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효익기자
‘당신 경찰서장 해봤나요?’ ‘경찰 서장 자리는 공인입니다.’ 민중의 지팡이로 거듭나야 할 경찰이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에 대해 하대하는 발언을 계속해 지탄을 받고 있다.

물론 일부 경찰의 실수였겠지만 이들을 통솔해야 하는 경찰서장이 오히려 화를 돋우는 발언으로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비난을 샀다.

특히 한 경찰서의 수장과 일선 부하 경찰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장애인들은 ‘서장이 그러니 직원도 그렇지’라는 냉소를 보내는 등 ‘새롭게 달라지겠다’는 슬로건을 내세운 전북 경찰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있다.

지난 17일 전북 교통약자의 이동권 확보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소속 10여명의 장애인들이 장애인의 교통권 보장을 요구하며 버스에 오르려는 과정에서 일부 경찰이 버스기사에게 ‘이 사람들 태울 필요 없으니 빨리 차 빼라’는 발언을 해 장애인들의 분노를 샀다.

이날 장애인 대책위는 전주 풍남문 앞 버스 정류장에서 10여분 간 버스에 승차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중 교통 민원을 접수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비하 발언을 들어야 했다.

대책위는 그 즉시 해당 경찰에게 항의했고, 수차례 소속을 물은 끝에 ‘완산경찰서 소속’이라는 한 마디 답변을 들었고, 장애인의 이동권과 인권을 침해 당한 울분에 서장의 사과를 듣기 위해 완산서를 찾았다.

그러나 경찰서에 간 장애인들은 또다시 일부 경찰관으로부터 무시를 당했다.

서장 면담을 요구하는 이들에게 경찰은 ‘대꾸할 가치도 없다’고 외면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장애인의 이동권을 침해 받은 것과 비하 발언 등을 통한 인권 침해 부분에 대해 민원을 제기하러 경찰서에 왔지만 민원 접수는 커녕 아예 대꾸도 하지 않는 등 인간 이하로 무시당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급기야는 중증 장애인들이 서장의 사과를 듣기 위해 2층 계단을 기어 오르기 시작했고, 이들을 막기 위해 투입된 전경들과의 마찰로 일부 장애인이 실신하는 등 부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 같은 소동은 오후 6시에 시작돼 다음날 오전 4시 30분이 돼서야 한기만 완산서장이 유감을 표명하고, 풍남문 앞에서의 장애인 비하발언 등에 대한 진상조사와 재발 방지를 약속하면서 일단락됐다.

장애인들은 자신들의 인권을 무시한 것에 대한 ‘유감’을 듣기 위해 11시간 동안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서 사투를 벌여야만 했던 것. 경찰은 현재도 풍남문 앞에서의 비하 발언에 대해서는 진상 조사를 약속했지만 경찰서 안에서의 비하 발언에 대해서는 ‘확인된 바가 없고 다른 표현이 와전됐을 뿐’이라고 발뺌하는 등 스스로 ‘믿음직한 경찰상’을 망각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새롭게 달라지겠다’고 말로만 외칠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실천하는 전북 경찰이 되길 기대한다.

/박효익기자 whic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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