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짜지 않고 달지 않은 맛에 끌리는 짜장면, 얼클한 짬뽕 본연의 맛에 풍부한 해산물, 껍데기가 바삭바삭하고 고소한 기름맛이 좋아 밀전병에 싸먹는 북경오리까지,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음식의 맛과 냄새는 뇌 속 깊숙이 저장돼 있다가 어떤 계기가 되면 슬그머니 기어 나오는데 그 냄새와 연관된 장소와 사건까지 줄줄이 끌고 나온다.

어느 지인과 대화를 하다가 우연히 짜장면과 자신이 예전에 먹었던 짜장면 얘기가 나왔다. 무섭게 생긴 중국집 주인과 그 집의 분위기까지, 마치 어제 그 집에 다녀온 것처럼 생생하게 묘사하면서 ‘엄청나게 맛있었던 그 집 짜장면’을 장황하게 설명했다.
 

전주시 삼천동 천변에 위치한 중국요리 전문점 ‘아이니’도 짜장면이 엄청나게 맛있는 집이다. 한 젓가락 맘껏 집어 입에 넣고 씹으면 면과 함께 양파와 양배추가 아작아작 신선함을 과시하듯 씹힌다.
 

이 집은 화학조미료를 채소의 씁쓸한 맛을 잡아줄 최소량만 넣고 있다. 처음 이 집 짜장면을 먹어본 사람은 짜지 않고 달지 않은 맛에 끌린다. 소금과 설탕을 많이 넣지 않고 양파를 충분히 넣어 단맛을 낸다.

들어가는 재료는 양파와 양배추, 그리고 돼지고기 등이 전부지만 짜장면 맛은 아주 깊고 풍부하다. 면 역시 특별하다. 울금을 첨가해 맛과 건강까지 생각한 것. 덕분에 조미료를 최소화해도 담백하고 감칠맛은 줄어들지 않는다.

얼큰한 짬뽕 본연의 맛에 풍부한 해산물로 오감을 자극하는 삼선짬뽕. 땀을 뻘뻘 흘려도 젓가락질을 멈출 수 없게 하는 아이니의 두 번째 대표 메뉴다.

‘시원하고 맵다’는 말이 이토록 잘 어울리는 음식이 또 있을까. 통통하게 물이 오른 낙지, 새우, 해삼, 오징어, 소라 등은 골라먹는 재미까지 선사한다.
 

끝을 모르고 내리는 장대비에 기분마저 우울해질 때 먹으면 강렬한 매운맛에 정신이 번쩍 든다. 명실상부한 짬뽕의 정석이다. 아이니가 자랑하는 세 번째 요리는 바로 북경오리다.

“저희 가족이 가장 좋아하는 메뉴는 단연 오리입니다. 특히 여기 북경오리는 껍데기가 바삭바삭하고 고소한 기름 맛이 좋아 밀전병에 싸먹으면 정말 맛있어요.” 아이니를 찾은 김정아(38·여)씨의 말이다.

수많은 중국요리 전문점이 있지만 제대로 된 북경오리 요리를 내놓는 곳은 이 곳뿐일 것이다. 아이니 최평옥(47) 대표는 중국에서 직접 맛본 북경오리를 우리의 입맛에 맞게 구워 테이블에 올려낸다.

최 대표는 기름기가 쏙 빠진 오리를 얼마나 오랫동안 잘 구워내는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곳의 북경오리는 굽는 동안 기름기가 빠져 느끼하지 않고, 땔감의 향이 고기에 스며 청량함마저 감돈다.
 

연한 고기와 바삭바삭한 오리껍질에 파채를 밀전병에 돌돌 말아 한 입 가득 넣으면 그 고소함은 형용할 수 없다. 아이니 최 대표는 호텔 주방장 출신이다.

맛 하나만큼은 어디 내놔도 뒤쳐지지 않는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지난 2009년에는 한국조리사중앙회에서 최우수 조리사 공인까지 인증해줬으니 두말하면 잔소리다.
 

그런 그는 자신이 잘하는 음식으로 수년간 온정을 베풀고 있다. 지난 2000년대 초반 전주시자원봉사센터에서 자장면 봉사를 시작했다. 이른 시기에 두 분 부모님을 여의었기 때문에 봉사 속에서 가족애를 느껴는 지도 모른다.

현재 음식점은 지난 2007년 문을 열었다. 그는 “내 가게를 하면 보다 쉽게 봉사를 할 수 있겠다 싶어서”라고 말했다.

“맛있는 음식을 많은 사람들에게 먹이고 알리는 일이 참 중요하죠. 그런데 내가 잘 할 수 있는 음식으로 나눔을 실천하는 일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새삼 깨닫고 있습니다.” “남에게 뭔가를 준다는 건 내 삶에도 크나큰 보람”이라며 그는 웃어 보였다.

/황성은기자 eun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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