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줄다리기 협상 '결렬이냐 타결이냐'

구제역 파동 이후 수면으로 떠오른 ‘우유대란’은 기우에 그치지 않고 현실로 나타났다.

낙농가에서 2008년 이후 동결됐던 원유 가격(리터당 704원)을 인상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3일 전국 낙농가가 한뜻으로 똘똘 뭉쳐 납유를 거부해 사태의 심각성이 뒤늦게 수면으로 떠올랐다.

 사상 초유의 일인 만큼 정부나 유업체 모두 협상 테이블로 나왔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도록 11일 오후 5시 현재까지 아무런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낙농가, 왜 집단으로 납유까지 거부했나=지난 3일과 10일 새벽부터 이날 새벽까지 이틀째 원유 공급을 중단한 전국의 낙농가. 이들은 현재 원유가격에서 리터당 173원을 올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2008년 이후 원유 가격만 제자리인 반면 사료가격은 30% 이상 천정부지로 쏟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목장 바닥에 까는 톱밥과 운영에 필요한 기름 가격 등 목장 생산비가 폭등해,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점도 그 이유로 들었다.

낙농고창협의회 김병구 총무는 “아무리 요구를 해도 들어주지 않았다.

적어도 농가의 현실을 알리고 협상 테이블에 나오게 하려고 납유까지 거부했다”며 “소비자를 생각하면 안 되는 일이지만 이렇게 할 수밖에 없을 만큼 낙농가의 사정이 절박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낙농가와 유업체 협상은 어디까지 진행됐나=낙농가의 납유 거부 이후 유업체와 정부는 협상 테이블로 나왔다.

3일부터 본격 협상에 들어갔지만 양측이 내놓은 인상안이 온도차가 커서인지 불협화음은 여전하다.

그나마 서로 한 발짝씩 물러났다는 점이 소득이라면 소득이다.

 낙농가들은 당초 리터당 173원 인상 요구에서 한발 물러서 160원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리터당 81원 넘게 올릴 수 없다고 버텨온 유업체는 리터당 120원 인상을 주장해 견해차를 좁혔지만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후 10일 정부에서 리터당 130원에 체세포수 프리미엄 가격인상이라는 중재안을 내놓았지만 여전히 실패했다.

이에 양측은 11일 현재도 협상 테이블에서 서로의 입장을 피력,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협상 결렬 혹은 협상 타결 이후 여파=당초 10일 새벽 납유 거부 이후 오후까지 어떤 식으로든 협상이 타결될 것이라고 양측 관계자들 모두 예상했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이에 일각에서는 현재보다 더 최악의 사태가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결렬로 인해 낙농가에서 계속 납유를 거부하고 원유를 폐기할 경우 그야말로 시중에 마실 우유를 찾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로 인해 유가공 업체뿐 아니라 커피숍이나 제과업계 등 줄줄이 타격을 입게 된다.

낙농가 역시 사료값은 꾸준히 들고, 폐기에 따른 비용까지 지불해야 된다.

이와 반대로 11일 밤샘 협상 끝에 12일 극적으로 협상이 타결된다면 일단 ‘우유대란’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지만 기다리고 있는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원유 가격 인상 합의는 했지만 여전히 적용시기를 두고 또 진통을 겪어야 하며 무엇보다 가격인상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소비자나 커피숍, 제과점 등 소상공인들의 한숨 소리가 깊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유업체에서는 정부에서 물가 안정 대책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당장에 소비자 가격을 올릴 수 없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지만 이는 한시적일 뿐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결국 궁극적으로는 유통 마진을 줄이는 것뿐=원유 가격 인상 이후 소비자가격 인상이 바로 언급되면서 낙농가와 소비자, 소상공인의 부담을 줄이는 길은 유통마진을 줄이는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민주당 김영록 의원이 농협중앙회 축산지원부가 조사 분석한 ‘원유가격 인상대비 유제품가격인상 비교’ 자료를 근거로 “리터당 2천180원인 흰색우유의 경우, 출고가격이 1천442원이다.

결국 유통마진은 51.1%인 738원으로 과다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기 때문.이어 “제조업체의 원가구조도 출고가 1천442원에 대해 원유구입비 893원, 제조경비 296원, 이윤 253원으로 제조업체 수익이 리터당 253원(17.5%)에 달해 3년째 납유가를 동결하고 있는 낙농가만 손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이런 소식을 접한 직장인 김모(30)씨는 “결국 불합리한 유통구조로 피해를 입은 건 낙농가와 소비자뿐 아니냐”고 강하게 반발하며, “원유 가격 인상이 아니라 유통 구조를 바꿔 마진폭을 줄이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인 것 같다”고 피력했다.

/김성아기자 tjdd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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