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들잎금불초

 ‘눈 속에 꽃을 찾아가는 사람의 마음이란 얼마나 꽃다운 것인가. 꽃을 가꿀만한 뜰을 갖지 못한 현대의 도시인들은 때로는 꽃시장에라도 가서 싱그럽게 피어나는 꽃을 볼 일이다’ [법정 잠언집 -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중에서]

금낭화

지금처럼 봄날에 피어난 야생화를 보면 떠오르는 한 사람이 있다.

바로 운정(雲正) 강대순 보물산자연휴양림 회장이다.

강 회장을 만나 대화를 나누는 동안 내내 법정 스님의 ‘눈 속에 꽃을 찾아가는 사람’이라는 잠언을 떠올렸다.

내게도 눈 속에 꽃을 찾아 떠난 경험이 있지만 내 안에 ‘그 사람’의 마음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그는 참으로 ‘꽃다운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맨 처음 눈맞춤을 하는 것이 쉽지 않아서 그렇지 한번 보이기 시작하면 지천으로 보이는 것이 야생화다.

할미꽃

산에 오르다 보면 이름 모를 꽃들과 마주치기 마련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잠시 그 이름 모를 꽃에 눈길 주는 걸로 그만이지만 강 회장은 그 꽃들에게 인사를 건네며 의미를 안겼다.

강 회장은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김춘수의 시 꽃의 한 구절을 읊조리는 것으로 남달리 꽃을 아끼고 사랑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이 때문에 강 회장은 지난 10여년 간 산에 오르며 야생화 도감에 오른 우리 들꽃 중 95%를 만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를 사로잡은 야생화의 가장 큰 매력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그는 “우리 꽃은 작지만 활짝 핀 모습이 예쁘고 향도 그윽하며, 오순도순 피어나는 모습도 보기 좋다.

우리 민족과 꼭 닮았다”고 말한다.

기린초

강 회장은 젊은 시절부터 사진과 인연을 맺은 사진 애호가로 틈만 나면 사진촬영을 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지금도 시간이 날 때마다 우리나라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촬영해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있고 해외를 나갈 때에도 그 나라의 문화 유적과 풍물 사진을 찍고 있다.

그의 올해 달력에는 특별한 사연이 담겨있기도 하다.

평소 야생화를 즐겨 사진에 담긴 하지만 올해의 달력에는 특히 ‘풀꽃’이란 부제가 달려 있다.

물레나물

강 회장은 시간 나는 틈틈이 들고 다니던 카메라를 이용해 국내에서 자라고 있는 버들잎금풀초, 꿀풀 등 한국의 미를 대표하는 야생화 12점을 담은 것. 강 회장의 야생화사랑 또한 유별나다.

바로 ‘보물산자연휴양림’. 강 회장은 완주군 동산면 신월리 51번지에 자연휴양림을 승인 받아 곳곳에 동식물의 조형물을 설치해 등산객들에게 사진촬영과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주변에 야생화 단지를 조성, 희귀한 식물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했다.

강 회장은 “지역민의 휴양처 및 자연생태계, 경관 보전기능을 갖춘 도심속 ‘녹지섬’으로 조성할 계획”이라며 “휴양림에서도 산림욕만 할 것이 아니라 체험활동을 통해 산, 자연, 풀, 나무에 대해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타래붓꽃

식물학을 전공한 적 없는 자신이 야생화를 논한다는 게 부끄럽다는 강 회장이지만 산과 꽃을 바라보는 그의 마음엔 분명한 한 가지 원칙이 있다.

“산에는 꽃 말고도 갖가지 나물과 뿌리 등 참 많은 게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꽃은 물론이고 산에서 어떤 것도 가지고 돌아오지 않습니다.

카메라에 담는 것 자체가 제게는 그 대상을 캐는 행위이고 그 이상은 바라지 않으니까요” ‘야생화’를 주제로 고집스런 외길을 걸어온 그는 첫 번째 개인전에서도 오랜 인고 뒤에 나온 숙성된 감성의 깊은 맛을 전해준다.

야생화의 생명력을 느낄 수 있는 그의 전시는 전주국립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오는 4월 30일부터 5월 9일까지 이어진다.

▲ 약력

전주출생
비사벌그룹회장
전주일보 대표이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부의장
국정홍보위원국민훈장 모란장 수상
적십자사 은상 수상   

/김대연기자 eod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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