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 우아동에서 지업사를 운영하는 최모씨(48)는 주거래은행인 K은행을 찾아가 예.적금 등 6건의 금융상품을 모두 해약했다.

최씨는 만기가 내년 10월인 정기적금을 중도 해지해 연 2%의 이자만 받고 240만원을 찾았고 지수정기예금도 50여 만원의 중도해지 수수료를 뺀 950만원 정도를 돌려받았다.

3천만 원을 투자한 주식형펀드는 손실률이 무려 40%에 달했지만 미련 없이 해지하고 2천여 만원이 조금 넘는 돈을 찾았다.

2년만 기다리면 만기가 도래하는 청약부금과 변액 연금보험에 이어 입출금식통장의 자동이체까지도 모두 해지했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김모씨(39)도 최근 6년 넘게 가입했던 종신보험을 해약했다.

김씨는 “당장 목돈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회사가 어려워지는 바람에 급여가 줄고, 신용등급도 낮아져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경기 불황으로 인해 당장 하루하루 생활비나 교육비를 마련하기가 막막해진 서민들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적금과 펀드, 보험을 깨고 돈을 구하러 서민대출 창구에 기웃거리고 있다.

신용도가 낮아 제도권 금융회사 문턱을 넘기 어려운 사람의 소액 신용대출(마이크로 크레디트) 이용도 눈에 띄게 많아지고 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해약 실효 건수는 218만 5천 건으로, 1년 전에 비해 15%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른 보험 환급금은 8조 1천 8백억여 원으로 20% 증가했다.

손해보험 역시 같은 기간 '해약 실효 건수'가 36.8%나 급증했고 환급금은 42.5% 급증한 1조4,582억 원이나 됐다.

특히 경기침체가 본격화된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효력이 있는 보험보다, 해약 등으로 효력이 사라진 보험이 더 많아졌다.

백원기 교보생명 설계사(38)는 “월 평균 5건 계약 하면 3건은 해약될 정도로 심각하지만 사후관리와 대체 상품을 발굴해 권하는 등 밀착 마케팅에 힘을 쏟고 있다”며 “하지만 최근들어 늘고있는 해약 실효건수 때문에 보험 계약을 체결하면서도 맥 빠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박정미기자 jung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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