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문화실로 탈바꿈   곡우穀雨 이틀 뒤인 화요일 밤 때맞춰 얌전히 내린 단비로 천하는 온통 푸름의 향연饗宴입니다.

나무들 마다 밤새 초록이 불쑥 자랐습니다.

마음의 창인 눈을 통해우리들 내면으로 스며든 천하를 일신시킨 대자연의 기氣는 정신과 영혼까지 마냥 맑고 싱싱하게 합니다.

어디로 시선을 돌려도 그야말로 풋풋함과 싱그러움에 눈부십니다.

다음날 은행나무 아래 관심이 없으면 좀처럼 보기힘든, 꽃인 줄 모르는 분들이 대부분인 연두색 작은 알갱이 은행꽃들이 무리를 이루며 떨어졌습니다.

이를 보셨는지요? 생명의 색초록草綠으로 천하에 푸름이 그득한 정영 아름다운 시절입니다.

 올해엔 꽃샘추위가 없었지요. 기온이 일찍 높이 올라 개화시기도 예년과 달리일렀고 매화에 이어 살구며 자두와 벚꽃 그리고 배꽃과 복사꽃, 라일락丁花에 모과까지 시차를 별로 두지않고 연이어 만개했습니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높은 기온 때문인지 주홍색 산당화山棠花는 며칠 새 그만 후르르 꽃잎을 지우며 잎들만무성해집니다.

복사꽃 무릉도원武陵桃源도 그 기간이 너무 짧아 아쉬움을 감추기 힘듭니다.

풀꽃들도 전과 달리 풍성하니 제비꽃과 민들레들도 점한 무리가 크며 진보라나 노랑색 외에 흰색들이 많이 눈에보입니다.

 좋은 소식 두 가지를 말씀드리게 되어 저도 무척 기쁩니다.

먼저 다가 올 5월 1일부터용산에 위치한 국립중앙박물관은 물론 전국의 국립박물관 모두 상설전시가 무료인 점입니다.

두 번째는 다름아닌 국립전주박물관의 새롭게 변모한 전시실 모습입니다.

국립전주박물관은 가을 느티나무와 단풍나무도 곱지만이즈음 푸른 소나무 숲을 배경으로 정원에 무리를 이룬 철쭉과 영산홍의 붉은 색은 환상적이기도 합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10년 걸쳐 지난 2005년가을 용산 매머드 건물을 신축해 새롭게 문을 연 뒤 2007년부터 지방국립박물관의 특화사업特化事業에 들어갔습니다.

그 일환으로 전주도 지난해부터 개별 유물 중심에서 벗어나유물에 담긴 역사와 스토리를 엮어 우리 고대 역사와 문화의 흐름 속에서 전북문화의 특성特性을  구현하고자 근 1년에 걸친 그 첫 결실로 4월16일 세 전시실 중 먼저 고고실考古室을 고대문화실古代文化室로이름을 바꿔 새로운 탈바꿈을 가시화했습니다.

다섯 주제에 따라 최근 발굴된 자료를 망라하고, 그동안 쌓인 학계 연구 성과를 두루 반영해 우리 지역 문화의선진성先進性, 국제성國際性, 독자성獨自性 등을 재조명하고자하였습니다.

 첫째 ‘고인돌 사회와 문화’에선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고창 고인돌과 진안용담댐 일대 고인돌 등을 중심으로 이를 가능케 한 농경문화農耕文化 전개와 청동기시대 생활상을 마을모형을 통해 살폈습니다.

둘째 ‘기술의 발전과 고대국가의 형성’에선 초기철기문화를 배경으로 형성된 마한馬韓의실체를 금강유역 청동기문화에 이은 철기문화의 등장과 확산 양상을 완주 갈동 출토 거푸집과 전북 출토한국식동검 등으로 펼쳤습니다.

셋째 ‘삼국문화의 완충지’에선마한 세력이 백제로 편입된 이후 금동관모金銅冠帽 등이 출토된 익산 입점리 고분군을 중심으로 지방세력 실체와 대가야의 접경지인 동부산간에 점한 대가야 문화의 특색을 조명했습니다.

넷째 ‘백제의 중흥 백제 말 부흥’은 이를 시도한 무왕武王600-641의 익산 경영과 전주에 후백제를 건국한 견훤甄萱867-936을 축으로 조명했습니다, 끝으로 ‘부안 죽막동 유적과 고대의 제사’는 1992년 국립전주박물관이 발굴한국내 최대의 고대 해양제사 유적을 특화해 그 성격과 해양교류의 양상을 보여줍니다.

전시실 개편에선 새로운 디자인과 전시기법으로 전시유물에 어울리는조명과 영상자료를 활용했으며, 한글세대를 위하여 우리말로 풀어 쓴 설명문으로 바꿨습니다.

이를 통해 전북의 정체성正體性과 위상位相이 보다 선명히 드러나 전북의 고대문화를 쉽고 구체적으로 이해하실 수있을 것입니다.

고대문화실에 이어 금년 후반엔 미술실을, 그리고 이어 민속실을일신一新할 계획입니다.

이 아름다운 계절, 우리 민족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전북을 사랑하시는 모든 분들을 귀빈貴賓으로 국립전주박물관 꽃동산에 초대합니다.

/이원복(국립전주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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