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권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

전북을 소개하는 이미지 광고 카피가 있다. ‘5천만의 고향, 전북’. 이 광고를 보면서 한참을 생각해 보았다. “왜 전북이 5천만의 고향일까?” 그것은 남한의 인구 4천5백만명이 평균 연 10회를 여행하면 그중에 약 10% 근사치가 전북을 다녀간다는 관광통계학적인 근거에 있었다. 그 광고가 전하는 메시지는 거의 남한 인구의 모두가 찾는 지역이 전북이라는, 곧 관광의 보고라는 상징성을 은연 중 나타내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우리는 전북, 아니 전주를 일컬어 ‘예향’, ‘맛과 멋의 고장’, ‘천년고도(古都)’, ‘비빔밥’, ‘판소리’, ‘한옥마을’, ‘전통도시’, 그리고 최근에 들어 ‘아트폴리스’라는 현대화된 관념의 상징어를 쓰고 있다. 어느 문화적 상징어를 쓰더라도 전북은 분명 문화관광 자원이 풍부하다고 자랑할 만하다. 그러나 문화관광 자원이 풍족한 것과 관광객이 찾는 문화는 분명히 다르다.
 
관광 요소는 ‘향수’와 신기함’
 
문화관광의 소재는 ‘향수’와 ‘신기함’이다. 오늘날 세계 관광의 중심축은 단연 프랑스와 미국이다. 세계관광기구(WTO)의 통계에 의하면 프랑스는 관광객에서, 미국은 관광 수입에서 단연 1위다. 이 두 국가의 관광개발 양식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프랑스는 문화자원을 중심으로 소프트웨어적 접근을 했으며, 미국은 관광시설을 중시한 하드웨어적 관광개발을 추구했다. 예를 들어, 세느강, 몽마르뜨언덕, 베르사이유궁전, 에펠탑 등이 프랑스의 상징적 관광자원이라면, 디즈니랜드, 할리우드, 라스베가스 등은 미국의 대표적인 관광자원이다.

이 두 가지 다른 방식에서 공통된 한 가지가 있다. 바로 ‘향수(鄕愁)’, 즉 ‘노스탈지아’를 관광개발의 기본 소재로 삼았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세느강과 몽마르뜨언덕은 프랑스인들의 문화에 대한 향수를, 디즈니랜드는 미국인의 독립운동과 서부 개척 시대, 또는 중세 유럽에 대한 향수를 달래주는 공간인 것이다. 한국의 민속촌은 우리 모두의 과거 향수를 불러 일으켜주는 장소가 된다. 이제 미래가 롤프 옌센의 말대로 스토리와 감성이 핵심가치가 되는 드림소사이어티가 된다면 향수에 대한 갈증은 더해 질 것이다.
 
차별화된 관광거리 필요
 
그렇다면 전북이 지니고 있는 다양한 ‘향수거리’가 관광자원이 되려면 전북에만 있는 관광객 문화거리를 조성해야 한다. 어느 지역에나 있는 그저 그만한 테마파크나 관광 명소로만으로는 관광객을 흡인하기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경기도 용인의 에버랜드나 이전의 민속촌과 같은 규모의 다중이 향수를 느끼는 관광객 단지를 개발해야 한다. 용인의 에버랜드도 어떻게 보면 인간의 호모루덴스적인 유희향수를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전북에만 있는 향수어린 관광거리를 만들어 놓으면 그것이 중심이 되어 다른 풍부한 문화자원이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

미래는 다문화시대다. 특히 농촌 이주여성이 많은 전북은 다문화의 상징이다. 여기에 부합해 지금의 에버랜드, 민속촌, 영어마을을 모두 아우르는 개념의 규모 있는 ‘다문화테마파크’를 조성한다면 아마 관광객이 외국을 나가는 것처럼 전북으로 밀려 올 것이다. 마치 일본의 네덜란드에 대한 향수를 기본으로 하는 하우스텐보스처럼 말이다. 글로벌시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복합단지 개발이라면 민간자본도 매력을 느낄 것이다.

이제는 ‘문화관광(cultural tourism)’이 아니라 ‘관광객을 위한 문화(touristic culture)’의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