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고 방에만 틀어박혀 보내기는 너무 아까운 주말
그래서 맘먹고 차를 끌고 찾은 곳이 부안해변도로다.
해변도로를 즐기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하는가 하면, 자전거 횡단도로를 따라 달리는 하이킹도 좋고, 바닷가 정취를 만끽하며 느리게 걷기도 좋은 방법이다. 부안 해변도로는 고사포 해수욕장을 시작으로 격포 채석강까지 이어져 있다.
차를 타고 찾은 해변도로는 몇 일째 내린 눈으로 순백의 아름다움을 머금고 있었다.
작은 어촌 마을인 성천마을을 지나 해변도로로 들어서자 매월 초하루와 보름 무렵 바다가 폭 20m로 갈라져 바닷길이 열리는 하섬이 눈에 들어온다. 하섬 주위 갯벌에서는 약속이나 한 듯 삼삼 오오 모인 관광객들이 조개와 굴을 따느라 정신이 없다.
겨울 바다의 매서운 바람과 추위도 잊은 채 거추장한 외투는 벗어 던지고 팔을 걷어 붙인 관광객들이 채취한 조개와 굴이 한시간도 채 않되 한 망태 가득하다.
전망대에 올라 바라본 풍경은 좌로는 무녀도.선유도,신시도등 63개 섬으로 구성된 고군산반도와 우로는 바닷길이 열린 하섬이 정면으로는 새만금 방조제의 웅장한 모습이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탄성이 저절로 터진다.
팽나무 사이로 아버지와 딸이 손을 잡고 걸어간다. 순간 나는 그들과 팽나무 한쌍의 모습을 연신 카메라에 담았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를 얻은 느낌이다.
팽나무를 뒤로 하고 다시 차를 타고 한참을 가다보니 적벽강(시도기념물 제29호)이 눈에 들어온다. 적벽강은 오랜 세월 파도와 바람이 해안이 있는 산지에 부디쳐 침식하면서 생긴 급경사면(해식애)이 마치 한 마리의 숫사자와 닮아 ‘사자바위’라고도 불리는 해안 절벽이다.
기묘한 형상의 암벽과 절벽들이 조화를 이뤄 빼어난 경관을 이루고 있는 적벽강을 뒤로 하고 모래사장을 거니는 사람들 사이로 파도에 쓸려 반들거리는 몽돌은 줍는 아이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떠나온 즐거움이 눈으로 고스란히 전해 오는 듯 하다.
/글.사진 이상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