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넬레스키는 눈물을 삼켰다. 우승을 기대했지만 결선에서 한 살 어린 경쟁자에게 무릎을 꿇고 말았다. 눈물은 헛되지 않았다. 르네상스 최고의 건축가를 만든 밑거름이었다. 피렌체 직물조합은 1401년 성 요한 세례당의 청동문 제작을 위해 공모를 진행했다. 공모 자체가 파격이었다. 종교 예술은 배타성과 보수성을 특징으로 한다. 검증되지 않은 장인(匠人)에게는 절대로 일을 맡기지 않는다. 그래서 미술사학자들은 이 때를 르네상스의 원년으로 친다. 청동문은 하나님의 은총을 구하기 위한 상징이었다. 페스트가 1400년 또 다시 피렌체를 덮쳤다. 피렌체는 불과 반세기 전에 페스트로 10명의 시민 가운데 8명을 잃었다.
야당이 소란스럽다. 재보선 패배 이후 내부에서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봉숭아학당'을 떠올릴만큼 부끄러운 일이 벌어졌다. 급기야 그동안 잇따른 지도부 교체로 야당의 지도력 약화를 초래해 왔던 전철을 되풀이하듯이 당 지도부 사퇴까지 들먹이고 있다. 보수세력은 ‘친노’와 ‘비노’ 갈등을 노골적으로 부추기며 야당 내분을 즐기고 있다. 이것은 예상했던 상황이다. 재보선에서 승리했으면 없었을 일이 패배로 인해 잠복해 있다가 한꺼번에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승리의 경험이 적은 야당에게는 승리의 유전자가 약하다. 소수가 다수에게 이기는 방법을 찾는 것은 참 어렵다. 그러나 진보
고향엘 다녀왔다. 일손 바쁜 들판은 쟁기대신 트럭타가 거친 엔진소리로 하루의 시간들을 재촉하고 있다. 고향의 쓸쓸함과 황량함을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데없다, 라는 말로 실감한다. 봄이면 진달래와 산 벚꽃 흐드러지게 피던 고향산천, 그리고 장끼가 제짝과 함께 날렵한 날개 짓으로 허공에 고운 청으로 채웠던 고향땅의 정취는 개발론에 의해 곳곳이 파헤쳐 지고 있다. 산 벚꽃으로 둘러싸인 산밭에 소가 쟁기질을 하고, 개울가 빨래터는 하얀 허벅지 들어내고 방망이 두들기며, 술꾼 서방을 미덥게 흉 봤던 광경이 혜원의 그림처럼 교차된다. 이제 고향마을의 개울자리는 물론이고, 그 빨래터 돌마저 흔적없이 사라지고 없다. 그 자리에서 고향 아주머니들
지난해 세계유소년태권도선수권대회를 유치한데 이어 올해에는 2017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유치로 지금 전북은 축제 분위기에 쌓여 있다. 2015. 5. 10. 러시아 첼랴빈스크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연맹 집행위원회 총회에서 2017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최지 발표전 현장의 분위기는 우리에게 유리하지 않았다. 고대 유적이 잘 보존된 터키 삼순에는 공항과 항만이 있고 대회 유치에 두 번이나 탈락하고 3번째 신청한 터키에 대한 동정론이 제기되어 막판 발표까지 긴장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언론에 보도된 유치 확정 후 기뻐하고 있는 필자의 사진을 보면 지금도 그 순간의 기쁨과 감동이 다시 생생하게 느껴진다. 2017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는 전북에게 매우 의미있는 행사다. 먼
기원전 260년 조(趙)나라는 울음바다로 변했다. 거의 모든 집에서 남편과 아들을 잃었다. 진(秦)나라와의 싸움에서 참패한 결과였다. 장평(長平) 전투에서 45만 명의 장병이 목숨을 잃었다. 전사자는 5만 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40만 명은 항복했지만 학살당했다. 진나라의 장수는 백기(白起)였다. 살인마라기보다는 전략가였다. 그는 조나라를 두려워했다. 조나라는 '턱 밑의 칼'같은 존재였다. 더욱이 국력도 만만치 않았다. 조나라는 불과 30년 전 혁신을 통해 전투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오랑캐의 기병(騎兵) 제도를 도입, 최고의 군사강국으로 부상했다. 조나라 기병들은 뛰어난 기
전통음악이 실내무대에 갇히게 된지는 사실 얼마 되지 않는다. 특히 국악관현악단의 출범과 국악실내악단의 증가로 언제부터인가 실내무대의 전유물이 되었다. 들으면 졸립다는 궁중 정악을 실내에서 들은 정도와 야외무대인 전주향교나 경기전에서 들어 보았는가. 듣는 감흥은 확연히 다를 것이다. 비록 음질이 귀를 만족하지 못해도 또한, 어렵다 생각했던 궁중 정악도 풍류음악도 왜 이리 귀에 착착 감기는지.전통문화가 흥하길 바란다면 야외로 마당으로 나와야 한다. 전통음악 기획자나 연주자들이 관객 걱정을 너무 많이 한다. 관객이 없을 까봐, 관객이 불편할까 봐! 필자는 아직도 잊지 못하는 공연이 있다. 대학생 시절 고 박동진 명창의 소리를 실내체육관에서도 들어보고
손자병법 모공편에서 유래된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백승(百戰百勝)’이란 말이 있다. 적과 아군의 실정을 잘 알고 싸운다면 백 번을 싸워도 백 번을 이긴다는 말로 지식(智識)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사용하는 말이다. 에너지절약은 참으로 어렵고 고된 일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지난 에너지관리공단에서 조사한 에너지절약에 대한 인식 및 태도 조사에서는 에너지절약의 중요성에 공감을 하는 비율은 97.8%인데 반해 실천으로 이어지는 비율은 25.3%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교육 분야에서 에너지절약의 교육에 있어 조기교육을 굉장히 강조하는데, 이는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말이 있듯 어릴 적 실천습관이 매우 중요하기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을 통해 가족들이 함께 지내며 가족 간의 돈독한 정을 나누는 달이다. 가족구조가 핵가족화 됨에 따라 가정의 달의 의미가 더욱 커져만 가고 있다. 최근 3대가 함께 사는 가정을 찾기가 쉽지 않다. 부모를 부양하는 가정이 감소함에 따라, 할머니 할아버지의 돌봄을 받는 손자들도 그만큼 줄어들었다. 최근 맞벌이 부부의 증가와 함께 자녀에 대한 육아 문제가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육아부담으로 인해 직장을 그만두는 여성의 숫자 또한 늘어나고 있다. 저출산의 영향으로 미래 인구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을 높이는 것은 우리나라의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아주 중요한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이 말은 통용되기 어려운 말이 되었다. 10년이 아니라 이제는 몇 년 혹은 몇 달이면 변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변화의 영향도 커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빠른 변화에 대응하지 않거나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모 보험회사에서는 사람의 수명을 120세로 보고 그에 맞추어 새로운 전략을 만든다고 한다. 기업이 미래의 변화에 대한 예측과 그에 따른 새로운 대응전략이 없다면 점차 밀려날 수밖에 없다. 일본의 세계적인 기업인 소니의 몰락이나 최근 100년 기업인 샤프는 자본금의 99%를 감자해 중소기업 수준인 1억 엔으
5월 10일은 유권자의 날이었다. 유권자의 날은 선거관리위원회가 국민주권의 실현과정인 선거와 투표참여에 대한 중요성과 의미를 되새기고 주권의식을 함양하기 위하여 유권자의 날로 제정하였다. 왜 5월 10일일까? 바로 이 날은 우리나라에서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라는 민주적 선거제도를 도입하여 최초로 치러진 1948년 5월 10일 국회의원 총선거일이기 때문이다. 이 날의 선거로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초로 제헌의회가 구성되었으며, 제헌의회에서는 대한민국 헌법을 제정하고 대한민국 정부를 탄생시키는 등 우리나라 민주정치의 출발점이 되는 의미가 있는 날로서 2012년 제정되어 올해로 제4회를 맞이하였다. 그럼 이 유권자의 날을 축하하고 기
거침없는 질주는 위험하다. 속도가 빠를수록 제어하기도 어렵다. 반작용의 세기도 강화된다. 정상을 찾기 앞서 큰 충격과 소음을 일으킨다. 독일이 1918년 11월 항복을 선언하자 1차 세계대전도 끝났다. 4년간 사상자가 3000만 명을 웃돌았다. 인류는 '재앙'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수정했다. 타이타닉호 참사는 이제 '재앙' 축에도 끼지 못했다. 1차 세계대전은 무제한적인 성장 추구의 결과였다. 열강은 상품 및 원자재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경제적 팽창은 강대국의 필요 조건이었다. 더 이상의 팽창이 어렵게 되자 마침내 거센 파열음을 일으켰다. 양보는 굴복을 의
19년간 직업 연기자에게 연기를 가르쳐 온 필자는 가끔 연기자 지망생들에게 “너는 장차 어떤 드라마에 혹은 영화에 출연하고 싶니?, 어떤 감독, 작가, 배우들과 연기하고 싶니?”라고 묻곤 한다. 그러나 대다수 청년은 또렷한 답을 말하지 못한다. “연기자가 되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고, “세상이 나를 몰라준다”고 한탄해 온 그들이다. 그렇다고 이들이 받은 교육 수준이나 학력이 모자라서도 아니다. 놀랍게도 연기가 하고 싶어서 나를 찾아온 이들 중에는 유명 사립대 법대나 의대생 혹은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 경영학 석사(MBA)도 있다. 간혹 “최동훈 감독이요, 박지은 작가요, 송중기요
헐크,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그들이 돌아온다. 전세계적으로 엄청난 팬을 보유한 헐리우드 마블사의 초대형 흥행작 '어벤저스' 시리즈의 속편이 개봉을 앞두고 있어, 영웅들의 귀환을 기다린 이들의 기다림은 비로소 끝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열기가 한국에서는 유난히도 뜨겁다. 이는 바로, 어벤저스의 영웅들이 '지구 방위'라는 본연의 임무 외에도, '한국 홍보'라는 보조 임무까지 맡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알다시피, 마블사는 이번 작품의 주요 배경으로 한국의 서울을 선택했고, 많은 한국 네티즌들은 이를 통해 한국의 모습이 전세계인들에게 간접 홍보가 될 것이라 내심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전라북도와 새만금 지역에 국제공항이 없어 투자하려다 되돌아 간 외국계 자본만 지난 20년간 10조원 이상 된다고 한다. 그만큼 국제공항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개발 25년차의 긴 세월을 보낸 새만금에 대한 장밋빛 비전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새만금에 대한 비전으로 제시되는 동북아의 중심도시가 국제공항 없이 어떻게 가능하겠는가? 인천국제공항에서 다시 버스 타고 세 시간을 더 걸려야 새만금에 갈 수 있다면, 비행기로 1시간 30분 이내의 거리에 1백만 인구도시 150개가 있단 들 무슨 소용이 있는가. 제주도도 국제공항이 없었다면 지금 보여주고 있는 눈부신 성장세를 보여주지 못했을 것이다. 청주국제공항 역시 날로 그 활용도가 높아져 충북지역의 보배가 되었다 그런
미국은 '기회의 땅'이 아니었다. 그렇게 보일 뿐이었다. 숱한 유럽인들이 기회를 찾기 위해 미국행 배에 몸을 실었다. 상당수는 뱃삯도 없었다. 미국 도착 후 장기간 노동력을 제공하기로 약속한 후 배에 올라탔다. 유럽 농민들의 삶은 팍팍했다. 땅이 없으면 살아가기가 빠듯했다. 더욱이 산업혁명에 힘입어 농사도 기계화됐다. 노동력에 대한 의존도는 그만큼 줄어들었다. 독일, 아일랜드 등 유럽 곳곳에서 농민들이 신세계를 향해 떠났다. 링컨 대통령은 유럽인들의 미국 이주에 한몫을 했다. 그는 1862년 '자영농지 조성법(Homestead Act)'을 도입했다. 자신의 '경
수석교사제도가 도입 된지 언 8년을 맞이하고 있다. 시범운영 4년과 법제화 4년이란 세월이 흘러가고 있다. 30년 전부터 학교현장에 도입되기를 고대했던 제도이었건만, 법적 제도가 무색하리만큼 해를 거듭할수록 학교 현장에서는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수석교사제의 도입 취지는 관리직의 우위 풍토에서 수업 잘하는 교단 교사가 우대받는 풍토로 재편하여 교직사회의 학습조직화를 촉진하는 데 있다. 즉, 학생과 학부모가 원하는 것으로 학교의 역할 체제를 바꿔보자는 것이다. 누구나 제도의 취지에는 공감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교내외 이해관련자들의 생각은 사뭇 다른 듯하다. 학교가 기존의 폐쇄적이고 관료문화에 익숙해진 탓도 있을 것이다. 다소
케이맨 제도(Cayman Islands)는 한국과 공통점을 갖고 있다. 바로 '압축 성장'이다. 불과 반세기만에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했다. 스스로의 노력에다 운(運)도 작용했다. 케이맨 제도는 원래 자마이카 땅이었다. 자마이카는 1962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면서 케이맨 제도는 포기했다. 굳이 욕심을 부릴 이유가 없었다. 1960년대 초만 해도 케이맨 제도는 사람이 살만한 곳이 아니었다. 섬 곳곳이 습지라서 모기들이 들끓었다. 모기 때문에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숱한 모기가 한꺼번에 콧구멍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소가 질식사하는 사고도 일어날 정도였다. 지금은 다르다.
또 권력형 부패사건이 터졌다. 이번에는 청와대 전현직 비서실장과 총리, 여당 핵심, 지자체장이 한꺼번에 연루된 전대미문의 사건이다. 뇌물의 제공자는 새누리당 소속 정치인이자 기업인인 고 성완종 전 의원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검찰수사가 돈 받은 정권실세들이 아닌 돈 준 망자의 주변을 맴돌며 소환 구속하고 있다. 그 사이 혐의를 받은 자들은 진실을 은폐하고 증거인멸에 나서고 있다. 이번 뇌물수수사건은 경제비리가 아니라 정치비리, 기업부정이 아니라 권력부정이다. 성완종 게이트는 탈세와 같은 경제범죄가 아니라 권력핵심들이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권력의 부패 사건이다. 경남기업 비리와 비자금을 들춰내기 위한 지금의 수사방식은 본질을 벗어난 헛 수사일
봄숲(春林)형! 며칠 우중충 했던 하늘이 오늘은 모처럼 활짝 갠 따사로운 봄날입니다. 몸살 기운이 있다더니 오늘은 좀 어떠신지요? 형의 몸살과 더불어 지난 일주일은 그야말로 대한민국이 몸살을 앓던 한주간 이었네요. 세월호 참사 1주년이 되는 날이 있었고, 속칭 성완종 리스트로 인한 국무총리의 사표가 있었으며, 4,19의거 날이 있었지요. 이 복잡하고 하수선한 주간에 하필이면 대한민국 대통령님은 장기 외유를 떠나셨다죠? 국가적인 문제가 발생한 시점에 어쩌면 그렇게도, 아님 하필이면 꼭 그때 외국순방 스케줄이 잡히는지 우연치고는 참 기막힌 우연입니다. 1주년이던 4월16일 새벽은 비바람과 벼락으로 한바탕 천지가 요동치더니 전국의 세월호 국민추모집회를 앞두고서는 다시 날이 갰습니다.
‘나는 어느덧 세상을 믿지 않는 나이가 되었고, 이익 없이는 아무도 오지 않는 사람이 되었고, 이익 없이는 아무도 가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부모형제도 계산 따라 움직이고, 마누라도 친구도 계산 따라 움직이는 사람이 되었다. 나는 그게 싫었지만 내색할 수 없는 사람이 되었고, 너 없이는 하루가 움직이지 않았고, 개미 새끼 한 마리 얼씬거리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돈, 시인 박용하) “사람과 돈은 어긋나기 마련이라는 말도, 사람 나고 돈 났다거나 돈이 거짓말한다는 말도 다 옛말이다. 사람은 돈을 따라 가고, 돈이 사람을 내고 돈을 쥔 손이 거짓말을 한다. 오늘날 돈 잃은 세상이란 더 이상 사람 살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