섶다리

아침에 창을 열어보니 하얀 눈이 살포시 길을 덮고 있다.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졌지만 모처럼 하얀 눈을 보니 아이처럼 기분이 좋아진다. 눈이 많이 내리지 않아서 바로 녹아버릴 것 같았는데 날씨가 여간 추운 게 아닌가 보다. 중무장을 하고 나왔어도 귀가 시려 모자를 눌러쓰지 않으면 안 되었다.

천변을 따라 가다보니 비둘기들이 다리 밑 난간에 죽 늘어서 앉아 있다. 비둘기들 제식훈련을 하는 것 같아 장난으로 소리를 쳐보았더니 몇 마리만 나는 척하더니 다시 제자리에 돌아와 앉는다. 비둘기도 추운 날엔 나처럼 움직이기 싫은가 보다. 길가에 강아지풀이 하얗게 눈을 뒤집어쓰고 있다. 할아버지 수염 같아 보인다. 오리 떼들은 춥지도 않은지 물속에서 먹이를 찾고 있다. 가까이에 가서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니 놀라서 수 미터 정도를 날아갔다 앉는다. 천변을 산책하는 사람들을 자주 보아서 인지 특별히 사람을 경계하는 것 같진 않다.

강가

강가엔 바람이 더 매섭다. 북쪽을 마주보며 걸으니 강의 골을 따라 추운 바람이 얼굴을 때린다. 두 뺨과 코가 빨개졌다. 다음번엔 목도리도 하고 마스크를 꼭 착용하고 와야 할 것 같다. 한참을 걷다보니 섶 다리가 나온다. 말만 들었지 처음 보는 다리 행태이다. 섶 다리는 개천에 튼튼한 참나무로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솔가지를 얹고 다시 벌판의 잔디를 떠다가 얹고 흙을 떠다 부으면 완성 된다고 한다. 다리라고 생각하면 발을 딛는 느낌이 딱딱한 것인데 섶 다리는 쿠션을 밟는 것처럼 느낌이 참 재미있다. 섶 다리는 마을 사람들 모두가 합심해서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마을의 화합을 상징하기도 했다. 하지만 섶 다리는 며칠 만에 만들어진 것처럼 여름철 장마가 시작되면 물살에 떠내려가 버리기 때문에 해마다 만들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어른들에게는 어릴 적 향수를 아이들에게는 사라져가는 우리의 다리 모습을 알게 해주는 좋은 기회를 만들어 준 것 같다. 시멘트로 만들어진 다리만 보다가 자연적인 섶 다리를 보니 곧 나무꾼이 나뭇짐을 한 짐 해서 기우뚱 거리며 다리를 건! 却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겨울이 되어 대부분의 식물들이 잎을 말리고 땅속으로 모든 영양분을 내려 보냈는데 살짝 눈이 덮인 천변에 아직도 잎이 푸른 풀들이 남아 있다. 씀바귀와 달맞이 싹들이다. 씀바귀는 봄에 달맞이는 여름에 꽃을 피우는 식물로 생명력도 강하고 꽃도 소박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는 식물들이다. 강인한 생명력에 저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가련산을 오르는 길엔 찔레꽃 빨간 열매가 눈 속에 살포시 얼굴을 내밀고 있다. 열매를 따서 씹어 본다. 새콤하고 달짝지근한 맛이 봄에 찔레꽃 향기를 맡은 것처럼 입안에 신선한 자극을 만들어 준다. 같이 갔던 일행들이 먹을 수 있는 것이냐며 모두 입에 넣고 씹어 보며 신기 해 한다. 산에 열리는 모든 열매를 다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열매는 잘못 먹으면 혀에 마비가 오기도 하는 것들이 있기 때문에 제대로 알지 못한다면 절대 입에 넣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가련산 공원 순국학도 현충탑 앞에서 보니 덕진 공원이 한눈에 보인다. 공원 앞 모텔 건물들에 의해 가려져 현수교나 덕진공원의 일부가 보이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공원이나 문화제 근처에는 높은 건물이나 미관상 좋지 않은 건물들은 짓지 않았으면 좋겠다. 시민들이 편안한 휴식을 취하고 싶어 공원을 찾는데 공원 안에 들어가 문명 속에 갇혀 있는 느낌이 든다면 그것은 공원으로서의 기능을 일부 상실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전주에도 시민들이 어깨에 짐을 덜어 놓고 마음 편히 휴식을 취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그런 곳이 더 많아 졌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글 사진=김한하(시인)
 
■ 톡톡 사진 속 정보

▲ 팽나무
 느릅나무과에 속하는 낙엽교목으로 한국 원산이다. 한 알씩 밀어 넣고 위에 대나무 꼬챙이를 꽂아 탁 치면 아래쪽의 팽나무 열매가 공기압으로 멀리 날아가게 된다. 팽나무 열매로 쏘는 팽총에서 “팽~”하고 날아가는 소리가 난다고 해서 팽나무가 되었다고 한다. 온대 남부 이남에서 자라며, 산기슭이나 골짜기에서 자라며 오래 살고 크게 자라서 정자나무방풍림으로 많이 심었다. 각종 요리에 쓰이는 팽이버섯은 팽나무 고목에서 자란다. 어린잎을 봄에 따서 날것으로 먹거나 나물로 먹으며, '팽'이라 부르는 열매는 맛이 달아 날것으로 먹거나 기름을 짜서 사용한다. 껍질은 월경불순, 소화불량에 잔가지는 요통이나 관절염, 습진 약재로 쓰인다

 팽나무에 얽힌 이야기-경북 예천군 용궁면 금남리 금원마을에 500년 된 팽나무가 사는데, 이 나무는 황목근이라는 이름이 있다. 종합토지소득세를 납부하기도 했다. 한 번도 지방세를 체납하지 않은 모범 납세목이라고 한다. 매년 정월대보름 자정에 당제를 올리며, 7월 백중날에는 마을 전 주민이 이 나무 아래에 모여 잔치를 벌인다고 한다.

▲ 추천대(楸川臺) 와 이경동-문화재 자료8 -전주시 덕진구 팔복동 3가 26
추천대는 조선 성종때 대사헌과 예조참판, 동지의금부 도사를 지낸 추탄(楸灘) 이경동(1438-1494)이 낙향하여 추천에 낚시를 드리우고 만년을 보낸 곳-조대(釣臺)-이다. 이곳에 후손인 정호가 광무3년 (1899)에 건립하였고 1947년에 공의 후손들이 그 자리에 다시 세웠다. 추천대란 현액은 벽하조주승이 썼다.

▲ 가르내-현재의 하가마을

500여년 전 추탄이 어릴 적  부친 달성공이 어느 날 중병으로 위독하자 추탄이 인근 비석날(현 팔복동)에 사는 명의에게 약첩을 받아 귀가하는 데, 갑작스런 폭우로 전주천은 범람하여 건널 수 없게 되자 하늘에 기도하였더니 물길이 두 갈래로 갈라져 길이 트여 무사히 집에 도착한 아들이 지어온 약을 먹은 아버지는 완쾌되었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이 추탄의 효심을 높이 사 나무다리를 놓고, 추천교라 칭했으며 그 이름이 전해져 오늘까지 내려오고 있다.

 /글 류종권(전주문화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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