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과정에서 제3자가 산모 동의 없이 분만과정을 참관했다면 산모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것으로 병원 측이 위자료를 줘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전주지법 제5민사부는 4일 의대생들이 분만을 지켜봐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최모(29·여)씨 부부가 전주 A 병원을 상대로 낸 2천700여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 300만원을 지급하라”며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최씨의 출산과정을 당시 이 병원에서 임상실습 중이던 의대생들이 산모의 동의 없이 출산 과정을 참관, 산모의 수치심을 자극해 정신적 침해가 발생할 소지가 높았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원고의 일관된 진술과 당시 간호사의 증언을 고려할 때 병원은 원고에게 학생 참관에 대한 동의를 구하지 않은 점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대학병원의 경우 참관에 대한 산모의 명시적인 동의가 없더라도 묵시적인 동의가 있는 것으로 보아 산모 반대가 없을 경우 참관이 허용되지만 일반병원의 경우 일반원칙에 따라 산모의 명시적인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이에 재판부는 “출산 시 보호자나 제 3자가 입회할 때 산모의 수치심을 자극해 정신적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피고는 이를 거부할 수 있는 산모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기 때문에 손해배상의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로 인한 우울성 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대한 치료비 상당액의 재산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며 청구한 최씨의 손해배상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분만 후 1년이 지난 시점에서 병원을 방문한 점 등을 들어 인과관계가 부족하다”며 위자료를 300만원으로 제한했다.

한편, 재판부는 최씨의 남편에 대해서는 “남편은 자기결정권의 행사 주체가 아닌 가족에 불과하다”며 위자료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윤승갑기자 pepeyoon@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