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비상사태로까지 확산된 조류인플루엔자(AI) 방역작업에 전 도민이 팔을 걷어 부치고 있는 가운데, 전주시의회를 비롯한 도내 기초의회 의원들이 평일에 한가롭게 체육대회를 즐겨 농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전북을 방문하고 전북도에서는 이날 AI 방역을 위한 긴급 방역회의를 열어 일용 노동자들까지 대거 방역작업에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초유의 사태를 겪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행사를 강행해 도민들의 비난이 확산되고 있다.


전북시군의회 의장단협의회(의장 정우성 전주시의회의장)는 지난 11일 오전 10시 임실군민회관에서 의원 및 공무원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8회 전북 시군의회의원 친선체육대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국회의원과 도교육감, 단체장 등이 대거 참여, 의원들의 행사를 적극 지원했다. 시장, 군수 등 단체장과 공무원들도 일시 대시민 행정을 중단한 채 의원들에게 눈도장을 찍기에 바빴다.


그러나 이날 오전 10시 전북도에서는 급속히 확산되는 AI를 막기 위한 긴급회의가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었다. 농림부도 김제, 정읍에서 발생한 AI가 심화됨에 따라 전주, 부안, 완주, 고창 등의 인접 지역까지 오리와 닭을 매몰 처리할 것을 긴급 지시하고 24시간 비상체제를 가동했다.


반경 3㎞ 처리구간을 10㎞로 대폭 확대, 일대에 속한 가금류를 모두 살처분하는 작업이 전개됐다. 이에 따라 매몰 처리된 닭과 오리는 기존 72만 마리에서 174농가, 214만 마리로 확대되는 등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었다.


이에 앞서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 8일 정읍을 찾아 매년 같은 사태가 발생하는 안일한 행정을 질타하고 철저한 관리감독을 주문, 모든 국민들의 전북을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태가 확산되면서 전북도는 공무원과 군, 경찰 병력에 이어 인력시장의 인부들까지 현장을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정읍과 김제를 제외한 기초의원들이 친목을 명분으로, 매년 하반기 개최하던 대회를 상반기로 앞당기면서까지 친선행사를 가진 것이다. 의장단이 상반기에 임기가 끝나는 점을 감안, 일부 의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재선을 노리는 의장단의 강행으로 대회를 진행했다는 후문이다.


대회 목적을 ‘친선’은 물론 ‘공동 관심 사항에 대한 긴밀한 협조체계 구축’이라고 표방했지만 정작 도민들의 아픔은 철저히 외면한 채 난타공연, 윷놀이, 고리걸기, 족구, 배구, 농구, 달리기 등 자기들만의 축제를 즐긴 것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북도지회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눈앞에서 벌어져 믿기 힘들다”며, “혈세로 먹고 사는 주민들의 대표들이 비상사태가 벌어져 모든 농민들이 초죽음이 된 상황에서 고통은 무시한 채 웃고 즐기며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다는 점은 용서 받기 힘들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정우성 의장은 “당초 계획했던 일정이라 연기할 수 없었으며 김제, 정읍 의원들은 제외시켰다”고 해명했다.

/한민희기자 mh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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