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왕자웨이(王家衛·50) 감독이 제13회 부산국제영화제(PIFF)에 왔다. 부산국제영화제와 특히 인연이 깊은 아시아의 인기 영화감독이다.

13년 동안 자신의 작품 6편을 부산에 소개했다. 2004년 제9회 영화제에서 ‘2046’이 개막작으로 상영됐고, 2000년 제5회 영화제 폐막작으로 ‘화양연화’가 상영됐다. 부산국제영화제 개·폐막작의 영예를 모두 안은 유일한 감독이다. 올해 영화제에는 대표작 ‘동사서독’(1994)을 재편집한 ‘리덕스’판을 가지고 왔다.

왕자웨이는 “동사서독이 없었다면 홍콩영화계에 독립영화라는 것도 없었을 것이고 이후 내 영화들을 볼 수 없었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영화를 복원하는 과정에서 당시 영화를 만들던 용기와 정신을 다시 깨달았다. 지금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 “기술적인 테크닉을 빌려서 예전에 하고 싶었던 중국 역사, 문화와 관련된 소재를 살릴 수 있었다”고 귀띔했다.

‘동사서독-리덕스’는 이날 밤 영화제에서 공식 상영된다. 영화 마니아들은 입장권을 구하기 위해 현장에서 목숨을 건다는 각오로 진을 치고 있다. 왕자웨이는 “10년 전 한국에 처음 왔을 때부터 느낀 것인데 한국영화 관객들이 영화를 아주 사랑한다. 이 사실은 지금도 의심하지 않는다. 이런 사랑이 한국영화계에 중요한 밑거름이 됐다”고 털어놓았다.

왕자웨이는 1987년 ‘열혈남아’로 감독 데뷔한 후 ‘아비정전’(1990), ‘중경산림’(1994), ‘해피투게더’(1997) 등의 작품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지난해 할리우드에서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를 연출하기도 했다.

이날 현장에서 ‘아시아 영화계의 영웅’이라고 소개되자 왕자웨이는 ‘같은 물건이 독이 될 수 있고 약이 될 수도 있다’는 홍콩 속담을 인용했다. “어떤 사람은 나를 아시아의 영웅이라고 하지만, 사실 오늘날 성과가 있기까지 개인적인 노력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았다. 나만 영웅이라고 불리는 것은 옳지 않다. 영화를 위해 쉬지 않고 노력하는 사람들 모두 영웅”이라고 밝혔다.

이어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항상 새로운 영화를 볼 수 있다. 열렬히 응원하는 관객들이 중요한 발전요소다. 내가 영화인으로 존중받고 있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부산영화제는 아주 친절하다”며 감사를 표했다. 개인적으로는 “이곳이 상업화된 장소이기보다는 정말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공간이었으면 좋겠다. 진심과 열정을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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