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철 주필

-박정희는 솥단지 만들고, 전두한은 밥짓고, 노태우는 밥 퍼먹고, YS는 솥단지 팔아먹고, DJ는 솥단지 찾으러 다닌다.

IMF체제 때 시중에 나돌았던 절묘한 풍자였다. 일단 DJ가 솥단지 찾아왔다고 보고, 그 사이에 주인공이 그 한 명 등장했다. 바로 노무현 대통령이 그다. 이 패러다임에 노대통령을 적용시키면 과연 어떻게 될까. 모두가 배고파 죽겠다고 아우성이니 그냥 솥단지 걸어놓고 밥을 지으면 될 일을 기술도 없이 굳이 솥걸 자리를 새로 만든다고 요란법석만 떨면서 밥 지을 생각은 아예 잊어버린 채, 과거 누가 밥을 많이 처먹었고 누가 덜 먹었는지만 따지면서 주변에서 도와주지 않아 힘들어 밥 못짓겠다고 핑계만다고 표현하면 어떨까싶다.

어쨌든 이를 모두 조합하면, “박정희는 솥단지 만들고, 전두한은 밥짓고, 노태우는 밥 퍼먹고, YS는 솥단지 팔아먹고, DJ는 솥단지 찾아오고, 노무현은 솥도 못걸어 낑낑대면서도 남 핑계대며 말만 많다.”는 표현이 가능할지 모르겠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경제적 관점에 국한된다.

기자는 노대통령 취임 1년이 지났을 때쯤에도 위와 비슷한 내용을 쓴 적이 있다. 그 때 서민경제가 극도로 피폐해 모두가 신음하고 있는데, 노대통령은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코드놀음’과 ‘신당놀음’으로 일관하다가 측근비리로 촉발된 특검문제로 날밤만 지새고 있으니 언제 솥을 걸어 밥을 지을 지 기약조차 어렵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당시, 솥을 제대로 걸고 제대로 된 밥을 지을 기술자를 시급히 불러모아야 되는데 ‘개혁’이란 이름으로 이론쟁이들과 모여앉아 솥 놓을 자리 조차 갑론을박으로 미정(未定)하니 설사 솥을 제대로 앉힌들 생쌀밥이 될까 두렵다고 피력하 바 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까지 달라진 게 여전히 아무 것도 없다. 아직까지도 솥을 못 건 상태에서 툭하면 “대통령 못해 먹겠다” 식의 무책임과 무능만 드러내면서 극심한 서민경제난 속에 우리사회의 갈등만 조장한 것 외에는 별로 한 일이 없다. 엊그제만 해도 사방에서 포위돼 풀이 팍 죽어 ‘임기발언’으로 또한번 정치권을 시끄럽게 하더니 다음 날, 언제 그랬느냐싶게 목포에 가 싱글벙글 고향운운하며, 전남 서남권구상을 확정하는 그 모습이라니, 억장이 막혀 말이 나오지 못할 정도였다.

지금 조류인플우엔자(AI)발생 확산으로 시름에 젖어있는 전북을 옆에 두고, 하필 전북도민의소망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새만금사업과 중복되는 서남권구상에 선제투자를 약속하는 그가 정말 대한민국 대통령인 지 의아할 따름이었다.

대통령으로서 어차피 이 쪽으로 오는 길이었으면 전북에도 마땅히 왔어야 옳았다. 그러나 그는 오지 않았다. 이건 전북에 대한 철저한 배신이다. 대통령이기 이전에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도리인 보은조차 그는 저버린 꼴이 됐다. 또 이건 스스로 국가경영의 한계를 드러내 보인 처사에 다름 아니다.

아무튼 무책임, 무능, 거기에다 지도자의 첫째 덕목인 성(誠)조차 없으니 국민만 불행할 수밖에 없다. 특히 그런 대통령을 믿고 너무나 전폭적으로 밀어준 전북도민은 딱하다못해 불쌍한 처지가 됐으니 억울하기까지 하다.

엊그제 목포에서 “아직도 남은 임기가 많이 남아있다”고 기염을 토했는데, 그 기상으로 남은 임기 동안 전북에 대한 보은을 당부한다. 사실 본인의 생각과는 달리 그리 많은 시간이 없다. 아무쪼록 전북에 대한 특단의 배려를 촉구한다.

아울러 노대통령은 솥으로 비유한 위의 패러디를 숙고할 필요가 있다. 주역에도 그 의미가 나와있듯 솥(鼎)은 천자의 지위와 국가의 권위를 나타냈다. 솥으로 비유한 것이 예사롭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지금 못 살겠다는 백성의 소리를 곧 하늘의 소리로 여기되, 특히 소외돼 있는 전북도민의 원성을 노대통령이 바로 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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