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를 주도해 나갈 지식기반 사회에서는 단순한 지식 위주의 교육만이 아니라 논리적이고 창의적인 사고 능력을 키우는 교육이 요구된다. 하지만 창의적이고 논리적인 사고 능력은 쓰기나 말하기 훈련을 반복한다고 해서 향상되는 것이 아니다. 다양하고 폭넓은 독서와 자발적인 토론을 통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이뤄진다. 컴퓨터에 빠지거나 혹은 입시공부에 매몰돼 독서와는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이 우리 청소년들의 현실이다.
 

김영길교장

전주덕일중학교(교장 김영길)는 독서 교육을 통한 창의적이고 논리적인 인재 육성에 정성을 쏟고 있다. 2006년부터 꾸준히 이어온 독서 활성화 운동에 힘입어 이 학교 학생들의 도서관 이용률과 독서 열기는 눈에 띄게 높아졌다.

쾌적한 독서 환경을 조성하고 도서실을 적극 개방하는 한편 독서 신문 발간, 독서 감상문 쓰기 지도, 독서 퀴즈, 독서토론교실 등 학생들의 구미에 맞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책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켜 자칫 책과 멀어지기 쉬운 요즘 학생들에게 독서를 생활화하는 습관을 심어주고 있다.

덕일중은 2006년 겨울부터 해마다 방학을 이용, 도서관에서 독서토론캠프를 열어왔다. 지난 여름 방학에는 처음으로 도서관을 벗어나 소설 ‘토지’의 무대인 경남 하동 평사리와 작가 박경리가 나고 자란 통영 일대를 돌아보았다.

덕일중은 평소 도서구입 시 국어과 교사뿐 아니라 각 교과 담당 교사의 협조를 얻어 교과별, 수준별, 주제별로 필독도서와 권장도서를 선정한 후 구매하여 학급문고로 비치하고 1년 동안 1인당 30권의 필독도서를 읽을 수 있도록 지도한다. 책을 읽은 후엔 독서공책을 만들어 월 1회 이상 논술문식 독후감을 쓰게 한다. 독후감을 쓸 때는 최대한 자기 경험과 자기 생각을 살려 쓰도록 한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떠오르는 여러 생각, 감정, 느낌, 경험, 가치 판단을 그대로 글로 표현하되 쓰는 형식은, 작중인물에게 편지 쓰기, 독서 일기 쓰기, 독서 쪽지 쓰기, 독서 만화 그리기, 책을 영화화한 작품 감상 후 비교하여 느낌 쓰기 등 다양한 형태를 취하도록 지도하고 있다.

또 각 교과 담당 교사와 연계하여 독서 지도를 병행함으로써 교과 수행평가에 교과 관련 독서실적을 반영하도록 적극 권장하고 독서의 달엔 독서·논술대회, 독서토론회, 다독상 시상 등 독서 관련 교내 행사를 다양하게 개최하고 있다.

교사들의 독서토론 모임을 운영, 학생들의 독서활동 지도방안을 연구하고 독서의 생활화에 모범을 보이는 점이나 학생도서위원들 중심으로 도서 대출 업무를 진행하고 독서신문을 발간해 학생들의 독서의욕을 고취하는 점들은 특히 자랑할 만한 대목이다.

이처럼 전교생을 대상으로 한 독서프로그램 외에 덕일중은 계발활동부서로 독서토론부를 설치하고 관심 있는 학생들에게 독서토론과 논술을 심도 있게 지도하고 있다.

독서토론부 학생들에게는 1년에 10권 가량의 책을 사주어 읽히고 토론하게 한다. 토론의 주제를 정하고 그에 맞는 책을 선정하고 토론을 진행하는 일련의 과정들은 모두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해 나가고 있다.
학생들은 토론동아리 활동을 통해 공개적인 말하기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내고 자신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며 아울러 상대의 말에 귀 기울이는 습관을 익혀가고 있다. 논리와 증거가 완벽한 토론자에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자신의 의견에 대한 반박도 진지하게 경청한다. 토론 동아리에 들어갈 수 없느냐는 문의가 쇄도할 만큼 동아리는 학생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

독서 토론 교육의 어려움도 없지 않다. 활성화된 독서와 토론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지만 예산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동안 삼성 고른 재단의 후원 외에 전주교육지원청의 토론 명품교사제, 사제동행 독서동아리 등의 공모제에 응모해 도서구입비, 동아리 활동비 등으로 예산을 확보했으나 지속적인 예산 확보가 되지 않아 불안한 상황. 게다가 교육 당국의 지원도 학기 단위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영길 교장은“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이만큼 일궈 온 선생님들의 헌신과 노고에 감사한다.”며 고마움을 표하고 “다양한 독서 체험 활동으로 학생들의 자율적인 독서 습관이 정착되고 자기 주도적 문제 해결력이 향상된다면, 21세기 정보화 시대에 앞설 수 있는 안목을 기를 수 있을 뿐 아니라, 인지적 능력과 감성적 능력이 조화를 이룬, 창의적인 인간으로 자라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 여름 방학 독서 캠프

덕일중은 지난 여름 소설 ‘토지’를 주제로 독서토론캠프를 열었다.

작품의 무대인 경남 하동 평사리와 작가 박경리가 나고 자란 통영 일대를 2박3일 일정으로 돌아봤다. 특히 이번 독서토론캠프에는 졸업생이 함께 해 더욱 뜻 깊은 시간이 됐다. 

독서와 토론, 시인 초청 특강, 퀴즈, 인물 청문회 등 다양하게 마련된 프로그램 가운데 백미는 역시 토론. 학생들은 ‘외모지상주의’를 주제로, 찬성과 반대의 입장에 서서 치열한 논리 공방을 벌였다.

학생들은 여름 캠프에서 느낀 감흥을 홈페이지에 남겼다. 독서토론 캠프의 효과와 만족감이 그대로 드러난다.  

 ‘2박3일 동안 나는 엄청나게 값진 보석보다 더 값비싼 추억을 만든 것 같다.’
‘시인선생님의 특강을 들으며 소중한 말씀 하나 하나를 마음에 새겨 넣었다. 이제 나의 내면까지 선생님께 물드는 듯하다...’
‘외모지상주의를 주제로 토론하는 후배들을 보며 “정말 중학생들이 토론하는 거 맞아?”하고 놀랐다. 그 정도로 수준 높고 열기 또한 대단했다. 우리 졸업생들은 후배들이 정말 자랑스러웠다.’   

 /강찬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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